1.
오늘은 2018. 3. 19. 월요일.
며칠간 서해안 시골집에서 머물렀다. 겨우내 거의 4개월째 비워둔 집에 다녀왔다.
바쁘게 살았다.
고향 앞산을 깎아내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야산을 깎아내리고, 암석을 폭파하고 무너뜨려서 새로운 일반산업단지 부지를 조성 중이기에 작업 현장의 하늘에는 뿌이연한 흙먼지가 갯바람에 날린다.
지방도로 606호를 넓힌다면서 도로 아래에 있는 경작지 논을 잘라서 확장공사를 한다기에 멀리 떨어진 개발공사 사무실까지 가서 서류에 인감도장을 찍었다. 적은 면적이다.
올 9월에 추가로 수용된다고 한다. 한꺼번에 일시적으로 토지수용할 일이지 찔끔거리듯 땅을 빼앗는 행정행위가 마뜩하지 않다.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틈틈이 텃밭 속의 과일나무와 꽃나무를 포기 나누기, 이식했다. 말라죽은 풀잎을 낫으로 걷어내고, 삽으로 흙을 파 잡초를 뒤엎기도 했다.
저녁에는 무창포 갯바다에 나가서 어항을 구경하고, 해넘이를 바라보았다.
만조한 포구에는 어선과 낚시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다.
텃밭 일거리가 무척이나 밀렸는데도 아내와 함께 서울로 금세 올라왔다.
아내의 예순여섯 살 생일이 있다기에.
어제는 일요일.
결혼한 자식 셋, 아직 결혼하지 못한 막내아들이 함께 모여서 제 어미한테 생일 선물을 하며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는 축가를 불렀다.
시골에서는 텃밭농사를 짓기에 일거리가 늘 몰렸는데도 서울에서는 일거리가 전혀 없기에 등신이 된다.
서울 올라온 지 오늘로써 사흘째 등신으로 전환하고 있다.
오늘 오후에는 가는 비가 내리는데도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로 나가 운동삼아서 천천히 걷고 싶었다.
석촌호수 서호 건널목 입구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 특유의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틀어서 확인하니 영락없다. 아내는 성당 교우와 함께 점심을 먹고는 헤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내와 함께 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걸었다.
아내는 우산을 쓰고, 나는 겨울옷, 털모자를 썼기에 가는 비를 맞았다.
석촌호수 안에도 봄은 다가오고 있다는 듯이 나뭇가지에 새 순이 많이도 올랐다.
삼 일 전 시골 텃밭에서 보았던 나무와 풀의 새 눈이다.
시골에서는 일을 열심히 했다.
배롱나무, 무화과나무, 연산홍, 철죽, 백매(흰매화), 사철나무 등을 삽므로 파서 이식했다. 때로는 힘에 부쳐서 비 내려서 질퍽거리는 밭흙 위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과실나무와 꽃나무를 이식했다.
귀가한 뒤에 아파트 베란다 위에 있는 화분들을 내려다보았다.
군자란이 연분홍 빛깔로 활짝 꽃을 피었고, 알로베 베라가 꽃대를 높이 올려서 종(방울)처럼 꽃을 피웠다. 이름이 생각 안 나는 꽃도 피었다.
지난해 시골 이웃집에서 뽑아서 밭 개랑에 내다버린 화초를 내가 주워서 서울로 가져와서 살렸다.
보답하는 것일까?
2.
그저께 밤에 서울로 올라왔다.
아파트 생활이 다시 이어지는 오늘도 종일 컴퓨터 속에서 노작거린다.
인터넷 뉴스이다. 내 삶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사회면, 정치면, 문화면... 등이 별로이다.
문학카페에도 기웃거렸다가 금세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와 문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짐작도 못하겠다.
남의 잘못된 사례를 수록했다가 모두 삭제했다.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정갈하게 다듬는 방법이 많이 있다.
'다음', '네이버'에서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 '국립국어원 맞춤법 검사기', '한글 맞춤법 검사기' 등의 기능이 잔뜩 있다.
한 번에 글자 1,000자 이내를 검사하면 오탈자 등 잘못된 곳마다 색깔이 나온다. 푸른 색깔, 붉은 색깔로 지적된 단어와 문구를 확인해서 수정하면 보다 옳고 바른 글자를 쓸 수 있는데도 왜 이 기능을 활용하지 않는지.
초안인 문장을 다듬고 고치는 방법이야 숱하게 많은데도 왜 문인이라고 하면서도 틀리고, 잘못된 문장으로 글 써야 하는지를 나는 이해불능이다.
내가 남의 글에 공연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글 쓰려면 짜증이 난다. 전에도 몇 차례나 썼는데도 아직껏...
내가 잠시 머물렀던 서해안 시골 생활의 일부이다.
낮에는 바쁘게 살고, 밤에는 부엌방에서 책이나 본다. 안방에 있는 TV를 전혀 보지 않고, 컴퓨터도 없기에 농작물, 산야초 관련 책을 보거나 A4 용지에 일기나 긁적거린다. 인문사회, 문학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시골생활, 텃밭 농사꾼의 생활이나 했다. 밤 하늘의 별이 숱하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이게 훨씬 가치가 있다.
서울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까 사이버 세계로 들락거리지만 이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깐깐한 성미 탓인지 카페 글에서 남들이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들이 먼저 눈에 뜨인다.
2018. 3. 19. 월요일.
문학지에 올리는 글은
제발 좀 다듬자.
첫댓글 시골집을 댕겨오셨군요.
오산에도 봄이 오기 시작하여
오늘 모 시인과 오산시 부산동의 화성동부경찰서 구내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들어가는데
정문옆 담 밑으로 큰개불알풀(봄까치꽃)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있어 한참을 바라보았지요.
한 달 후면 그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을 봄까치꽃.
예, 잠깐 시골집을 둘러보았지요.
나뭇가지에 물기 오르기 시작한 봄철에 이식하고, 포기 나누기하고, 줄기를 잘라야 하는데도
아내 따라서 금세 서울 올라왔네요.
당뇨병 환자인 나를 시골로 혼자 놔 둘 생각을 안 하네요. 제 아내는...
큰개불알풀(봄까치꽃)을 박 선생님이 지난 번에도 글 올렸는데 여기 댓글에서도 언급하셨군요.
제 텃밭에는 이런 풀은 그냥 잡초이지요. 다른 식물이 훨씬 더 많기에.
머위, 달래, 부추, 씀바귀, 지칭개, 어성초, 쑥 등 봄나물로 활용하는 풀들이 훨씬 더 많지요.
독초인 은방울, 할미꽃 등도 있고요.
서울에도 봄이 왔어요
어제는 당진에 갔는데 서울 보다 훨씬 봄이 먼저 와 있었어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교를 막 지나면 당진...
갯바람 부는 곳은 내륙보다 기온이 더 높지요.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느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