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수막(懸垂幕)”은 ‘주장이나 입장을 알리는 선전문이나 구호 따위를 적어 걸어 놓은 막’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저는 지금까지 현수막이 플랜카드와 다르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플랜카드”는 '플래카드(placard)'의 비표준어라고 합니다. 저도 여직 플랜카드가 바른 표현인 줄로 알았는데 원말은 ‘플래카드’인가 봅니다. 그런데 플래카드는 《① (공지 사항·광고 등의) 벽보 ② 명찰 ③ …에 벽보를 붙이다 ④ …을 벽보로 공시하다》의 뜻이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난무하는 현수막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것이 “대자보(大字報)”인데 ‘주로 대학가나 단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나 홍보를 위해 큰 글자로 써서 붙이는 게시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셋은 다 자기들의 주장이나 사실을 알리기 위한 표현 수단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합법적인 것은 통용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합법적이라는 미명 아래 정말 낯 뜨거운 현수막들이 난무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그것을 내거는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무슨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걸겠지만 대부분 보는 사람들의 짜증을 자아내는 것들입니다.
<‘빚 걱정 없는 대한민국’,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만의 정부’ 등등.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발산역사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렸다. 선거법상 현수막·벽보·인쇄물 금지 조항들이 이날부터 효력을 잃으면서 신호등, 전봇대, 폐쇄회로(CC)TV, 가로수 등 세워진 구조물만 있으면 앞 다퉈 매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월 11일 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된 강서구는 그야말로 무법천지 상태였다. 이미 난장판 선고는 예고됐던 터였다. 어느 쪽을 둘러봐도 모든 방향으로 각종 정당 현수막이 보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가까운 지하철 5·9호선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사이로 낯 뜨거운 문구가 여전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보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자극적인 글을 담고 있다”면서 “도시미관을 해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모자라 사실상 공해 수준”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관내 곳곳은 시야를 방해하거나 도로 쪽으로 줄이 풀리는 등 위험하고 지저분한 현수막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학부모는 “어른이 아이들 본보기가 돼야 하는데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고 아쉬운 바람을 드러냈다.
전국이 현수막 무법지대로 돌변했다. 현수막 난립으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은 서울 이외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졌다. 대전에서는 시의회 파행을 야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시의원 일부가 겸직을 유지하는 것을 겨냥해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시의원인가 업자인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내에 내걸었던 탓이다.
광주에서는 ‘윤석열 지우는 게 국익’, ‘일본의 힘이 진짜 반국가 세력’ 등의 원색적인 현수막을 진보당이 게시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 충북도당이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지사를 타깃으로 삼아 ‘김 지사는 도민 생명보다 땅이 더 소중합니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자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은 도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란 글로 반격했다.
당장 현수막 난립 등 여야 독설과 선전선동이 난무해도 제재할 근거도 수단도 없어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막막하다. 피해는 시민들 몫이 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무능이다’, ‘법치부정 범죄옹호 이재명과 비겁한 138표’ 등의 현수막이 등장하자 이를 철거해달라는 민원들이 지방자치단체로 접수되기도 했다.
정치권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 홍보용 현수막도 시민들의 눈총을 샀다. 구미의 주요 사거리와 교차로·도로 여기저기에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알리는 천 조각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50대 직장인은 “정작 제대로 보기는커녕 신경도 쓰지 않는다. 소중한 혈세에 더해 자원 낭비라는 생각만 든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2일 지자체 조례를 고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당현수막 철거에 나섰던 인천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700여개를 정비했지만 추가적으로 내걸리는 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하는 데다 각 정당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 일선 공무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앞 다퉈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민주당 법사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선거법 입법 공백은 전적으로 국민의힘과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책임”이라며 “여야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통과시키자는 민주당의 간곡한 제안 또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은 “법사위 본연의 체계, 자구심사 과정에서 여러 위원들의 이견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무작정 법안 심의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며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말라는 것으로 명백한 월권이자 직권남용, 갑질 행태”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달 중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세계일보. 강승훈·조병욱 기자, 전국종합
출처 : 세계일보. ‘현수막 무법천지’ 현실로… 與野, 입법공백 책임 떠넘기기만
이게 다 돈입니다.
현수막을 만드는 사람들은 장사가 잘 된다고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온갖 쓰레기들이 거리, 거리에 내걸리고 내용은 짜증스런 것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아마 현수막을 만드는데 자기 돈을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낭비를 하고 있는데도 법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이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횡단보다 앞에 ‘아동학대는 범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동물학대, 노인학대, 사람학대는 다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 현수막을 꼭 걸어야 하는 거라면 ‘모든 학대는 다 범죄입니다’라고 하면 더 좋을 것을 굳이 ‘아동 학대는 범죄’라고 강조하면 다른 학대는 해도 된다는 의미로 생각될 것입니다.
하물며 여당, 야당, 그리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정당 이름으로 정말 낯 뜨거운 문구를 내걸고 있는데 왜 이를 방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무더위에 정말 국민들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