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때문에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달러화,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의 강세(원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해외펀드 가입시 아무 생각 없이 선택했던 ‘환헤지’로 이들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고스란히 놓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 침체로 펀드 수익률까지 급락하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통화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서 오히려 비용을 더 들여 환헤지를 한 펀드보다 그렇지 않은 ‘환노출형’ 펀드가 반사이익을 받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비 올 8월 현재 월평균 환율은 1달러가 930원에서 1041원으로, 1유로는 1355원에서 1561원으로, 100엔은 828원에서 953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같은 펀드라도 환헤지를 한 펀드와 환노출형 펀드의 성과가 극명히 엇갈렸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3 일 현재)은 환헤지형인 ‘PCA일본대표기업주식자I- 1ClassC’가 -16.2%로 손실을 낸 반면 환노출형인 ‘I- 2ClassC’는 3.49%로 오히려 플러스(+) 성과를 냈다.
역시 환헤지를 한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 1-A’는 이 기간 -7.77%를 기록했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2-A’는 8.52%를 기록했다. 이 펀드의 경우 헤지형은 달러, 유로, 엔, 스위스프랑 등 모든 투자대상 통화에 대해 90% 이상을 헤지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성기홍 선임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환율이 25%가량 급등하는 등 환시장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환노출형펀드가 수혜를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향후의 환율시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헤지는 달러, 유로, 엔 등 주요국가의 통화에 대해서만 1차로 헤지를 하고 이들 통화로 환전해 투자하는 2차 통화는 헤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일례로 인도나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달러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지만 달러로 변환한 뒤 루피화(인도)나 헤알화(브라질)에 투자할 때는 노출을 시켜놓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차 통화 가치의 등락은 펀드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만 달러의 등락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환헤지형 해외펀드가 헤지를 하더라도 기술적 문제나 비용 등의 이유로 해당 통화에 대해 80∼90%만 헤지를 하기 때문에 나머지 10∼20%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환노출형이라면 달러화나 루피화, 헤알화 등의 가치 등락을 그대로 펀드 수익률에 전가시키기 때문에 1차 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2차 통화인 루피화나 헤알화의 가치도 오른다면 두배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PCA투신운용 AI팀 오은수 과장은 “환헤지펀드의 선택은 해당 국가 통화의 방향성, 투자자의 통화 분산 여부 등 전적으로 가입자 자신의 결정에 달렸고 이때는 가입 펀드가 환헤지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은 주식 매매 차익과 달리 과세가 되기 때문에 펀드의 원금이 손실됐다고 해도 환차익이 발생했다면 세금을 물어야 한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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