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에 사랑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나에겐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들어가 다니던 첫 직장이었다.
저녁에 근무를 마치고 나면 거의 매일 근 1년을 데이트를 했다. 내 눈에는 참 이쁘고 단아한 모습의 조그만 아가씨였다. 그녀의 집은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바로 아래였다. 매일 저녁 경복궁 옆길을 따라 삼청동 그녀의 집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그 당시 나의 집은 중앙대옆 조그만 단독주택이었다.
한번은 그녀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갔다. 할머니가 계실때 였는데 할머니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켰다. 보내고 나서 우리집 맏며느리가 저렇게 얍실얍실하고 작아서 되겠느냐고 했다.
나도 그녀의 집에 가 봤다. 아버지는 서울시내 두부조합 조합장이었다. 어머니는 그녀와 달리 키도 크고 모습도 우아한 모습이었다. 위에 언니가 있었다. 숙대를 졸업하고 결혼할 남자가 미국으로 유학 갈 준비를 해서 함께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남자의 이름이 나와 똑 같았다. 그 집에서 그날 저녁에 그녀가 양말을 벗은 발을 본 적이 있는데 하얗고 도톰한 발이 그렇게 이쁘고 매혹적일 수가 없어 나의 눈을 자극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나이가 나보다 서너살 적었던것 같다. 그렇게 애교가 많고 깜찍해서 정이 쏙 들게 만드는 아가씨였는데 ....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이유로 경복궁 문앞에서 아무래도 우리 그만 만나야겠다고 말하는데 그녀가 눈물을 흘렸고 나도 눈시울이 젖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 80이 다 되어가는 노인이지만 항시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원한 그리움이다. 10여년전에 삼청동 그 집을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전연 찾을 수가 없었다.그 일대를 더듬어서 찾아봐도 찾질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 사당역 근처에 그녀와 이름이 똑 같은 산부인과 병원이 있길래 혹시 다시 의대를 가서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나싶어 한번 들어가 볼까 했는데 그 뒤에 다시 보니 그 병원이 안 보였다.
50여년이 지난 일이 잊혀지지않고 가끔 생각나는걸 보면 그녀는 내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그리움인가 보다. 24.4/13 |
첫댓글 그리움의 추억을
간직 한다는것은
삶의 맛을 많이 느끼게
때문이 아닐까요?
시루산 역시 학창시절에
짝사랑 했던 그리움이
아직도 사모처 있답니다,
하이얀 백발의 여인네
모습은 느껴 지지 않고
책가방에 흰색카라가
눈에 선 합니다,
영원이 간직할까 합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