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 시론에서 대체조제 허용은 필수라는 어처구니 없는 제목의 약대교수가 쓴 글을 읽고 글을 씁니다.
저는 미국 아틀란타 에모리 대학병원 병리과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이곳 약사들에게 질문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약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하거나 다른 약을 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오히려 두려운 눈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들은 그나마 한국 약사들과는 달리 학교에서 질병에 대해서 조금 배웠다는 사람들입니다.
의약분업이 약사의 조제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 교수께서 어처구니 없이 약사의 조제권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는데, 사회주의 의료제도이건 이 미국의 자본주의 의료제도이건 약사들이 갖고 있는 조제에 대한 개념이 너무 달라서 한심하다는 말로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약사의 조제역할은 곧 환자를 위한 의사의 진료를 위해서 존재하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돕는 역할을 합니다. 곧 이것이 이곳 약사들의 기본 정신입니다. 즉 이들의 프로 정신은 아주 강하고 건전합니다.
이곳에서 허용되는 대체조제는 지금 한국에서 어처구니 없이 약사들이 주장하는 대체조제와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병원에서 대체조제를 하는 경우는 이미 각 약에 대해서 의사들이 정한 아주 제한된 숫자의 대체조제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 대체조제가 가능한 약들은 이미 의사와 약사가 신뢰하는 FDA에서 검증된 '대체조제'의 정의에 합당한 약들입니다. 이것이 우선 한국에서는 문제이지요.
대체조제 리스트는 병원마다 다릅니다. 대체조제 리스트를 만드는 목적은 첫째 환자를 위해서이고 둘째 의사를 위해서 입니다. 위 교수는 이미문제 투성이가 된 기형적으로 의사화된 약국체계를 위한 것으로 먼저 시작하는 상당히 논리적인 듯한 글이 매우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낡아 버린 건물은 일단 부수고 기초 공사부터 잘 다지기 시작해야 합니다.
의사들이 처방을 낼때 '일반명'으로 내는 경우에는 어느 회사든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의사가 모든 약에 대해서 어떤 회사의 제품을 다 기억할 수는 없고 대개는 같은 효과라면 싼 약을 처방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한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의사의 동의없이 되도록이면 싼 회사의 약으로 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대체조제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처방시 어떤 회사의 약을 처방했는데, 그것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든지 품절된 경우에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이미 의사들 내에서 합의된 리스트내' 에서 의사의 동의 없이도 대체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제약회사를 상대로 고혈압 치료약을 구입한다고 합시다. 물론 약을 구입하는 팀이 있고 고혈압에 관계된 환자를 보는 의사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이 됩니다. 그리고 약 값이 비싼 A라는 약과 좀 싼 B라는 약을 구입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대체조제 가능한 품목이라도 담당 의사들이 꼭 A라는 회사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B라는 약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A와 B라는 약을 대체조제할 수 있다고 의사들이 합의를 보는 경우 대개 처방대로 약을 조제하지만 환자에게 비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 다른 약으로 조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체조제는 환자의 비용 부담과 의사의 진료를 돕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 약사의 조제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조제권을 주장하는 약대교수의 정신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외래환자나 일반 의원급에서 처방을 받고 일반약국에서 약을 사야하는 경우는 이렇습니다.
여기 약국들은 대개 대형 체인점들입니다. 따라서 거의 많은 약들이 구비가 되어 있습니다. 의사가 일반명으로 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의사가 어느 제약회사의 약을 주어도 상관없다는 -- 유감스럽게도 미국에는 카피제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 의미이므로 의사에게 통보할 필요없이 어떤 회사 제품이든 동등한 일반약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약사들의 프로 정신이 있습니다. 같은 약효라면 환자에게 싼 약을 준다고 합니다.
만약 의사가 어떤 회사명의 약을 처방하면서 '반드시' 주어야 한다고 사인을 하는 경우, 반드시 그 약을 주어야 합니다. 그냥 그 회사 약품을 썻는데, 마침 그 약국에 약이 없는 경우, 대개 도시마다 그 대형약국 체인점에서 약을 보관하는 배달소가 있어 하루내에 구해 줄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을 지 '사전'에 묻습니다. 하루에 환자 10명 정도 보는 내과의사에게 백에 하나 꼴로 있다고 합니다. 대개는 의사가 동의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약국으로 환자가 갈 수 있습니다. 아주 드물지요.
의약분업을 잘 시행하기 위해서는 약사회 자체내에서 환자와 의사의 진료를 돕는 체제로 대형 약국화 되어야 합니다. 물론 한국 사정에서 말도 안된다고 하시겠지요?
어차피 새로운 제도를 도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과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지금 제도는 환자와 의사를 희생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기존의 기형적인 약국체제와 제약회사를 그냥 인정하는데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약사회에서 어차피 치러야 할 고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보십시요. 대형 유통업체, 슈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의약분업을 잘 시행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그 많은 돈을 로비에 썼다는 설이 사실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떤 형태이든 의약분업안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한국 약사회가 변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제권이 있는 것은 환자와 진료를 하는 의사를 위한 것입니다. 또 곁다리로 얘기하자면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약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제가 약을 사 본 경험으로는 이미 한국 약도 미국 물가 만큼 올려 놓았습니다. 이것에 조제료 주사료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그리고 물품에 대한 바코드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임의조제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아버지가 고혈압에 좋다고 혈관 뻥 뚤린다고 약국에서 사온 십만원이 넘는 무슨 보약같은 약이라고 했던 것, 여기서 20불도 하지 않는 비타민부터 여러가지 섞은 약들임을 보고 놀랬습니다.
여기서 임의조제는 면허 박탈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약사하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미국 면허 따서도 조그맣게 약국 차려 놓고 항생제, 고혈압 약, 전문약으로 분류된 소화제 다 팔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이나 희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에게 몰래 팔지만 사고도 몇 번 쳤다고 합니다. 여기 의료 소송이 얼마나 많은 무시무시한 곳에서도 이러는 한국 약사들이 현재 시행할 약사법으로 임의조제 안한다는 말은 개가 코 웃음칠 일입니다.
그리고 간판에 '고향의 부모님께 보내는 영양제'이런 식으로 간판을 걸고 있어서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사나 한국 사람이나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의사에게 가야 한다는 것 불편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소화장애도 약을 스스로 쉽게 복용할 수 있다는 환경으로 병을 엄청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잘못된 습관과 관행은 아주 강한 법으로 고쳐야 합니다. 임의조제 일회 적발시 면허 박탈이 아닌 이상 우리나라 약사들 임의조제는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