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다 보면 종종 빈볼시비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누가 어디서 왜 몸쪽 공을 던졌는지, 그런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다 아니까요. 던지는 쪽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맞은 쪽은 조금 더 할 말이 많고, 뭐 다들 그런거죠.
빈볼 시비가 나왔을 때, 그래서 벤치클리어링이 터졌을 때는 그냥 상대 기세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만 맞서면 됩니다. 대충 봐서 연차 좀 있고 '성깔' 센 선수들이 앞에서 버럭버럭 하면서 분위기만 잡아주면 됩니다. 거기서 굳이 더 나갈 필요도 없고, 쓸데없이 위축될 필요도 없습니다. 쫄지 않고 딱 적정선을 지키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이 정리된 이후 곧바로 흐름을 가져오는 겁니다. 내가 도발했든, 아니면 상대의 도발에 대해 응전했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다음 상황에서 (공격이면) 안타를 쳐야 되고, (수비면) 삼진을 잡아야 됩니다. 어떻게든 흐름을 가져와야 됩니다. 그래야 통쾌한거고, 또 그래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빈볼시비에서 이기는 방법이죠. 실제로 선수들이 굳이 빈볼시비를 벌이는 이유도 바로 그거고요.
오늘 경기를 뒤집히지 않고 지켜낸 것은 잘했습니다. 벤치클리어링때 대응도 잘했고 결과적으로 점수도 지켰으니 됐습니다. (미끌어져서 좀 웃겼지만) 제일 먼저 뛰어 나온 주장도 잘했고, 험악한 표정으로 정찬헌에게 다가서고 이병규한테도 항의한 김태균 역시 잘했습니다. 이양기도 그렇고요. 다만, 벤치클리어링 직후 김태균 타석에서 안타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빈볼시비에서 상대의 코를 가장 납작하게 누르는 방법은 바로 당사자, 혹은 뒷타자의 안타인데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병규의 불규칙 바운드가 참 아쉽습니다. 정근우가 어려운 타구를 잡아 경기를 끝냈으면 이병규는 괜히 성질만 부리고 결국 아무것도 못한 꼴이 됐을텐데 말입니다)
최영환을 바꿔줬어야 했는데, 바꿀 투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누구를 낼까요. 어제 경기의 일등공신(?) 박정진을 낼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송창식 김혁민이 무너졌으니 최영환이라도 XP를 좀 쌓아줘야죠. 선수층 약한 팀의 비애입니다. "그동안 안 키우고 뭐했냐"는 반론이 예상되지만, 그런다고 내일부터 어떤 투수 한명이 훅 커오는건 아니거든요. 당분간은 이렇게 시즌을 치를 수 밖에 없네요. 이래저래 힘든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P.S_살다보면, 누군가 사고를 쳤을때보다 그 사고를 치고 수습을 제대로 안할 때 더 화가 나곤 합니다. 오늘 한화팬들은 아마 정찬헌의 '공'보다는 그의 '표정'때문에 더 화가 났을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긴, 대개의 빈볼 후 다툼이 그 단계에서 나오죠)
TV를 보던 저도 순간적으로 울컥했니다. 그리고 그 선수의 인간성을 의심하며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 내는 화하고 게시판에 쓰는 글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를 맞춰놓고 건방지게 저게 뭐냐" 라든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이병규 맞출거다" 정도의 얘기라면 이 게시판에 얼마든 쓰셔도 좋습니다. 다만, 홧김이라도 육두문자는 참아주세요. 다른 사람들도 그 글을 봐야 되니까요.
P.S2_피에가 이종범에게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데이비스가 유지훤 코치에게 하던 시절만큼 야구가 신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서 기쁘지 않습니까. 오늘 같은 날은 그런 즐거운 얘기를 많이 합시다. 괜히 성질 부리고 결국 경기도 진 꼴찌팀의 노장 선수나, 두번이나 맞춰놓고 당당해하던 이상한 투수 따위는 그냥 마음 속에서 버리시고 말입니다.
첫댓글 아...정말 겨우 참았쓰요... 전력상으로 확눌러버림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 억울하고 분하네요~~
저도 김태균선수의 한방이 나왔슴 더 좋았겠고...불규칙바운드를 정근우선수가 잡았어야 코가 납작해졌을텐데 진짜 아쉽더라구요~~여튼 졌슴 데미지가 엄청났을텐데 이겨서 좋구요...최영환선수와 김민수선수 두 신인이 기특했습니다...잘 성장해가길 바랍니다^^
정찬헌이 한 번 정도는 빈볼을 던질 수도 있겠다고 보는데. 두 번은 절대 아닌 거죠. 정찬헌, 이병규, 우규민 모두 추한 모습이었네요.
절대 공감합니다. 벤클 후 김태균 안타치고 이병규 범타로 잡았으면 더 샘통이었을텐데 이겨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게 아쉽군요. 그나저나 고동진 주장 넘어진게 젤 재밌었어요 ㅎ
그래요 즐겨요 오늘 상황을~
피에 선수 첫홈런 후 이종범 코치와 거수경례 할때 온몸에 전율이 ㅜ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은 저 뿐일까요?
참 1번선발닝은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심 ㅎㅎ 그래두 오늘은 크게 웃을수있어 좋다는요
학교든 군대든 직장이든 선후배가 있기 마련인데 정찬헌선수의 태도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정말 최악이더군요... 이병규 투라고 해도 될만큼 떡잎이 보이더라구요!! 실력도 되어야 오래갈텐데...
김태균 더블 플레이가 정말 아쉬웠구요, 홈런이었으면 코를 납작하게 해 줬을텐데... 그래도 이겨서 다행입니다.
LG들이 경기 후에도 정근우의 슬라이딩에 분노의 표시를 했다는데, 어제 윤요섭이 홈에서 우리 선수 뛰어 들어오는데 다리 들지 않았나요? 앞으로도 LG전을 매 경기 이겨야할 것 같습니다. 정찬헌 선수는 누가 시켜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 건지 전혀 미안한 표정이 없더군요.
엘지전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서 재밌기는 합니다. 두산전 이후 3일 휴식-3연전-3일휴식인데 중간 3연전에 선발+선발 전략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펜진이 컨디션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태양은 불펜으로 전환되겠죠.
굉장히 유리한 일정이 펼쳐지는데 4승정도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피에의 거수경례에서 울컥 ^^
22222
이병규 욕한것도아니고 인성쓰래기라고한것도 글삭제이유인가요?
[쓰레기]라는 표현도 그렇고 [꼴쥐]라는 표현도 게시판에서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렇게 질문글을 올리실 것이 아니라 카페 회칙을 먼저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오늘 수확은 김민수 최영환 선수 경험치 업~ 그리고 피에선수 홈런 등~ 있네요~~이겨서 다행이네요 졌으면 내상이 컸을듯해요~ 담주도 파이팅~
요목조목 잘써주셨네요. 엊그제 직관가고 오늘 직관가서 오늘 이긴모습을 보아서 좋았습니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을때는 어린아이들이 보고 있어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면 안될텐데라는 생각을 하였네요. 20대 중반인 제가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드는 하루였네요. 하지만 이겨서 너무 좋았습니다. 올해 직관 5번을 가서 처음 이긴 경기였으니까요. 불펜은 앞으로 계속 이럴테지만 ㅜㅜ 선수층이 얕으니 슬프더군요. 필승조가 없다니.. 엘지도 필승조가 있는데.. 하.. 이럴땐 삼성이 참 부럽네요.^^ 항상 쓰시는 글 잘 봅니다. 1번선발님 수고하세요^^
롯데 위협구 다음 투구를 홈런때려버린 꽃범호가 생각나는군요. 요번주는 위닝위크내요~~
신남연 형님 생각이 나네요 ㅎㅎ 재밌었음
대전직관 드뎌 첫승올렸네요^^고주장 미국춤은 보너스~~
ㅋㅋㅋ이제까지의 1선발님 글중에 가장 감정적인 글 같은 느낌이...진짜 어제 김태균선수 응징의 홈런 한방 원했는데 병살이라니 ㅠ.ㅠ 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