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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라면 60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약
조선일보
이인열 산업부장
입력 2023.10.05. 03:00업데이트 2023.10.05. 08:27
https://www.chosun.com/opinion/economic_focus/2023/10/05/Y5RT4VQ6KFCD7FS5AVDCE62H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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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윤은 오쿠이에게 읍소 “꿀꿀이죽 먹는 국민 구하겠다”
두말없이 무료로 알려줘… 세계 라면의 역사를 만들었다
1960년대 삼양식품 서울 공장을 방문한 일본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맨 왼쪽)과 전중윤 회장.
9월 15일은 한국 라면의 환갑날이었다. 삼양공업(현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출시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60년 전 이날에 얽힌 한일 두 기업인의 라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와 오쿠이 기요스미 일본 묘조식품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부사장을 지내고, 제일생명 사장을 하던 전중윤은 1961년 8월 서울 하월곡동에서 창업에 나섰다. 목표는 라면 사업. 어느 점심 시간 남대문시장에서 미군 부대 잔반으로 끓인 꿀꿀이죽(일명 유엔탕)을 사려는 긴 줄을 보며 결심했다. 직접 먹어 보니 깨진 단추는 물론 담배꽁초까지 나왔다. “동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밥 한 끼인데, 미래를 준비하는 보험이 무슨 소용인가. 값싸고 배부를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
1959년 일본 출장길에 맛본 라면을 떠올렸다. 창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일본에 가서 기계와 기술을 사오자.”
사재를 털어 자금은 마련했는데, 달러 구할 방도가 없었다. 당대 최고 실세 김종필 중앙정보부 부장을 찾았다. “혁명을 왜 했느냐. 국민 잘살게 하자는 것 아닌가.”
설득에 성공했고 5만달러를 확보했다. 1963년 4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 최고 라면업체와 또 다른 라면 기업 등을 찾았지만 죄다 퇴짜를 맞았다. 낙담한 그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묘조식품이었고, 사장이 오쿠이 기요스미였다. 오쿠이는 전중윤에게 “왜 라면 사업을 하려는가”라고 물었다. “꿀꿀이죽 먹는 동포들이 더 이상 배곯지 않게 구하고 싶다”. 오쿠이는 답 없이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오쿠이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제면기 업체의 우에다 사장과 튀김 가마 제조 업체의 오쿠타니 사장이었다. 그 자리에서 오쿠이는 “선생을 전면적으로 돕겠습니다. 기술료, 로열티는 필요 없습니다. 기계 값도 실비만 받겠습니다. 일본은 6·25전쟁으로 일어섰습니다. 묘조식품이 직접 그 혜택을 입은 건 아니지만 갚겠습니다. 내일부터 두 사람에게서 기술을 배우세요.”
그렇게 열흘 동안 배웠다. 하지만 수프 제조법만큼은 알려주지 않았다. 묘조의 핵심 경쟁력이었기에, 혹 다른 업체로 흘러갈까 우려해서였다. 귀국길에 오쿠이 사장 비서가 공항에 밀봉한 봉투 하나를 들고 왔다. 봉투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수프 배합표입니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저 말고 회사에 몇 사람 없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배고픈 사람을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들기 바랍니다.”
삼양라면 출시 가격은 ‘꿀꿀이죽’ 5원을 감안해 10원이었다. 커피 35원, 담배 25원인 시절, 오쿠이 사장이 ‘너무 싸다’고 할 정도였다. 전중윤은 ‘막노동 일당이 100원인데, 그나마도 매일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가격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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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맺은 11개 항의 계약서 중 2항은, 기자가 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약 문구’였다. ‘갑(묘조)은 을(삼양식품)에게 제조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을은 갑의 기술 전수에 따른다. 위생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 라면은 세계 음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올 들어 9월 16일까지 100여 나라에 수출한 한국 라면만 6억5700만달러(약 9000억원)어치다. 전년 대비 23.5% 성장했다. ‘인간백회 천세우(人間百懷 千歲憂)’. 사람은 100살을 살지만 1000년 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전중윤의 경영철학이다. 반목과 광기의 시대라던 20세기 중반, 배고픔과 전쟁을 벌였던 두 기업인을 다시 한번 추모한다.
이인열 산업부장
어영부영
2023.10.05 06:41:07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사연에 숙연해집니다.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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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3.10.05 06:30:24
그 고마움을 다른 가난한 나라에도 배풀기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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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10.05 06:02:15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을 구하려고 만든 라면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기호 식품이 됐다. 한국 라면의 경쟁력은 월등하다.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는 라면으로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한다.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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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옹
2023.10.05 07:50:20
1963년 삼양라면 1본지가 10원이었다. 삼양라면은 식품산업의 선구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후에 롯데에서 라면이 나왔지만, 형제간 상표권분쟁으로 농심라면이 나왔다. 공업용유지사건으로 삼양라면이 곤경에 처한 틈을 이용해 농심이 치고 나왔다. 나중에 법원에서 공업유지사건을 무죄로 판명하였으나 사세를 회복하진 못했다. 라면의 원조는 삼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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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시러
2023.10.05 07:52:13
이런 일본분은 우리나라에서 훈장이라도 수여해야 하는거 아닌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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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2023.10.05 07:34:13
이런 삼양라면에 가짜뉴스로 타격을 가한 자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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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천재
2023.10.05 07:50:35
정말로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몰랐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있을 줄이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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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자유
2023.10.05 08:03:43
일본 기업인의 선행과 한국 기업인의 처절한 애국심으로 민초들의 허기를 달래 줬다. 삼양라면 처음 맛을 기억한다. 아직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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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red
2023.10.05 07:52:02
과연 중공과 북괴, 이씨조선과 일본 중 정작 한국민이 인간답게 살게해준게 누굴까?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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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맨
2023.10.05 07:56:58
뭉클한 기사네요 감사 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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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지킴이
2023.10.05 07:54:47
죽창들고 나가자들 잘 읽어라 우리의 위대한 국민과 일본의 존경받을 국민이 이루어놓은 배고품을 달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분들 우리는 이분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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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욱
2023.10.05 07:26:58
대학을 다니면서 끓릴 기구가 없을 때는 그냥 씹어 먹기도 했다. 이제 세계 최고의 기호식픔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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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박문수
2023.10.05 07:07:28
지금의 이재멍 민주당이 삼양라면 같은 국민의 삶을 위한 참 정치를 하면 안되나?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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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jhkim
2023.10.05 08:17:06
국민학교때 처음 어머니가 끓여준 삼양라면의 맛은 천국의 맛이었어요 ...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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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가객으로
2023.10.05 08:14:24
진심으로 가난한 국민들을 걱정하신 시대의 선구자이십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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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립
2023.10.05 08:26:09
한일 사업가의 아름다운 이야기.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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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James
2023.10.05 08:13:22
전중윤은 훗날 오쿠이에게 보답했는가. 했다면 어떻게 했는가. 기자는 기사 말미에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보답한게 아무 것도 없나.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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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날아가고
2023.10.05 08:15:11
반일 부르짖는 좌좀들은 라면 처 먹을 자격이 없습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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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bee88
2023.10.05 08:13:16
라면만들던 부스러기를 튀긴 뽀빠이를 잊지 못하죠!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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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2023.10.05 08:28:23
이런 우리 역사에 중요한 이야기는 진작 보도해 주셔야 해요. 알려주어 감사합니다. 묘조식품 사장에게도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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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65
2023.10.05 08:18:05
민주당 개딸들은 삼양라면을 만든 전중윤회장한테도 친일파라고 할 것인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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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온
2023.10.05 08:29:21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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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처럼
2023.10.05 08:26:25
좌빠 더블이들아 ,입으로 라면 들어가냐? 일본걸 베낀 라면 ,샤인 머스켓 먹지도 말고 불매 운동해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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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동산
2023.10.05 08:21:49
삼양라면 흥하길 바란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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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bee88
2023.10.05 08:08:44
절대빈곤의 보릿고개 시대에 태어나서 국민의 배를 채워주던 라면이 이제 풍요의 시대에는 별미의 요리가 되었군요. 근디 삼양식품이 70년대 후반에 종로구청 옆에 있었나요? 나의 착각인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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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암
2023.10.05 08:35:29
상속세 증여세 폐지하라, 기업들과 자산가진 사람들 상속세 증여세 피해서 , 기업은 헐값에 처분하고, 자산 매각해서 상속세 증여서 없는 나라로 이민간다.. 약탈적 상속세 증여세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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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남
2023.10.05 08:35:17
이 기사 쓴 기자는 친일 파로 공격의 타겟이 안 될까? 어느 날 배고푼 동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달라고 단군 사당에서 백일 기도를 드린 뒤에 깨우쳐 만든 것이 우리 라면이고 그것으로 일본 라면을 잡았다고 해야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