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앞서 서울에 사과부터 하고 싶다. 본인은 본 경기의 프리뷰를 쓰면서 3-0의 스코어를 예상했다. 아직까지 서울의 경기력에 반신반의한 탓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하노이는 서울의 상대가 되질 못했고, 서울은 3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본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K리크 클럽은 전북, 수원, 성남에 이어 서울이 ACL 본선에 오르며 예년처럼 네 팀이 우승에 대한 도전을 하게 되었다. 특히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 웨스턴 시드니, 가시마 앤틀러스와 함께 죽음의 조에 입성하게 되었다.
당장 광저우 원정을 앞두고 있지만 우선 7-0이라는 대승의 기록부터 다시 찬찬히 살펴보도록 한다.
(공격진의 변화가 있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프리뷰의 예상 라인업과 흡사하다.)
프리뷰 당시 이석현이 공미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윤일록이 그 자리에 서고 에벨톤이 선발로 출장한 것 외에는 예상 라인업과 제법 흡사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난 시즌 베트남 리그 득점왕 삼손은 유효슈팅 한 번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 13분, 에스쿠데로가 볼을 몰고 드리블 하는 과정에서 볼이 흘렀고 이를 윤일록이 잡아 왼발 슈팅으로 가볍게 첫 골을 뽑아냈다. 윤일록은 이어 전반 20분에도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려 에벨톤의 골을 도왔다. 에벨톤은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이어 전반 29분에는 김치우의 크로스를 정조국이 가볍게 마무리 하며 3-0으로 달아났다. 전반 39분에는 에스쿠데로가 윤일록과의 2대1 패스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을 4-0으로 마친 서울은 후반에도 무섭게 몰아쳤다.후반 시작과 함께 이석현과 정조국의 호흡으로 추가골을 뽑아냈고, 후반 34분에는 반대로 정조국이 이석현의 골을 도왔다. 정조국-이석현 조합은 처음 실전에서 발을 맞춰봄에도 불구하고 두 골이나 뽑아냈다. 후반 37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혼전 상황 속에 캡틴 고명진이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서울은 흐름을 유지하는데 집중했고 결국 7-0 완승을 거두었다.
Man Of the Match : '2골 1도움' 패트리어트 정조국
사실 모든 선수가 다 잘해서 딱히 MOM을 뽑기가 힘들었다. 김용대가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서울은 하노이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고심 끝에 정조국으로 결정했다. 마침 정조국은 이 날 경기의 공식 MOM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서울에게 정조국은 각별하다. 2011-2012 시즌 프랑스 리그 오세르에서 뛰었던 점과 안산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만 뛰었다. 사실상 원클럽맨에 버금가는 격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실 좋지 못했다. 안산에서는 부상으로 제 실력을 뽐낼 수 없었고, 지난 9월에 전역했지만 곧바로 서울에서 맹활약하기엔 공백이 다소 길었다. 그래서 그의 겨울은 많은 땀을 흘렸다. 결국 정조국은 이 날 경기에서 2골 1도움, 총 세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사실 공격포인트 수만으로 그를 MOM으로 뽑은 건 아니다. 공격 포인트라면 윤일록 역시도 1골 2도움으로 훌륭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다만 지난 시즌의 서울과 비교해 봤을 때, 그의 부활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 시즌 서울은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가 뼈아팠다. 김현성, 박희성 등 원톱 자원은 많았지만 원톱의 역할을 100% 소화해내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팬들은 정조국을 기다려왔고 정조국은 이에 응답해주었다.
물론 상대가 전력 차이가 큰 하노이라지만 분명 '패트리어트'의 대활약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 두 골로 정조국은 ACL 본선은 물론이고 K리그클래식 일정 상에서도 큰 자신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정조국 본인도 "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07일만에 울려퍼진 정조국콜. 서울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정조국콜이 상암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노이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정조국. 과연 데얀의 공백을 지울 수 있을까?)
아쉬운 점 : 정조국의 대안은...?
서울은 교체 카드로 이석현, 김민혁, 고광민을 투입했다. 이석현은 에스쿠데로와 교체된 이후로 공격형 미드필더로써 정조국과의 호흡으로 1골 1도움을 뽑아냈다. 신예 김민혁은 윤일록과 교체되며 프로 데뷔전을 펼쳤고, 고광민은 에벨톤과 교체되었다. 특히 지난 시즌 윙백으로 활약했던 고광민은 어제 경기에선 다시 오른쪽 윙에서 뛰며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쉬운 건 김현성이다. 본인은 이 날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현성이 승부가 기울었을 70분 이후로 교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조국이 두 골을 뽑아내며 자신감을 찾은 것과 마찬가지로 김현성도 경기력을 회복해야했기에 20분 여 정도의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김현성은 벤치를 지켰고, 그 대신 김민혁, 고광민 등이 교체투입되었다.
2009년 FC서울에 입단한 김현성은 당시 유스팀이던 동북고 출신으로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시엔 데얀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10년 대구로 임대를 가서 두 시즌 동안 총 40경기를 뛰어 9골을 뽑아냈다. 대구에서 골 감각을 찾으며 올림픽 대표에도 선발되기도 했던 김현성은, 그러나 여전히 데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데얀이 없던 지난 시즌, 김현성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하지만 김현성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부진한 경기 끝에 결국 올 시즌 정조국에게 다시 주전을 내주고 말았다.
김현성이 주전으로 뛰기 위해선 경기력 회복과 득점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노이는 최적의 상대였다. 사실상 한 수도 아닌 두, 세 수 아래 팀을 상대로 경기를 뛰었다면 김현성에게도 한 두 번의 찬스는 올 수 있다. 실제로 데뷔전이던 이석현도 정조국과 합작으로 두 골을 만들었고, 신예 김민혁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김현성이 부활해야 되는 이유는 있다. 서울은 선발 라인업만큼은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스쿼드를 자랑하지만 그를 바쳐줄 서브가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당장 정조국이 없다면 골은 누가 넣을지 대안이 없다. 물론 2선 자원들 중에 골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이 많이 있지만, 결국 골을 만들어 내는 건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이다.
스쿼드가 탄탄해야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김현성의 계속되는 침체는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처절한 주전경쟁을 펼쳐야하는 상황이다.
Next match : ACL 조별리그 1차전 VS 광저우 에버그란데
하노이를 대파하고 ACL 본선에 안착한 서울의 다음 상대는 ACL 1라운드 광저우 원정이다. 조별리그에 닿은 서울에게 '죽음의 조', '붉은 피(H조 네 팀 모두 1st 유니폼 색상이 붉은 계열)' 외에 알맞는 키워드는 '복수혈전'이다.
특히 광저우와는 2013시즌 결승에서 만나 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정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우승을 내줬다. 애초에 결승이라는 무대를 1, 2차전으로 하는 행정도 웃기지만 지지 않았음에도 원정골로 우승 트로피를 내준 것은 너무나도 뼈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복수를 해주어야 한다. 사실상 진짜 첫 경기인 광저우전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이후 ACL은 물론이고 리그 일정에서도 상승세를 탈 수 있다. 더구나 서울은 통상적으로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스리위자야전, 2011년 알 아인전, 2013년 장수 세인티전, 그리고 지난 시즌 센트럴코스트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간다면 서울은 또 다시 ACL 본선 1라운드 승리라는 기록과 함께 큰 상승세 모드를 탈 수 있다. 슬라우스타터 서울이 치고 달릴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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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잘 못쓴 느낌인데.....
세르 이적설 소식듣고 머리속이 심란하네요...
첫댓글 어제 윤일록이 윙이였고 세르가 공미였음
아 제가 잘못봤나 보네요.
잘봤습니다. 저도 김현성의 교체를 기대했는데 한편으로는 정조국에게 풀타임 경험도 필요해보였어서 교체하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암튼 김현성, 박희성 두선수가 뒤에서 얼마나 바쳐주느냐도 이번시즌 중요한점이겠네요~
정조국기대되네요!!
포메이션은 4-4-2 플랫에 가까웠습니다. 정조국, 에스쿠데로가 전방에 포진했고 윤일록과 에벨톤이 좌우에서 뛰었죠. 그리고 볼을 점유하고 있었던 지공 상황에선 오스마르 선수가 이웅희, 김진규 사이로 내려가면서 흡사 3-4-3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었구요.
확실히 수비상황에서 오스마르가 센터백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변형 플랫3도 기용하던거 같더군요. 다만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해서 다 표현해내지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