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시아서도 도입 논란
우크라전 이후 유럽 15개국 확산
에너지기업 초과이익 25% 환수
'금융권에도 도입해야' 주장도
집권 유력한 영 노동당 인상 추진
'전쟁 등 특수상황도 용납안돼'
에너지기업 횡재세 위헌 판결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횡재세' 열풍에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이미 과세한 기업의 이익에 횡재세를 추가로 걷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판단했다.
이탈리아 헌재는 27일 정부가 2022년 주요 에너지 기업에 민생 고통 분담을 명목으로 부과한 횡재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소비세가 선반영된 이익을 기준으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셩격을 띤다'며
'상황의 특수성과 부과금의 한시적 성격이 괴세 도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22년 3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가운데 가장 먼저 횡재세 도입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28억유로를 횡재세로 걷어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타격을 본 가정과 기업을 위한
구호 조치에 사용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의한 유가 폭등 덕분에 에너지 기업의 수익이 급증한 것을 경영 외적인 '횡재(windfall)'로 간주했다.
당시 제도에 따라 에너지 기업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초과이익의 25%(현재는 50%)를
횡재세로 납부해야 했다.
'횡재세는 이중과세'
이번 판결로 횡재세를 낸 에너지 기업들은 정부에 환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유럽 국가를 비롯해 미국, 인도 등으로 번지고 있는 횡재세 도입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 헌재는 이날 '소비세가 반영된 초과 소득을 기준으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의 성격을 띠게 된다'며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에너지 기업들에 부과한 25%의 횡재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특히 '전쟁 등 특수상황이라고 해서 국가의 요구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드리기 전 총리의 후임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해 부과한 또 다른 횡재세 조치에 대해서도 위헌 심사를 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7000여 곳의 에너지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과 202111년 사이에 신고된 평균 소득보다
최소 10% 이상 높은 2022년 이익에 50%의 횡재세를 부과했다.
이탈리아 기업 상당수는 부가금 납부를 미루고 있다.
드라시 전 총리가 도입한 횡재세의 경우에도 당초 목표액(28억 유로)에 비례 8억 유로 가량이 미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에도 이탈리아 사법부에 의해 비슷한 성격의 징벌적 세금이 취소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탈리아 정부가 에너지 부문을 대상으로 도입한 이른바 '로빈후드' 세금은 2015년 헌재에서 '과세 기준과 방법이
불공정하며 특정 기업들에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며 전액 무효화 했다.
횡재세는 통상 기업들이 경영 외적인 특수 상호아에서 거둔 초과 이익에 한시적으로 매긴다.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이 논의된 특수 상호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정택으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수익이 늘어난 경우 등이 있다.
영 노동당은 '더 올린다' 공약
유럽에선 2022년 10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최근 4년 평균 대비 20% 증가한 석유가스 기업의 초과가 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해 유럽연대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근엔 유럽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치인을 중심으로 금융권 횡재세 도입 주장이 제기되자 은행주가 급락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소속 리사 수낵 총리가 작년 1월부터 횡재세 명목으로 세율 75%에 이르는 에너지 이익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열리는 총선에서 노동당 집권이 유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노동당대표는 에너지 이익세 세율을 기준보다 3%포인트 올리겠다고 공약해 에너지 기업 및 노조의 반발을 샀다.
세율을 높이면 기업의 투자 감소로 10만 개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년 전 횡재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공화당과 석유가스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미 30여 년 전에 치열한 논쟁 끝에 폐지된 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은 소모적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선 1980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물가상승률 지수애 연동된 가격 이상으로 석유 가격이 오를 경우에 대해
최대 70%의 횡재세를 부과했다.
기한은 1991년이었다.
그러나 미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당시 횡재세로 인해 미국의 국내 석유 생산량은 평년보다 8% 감소한 반면
수입량은 13% 증가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에너지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줄이는 바람에 러시아 등 신흥국가의 자원 무기화에 더 취약해졌다.
또한 물가 상승률 대비 원유 가격이 금세 안정화되면서 실질적인 징수 규모가 미미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1988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폐지됐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