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풀이]
배꽃이 흩날리던 때에 손잡고
울며 불며 헤어진 임
가을바람에 낙엽 지는 것을 보며
나를 생각하여 주실까?
천 리 길 머나먼 곳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이 시는 기녀의 신분으로 거문고와 시조·한시에 능했던 부안 기생 매창(1513~1550, 본명은 香今)의 사랑 시조이다. 그녀는 당대의 시인이며 현사(賢士)였던 촌은(村隱) 유희경(柳希慶)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는데, 촌은이 서울로 돌아간 후 내내 소식이 없자, 그간의 사랑과 정을 못내 아쉬워하며 이 시조를 지었다 한다.
매창은 이 시조를 짓고 수절하다가 38세의 젊은 나이에 작고하였다. 꿈속에 나타나는 님을 보고 이별한 그님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기녀의 심정이 애절하기만 하다. 황진이와 더불어 당대에 현사들의 마음을 풍미했던 그녀! 지금도 변산반도를 끼고 있는 부안 매창공원에 가면 그녀의 시비가 시인묵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문집에 『매창집(梅窓集)』이 있고 여러 편의 시를 남겼으며 이 작품에서는 연모의 정을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님과 오랜 시간의 기다림을 은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도봉산 생태공원 안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눈 덮인 나무들이 우거진 풍경 사이로 한 시비가 설치돼 있다. 시비에는 유희경(1545~1636)의 <매창을 생각하며>와 매창(1573~1610)의 <이화우 흩뿌릴 제>가 새겨져 있다.
정가(평시조) 변진심
소프라노 임선혜 • 판소리 장문희
<이화우 흩뿌릴 제>의 ‘님’은 바로 유희경이다. 매창이 그토록 사랑한 유희경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유희경은 천민 출신이었으나 당시의 사대부들과 교류한 시인이다. 유명 문인들의 시에 화답하는 등 시에 능통했다. 또한 유희경이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관군을 돕자 선조는 “유희경은 오직 의리에 분격하여, 적을 섬멸하려는 뜻을 가졌기 때문에 내가 그를 가상하게 여긴다” 하였다. 유희경은 예와 시, 충절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유희경과 매창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 봄, 부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술자리에서 서로 시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눴던 둘은 28살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유희경이 상경하면서 짧은 만남은 이별을 맞게 됐다. 그 후 유희경의 소식은 전해지는 바가 없었고 실의에 빠진 매창은 유희경에 대한 그리움을 <이화우 흩뿌릴 제>에 녹여낸 뒤 한 평생 다른 이에게 정을 주지 않고 절개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
오동에 비 뿌릴 젠 애가 끊겨라
유희경 또한 매창을 향한 그리움을 <매창을 생각하며>라는 시로 나타냈다. 첫 이별 후 무려 15년의 시간이 흘러 둘은 마침내 재회한다. 매창은 그동안 자신을 찾지 않음을 원망했으나 이도 잠시 뿐, 둘은 부안 시내를 활보하고 변산반도를 구경하러 다녔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사랑의 시간은 열흘뿐이었다. 유희경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매창은 유희경이 자신을 서울로 데리고 가주길 바랐으나 유희경은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인 동시에 예를 중시한 사람으로서 기생을 첩으로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희경과 매창은 이별을 맞이했다. 기약 없는 이별을 한 유희경과 매창은 매창의 죽음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 유희경은 매창의 죽음을 안 후 망연자실했으며 그녀의 무덤 앞에 가 오열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도봉산에 이들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시비가 설치된 걸까? 도봉구청 문화관광과 박종민 담당자는 “도봉구와 부안군이 지난해 9월에 우호교류를 맺었다. 이에 서로 연결 된 인물을 찾아보던 중 도봉서원 창건에 도움을 준 유희경과 부안군 출생 이매창이 서로 사랑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도봉구와 부안군의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서로 그리워 하며 쓴 시를 시비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도봉구와 유희경의 관계를 덧붙여 설명하자면 1573년 도봉서원 창건 당시 양주목사 남언경을 도와 현장 책임자 역을 수행했으며 도봉산의 산수를 사랑해 말년에 도봉서원 인근에 임장을 짓고 머물렀다.
첫댓글 배꽃이 바람이 휘날릴 때는
마치 한겨울 대관령 능선에서
눈보라를 보는 듯 하더이다~~
그 모습은 거의 장관이지요~~
대관령은 겨울에는
눈보라가 자주 치고,
눈꽃으로 유명하죠~~
눈꽃은 3가지로 구분합니다.
1. 상고대: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나뭇가지에 얼어 붙어 있는 상태.
2. 빙화: 눈이 녹아서 물이 되 얼어 붙은 상태.
3. 눈꽃: 눈이 내려 나무나 돌에 쌓여 얼어 있는 상태.
대관령 산행 때 운 좋게 독수리를 닮은 '상고대'를 포착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