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병원가는 길은 걸어서 간다 찌는듯 덥다 금식하고 오라기에 어제 저녁 6시에 밥 먹고 8시쯤 물한잔 마시고 운동한답시고 오르막 계단을 오르고 내리막 계단은 내려가고 공원 하나 지나 길 건너 또다른 공원을 지나 1시간쯤 걷다보니 괜스레 배도 고프고 힘도 빠지고 히마리도 없고 매가리도 없고 뒷머리 끝으로는 빵방울이 뚝뚝뚝 칙칙하게 티 셔츠가 몸뚱아리에 달라 붙는다 원래는 한꺼번에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보험적용 관계상 3번을 나누어 받다보니 딱하게스리 번거롭고 귀찮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병원이라서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9시까진 시간이 일러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고보니 눈치없는 하품이 칠칠맞은 눈물이 대책없이 찔끔찔끔 ... 병원에 오면 참 고역스러운게 기다림이다 번호표 뽑으며 기다리고 뽑고 기다리고 접수 해놓고 기다리고 진료 기다리고 수납 기다리고 약국에서 기다리고... 성질머리 없는 사람도 이쯤되면 한성질이 올라온다 기다리다 지친다 주눅이 든다 그래도 결과에 웃을 수 있으니 웃으면서 오늘도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누구라도 현실에 맞춰서 살아야지 현실이 내게 맞추지는 않듯 건강도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할 때 할 나이... 철 들자 죽는다 했다 이제 좀 살만 하니 어딘가가 아프고 시프고 꼬부라지고 다 들 그럴 나이 그럴 때 그럴 시점... 아마도 여기서 이쯤에서 아프고 시프고 꼬부라지면 나부터도 참 억울 할 것 같다 분통이 터져버릴것 같다 허리라도 꼬부라지면 다리라도 절둑거리면 알 수 없이 아파버리면 보고 싶은 그 사람도 못 보면 너무 억울해서 혼자서 그 뒷감당 어찌하노 올 나의 건강 농사는 참 풍작이다 건강검진 무사통과 대장내시경 무사통과 머리쪽 신경계통 검사 무사통과 통과 통과... 그래도 만사는 조심조심 해야재 나이는 이제라도 인정해야재 로맨스그레이로 노년을 즐길라면 황혼을 즐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