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동민이를 데려다주니, 원장선생님이 급하게 뛰어나오신다.
매일 데려다 주지만 이렇게 뛰어 나오시지는 않는데 아마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듯 했다.
역시...예상 적중!
어린이집 원비 결제방식이 몇 달 전에 '아이사랑카드'로 긁게끔 바꼈었는데 매월 긁으면 학부모가 귀찮으니 이후 세 달 동안은 카드에서 자동이체가 된다면서 '자동이체 동의서'를 작성해달라는 말씀이셨다.
요번달 건은 카드로 긁고 10월분 부터 적용이 되고, 10월분은 11월에, 11월분은 12월에, 12월분은 내년 1월에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요지였는데...아마 이후에는 다시 카드로 긁고...다시 3개월간은 자동이체가 되고...이런 말씀이셨던가?...아니면 쭉 자동이체가 된다는 거였을까?...어쨌든 동민이는 요번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마지막 해이니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이전에 아이사랑카드 때문에 원장선생님과 말다툼 아닌 다툼을 벌인적이 있어서인지 설명을 듣는 내내 서로 어색해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흠...어쨌든 원장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었던가...정책을 추진하면서 학부모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 조차 개최하지 않고 번개처럼 진행한 당국이 잘못한거지.
사실 아이사랑카드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최고조이다.
선택조차 불가능한 한 신용카드사에 몰아준 특혜뿐아니라 신용카드 발급이 불필요한 학부모에게까지 카드를 발급받게 하고, 그것도 강제적으로 말이지...신용이 좋지 않은 학부모에게는 직불카드비슷하게 발급해주고...이미 번거롭게 해놓고선, 불편하지 않게 한다며 다시 자동이체 동의서를 받아가고...
애초에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이기 위한, 즉 전시성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벌어진 일이거니...하고 생각한다.
문득 언젠가 들었던 생각이 다시 든다.
흔히 말하는 우파사람들...굉장히 저돌적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그때가서 해결한다. 또 생기면 또 해결하고...이러다 보면 애초의 취지조차 무색해지리만큼 처음 정책의 목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좌파사람들...물론 이중에는 저돌적인 사람도 많다. 이념과 정책수행력이 꼭 일치 하지는 않으니깐. 하지만 이 사람들은 뭔가 정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내부회의부터 좀 더 진지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위원회도 구성하고 토론회도 열고, 관계자 대상으로 공청회도 하고 향후 생길 부작용이나 파장 등에 대해 고민도 하고 대비책도 만들고...이러다보면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가고 막상 뚜껑을 열고 나면 별거 없다...
어떤 방식이 옳으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정책을 입안하는 주체라고 한다면, 당해 정책의 대상자들 입장을 충분히 듣고 좀 더 꼼꼼하게 정책을 챙기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반대한다면 대안을 마련하고 함께 준비하는 것도 당연하고...시간이 걸리더라도...이런 방식이 민주주의에 더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전체나 집단 보다는 개개인이 우선한다는 이념적 성향을 반영해서...^^
생색내기용 정책...사실...잘 생각해봐야한다. 자신이 그 정책에 일조하고는 있지 않는지...
첫댓글 ㅎㅎ 그놈의 카드 골치아프더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