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는 ‘사람과 함께(with people)’다. 함께 사는 지혜를 발휘하는 주택 건설 및 도시환경 정비 사업이다. 대규모 재건축 · 재개발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사업인 셈이다.
새로운 주택 재건축 트렌드는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1990년대 이후부터 버려진 역과 항구 등을 재활용한 부지에 가족 단위의 표준화된 주택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 부지에 들어서는 주택은 대부분‘툴스투칸(Tullstugaqn)’이라 불리는 협동주택이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자가보유율이 41%로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절반이 넘는 국민이 월세형 주택에 살고 있다. 덕분에 협동주택 문화가 쉽게 발달할 수있었다. 식사와 육아, 세탁, 취미생활 외에 많은 서비스를 일부 공유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하는 식이다. 스톡홀름의 협동주택은 민간 위탁형 정부 주택사업으로 월세가 시세보다 저렴하다. 사생활은 엄격하게 존중하면서도 이웃 주민과의 교류 활동이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가로주택정비를 통한 도시재생사업은 이처럼 원래 살던 주거민이 함께 모여사는 식으로 진화하는 형태가 많다.
일본 타마다이라는 2개 동을 쉐어하우스로 1개동은 텃밭과 임대주택, 나머지 2개동은 고령자를 위한 주택으로 구성된 마을이다. 텃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에는 중년층이 거주하고, 젊은 층은 쉐어하우스 형태로 산다. 마을은 일본의 LH라 할 수 있는 UR이 운영한다.
이처럼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주거 환경 정비를 위해 추진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우리나라에 중층형 주거단지 조성의 시발점이다.
2015년 5월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상 건축물의 층수는 15층 이내다. 용적률이 낮으면 일반분양 물량 확보가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안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시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층수를 일률적으로 7층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15층으로 높일 경우 중층 공동주택단지 개발이라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취지에 어긋나며, 나홀로 아파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법 적용을 엄격히 했다.
이 경우 서울시에서는 기존의 판상형 아파트가 아닌 중정형 디자인으로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다. 7층으로 할 때는 ㄷ자, ㅁ자 중정형이 분담금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아파트 단지 디자인이 확 바뀌는 셈이다.
또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주택은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와 달리 도시의 가로변, 즉 보행도로와 맞닿아 있다. 지하주차장의 형태나 건축물 형태, 디자인이 도시 가로경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바꿔 말해 1층 주택의 프라이버시로서는 불리한 측면이 많지만, 근린생활시설이 자리 잡으면 도심에 생활편익시설을 제공하고 가로변 상업 활성화로 도심재생 측면에 유리한 건축물로 활용될 수 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시공사 선정’과 ‘PM(프로젝트 매니저)’,‘주인의식’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꼽는다.
서용식 대표는 “특히 전체 사업의 프로세스와 정확한 맥을 짚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전문가와의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주민 스스로 사업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고, 주민들이 도정법을 쉽게 이해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과 건설 모두에 전문적인 접근과 판단을 할 수 있는 PM 선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