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1986년 8월 31일, 72세의 클로리스 월드립이 남편과 함께 작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평생을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사서로 일해온 그녀는 얼마 전 은퇴하고 난생처음 여행다운 여행을 계획해 경비행기에 오른 참이었다. 하지만 그런 들뜸도 잠시, 비행기가 추락하며 조종사와 남편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클로리스만이 험한 산중에 남겨진다. 남편의 신발에 빗물을 담아가며 하루하루 생존해가지만 노년의 여성에게 현실은 무자비하다. 야생동물에게 쫓기고 급류에 휩쓸리고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저체온증에 떨고 수상한 물과 음식물 때문에 열병을 앓는 등 수난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클로리스 앞에 어느 날 알 수 없는 존재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먹을 것을 두고 가며 도움을 준다. 이 기이한 존재가 신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자신이 치매에 걸려 환상을 겪는 것인지 클로리스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독자가 점점 깨닫게 되는 사실은, 클로리스가 그 수난에서 살아 돌아와 이후로도 20년을 더 살았고, 완전히 가치관이 바뀐 채 92세가 되어 지금의 회고록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있던 같은 시각, 산림경비대원 루이스는 보온병에 담아 온 술을 몰래 마시며 경비대 초소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다. 얼마 전 남편의 이중결혼이 밝혀지면서 충격으로 이혼하고 알코올에 의지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그녀는 자신의 37년 인생도, 11년 동안 해온 경비대원 일도 모두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무전을 통해 “클로리스”라는 희미한 소리를 듣고 남다른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루이스는 비행기 사고의 생존자라고 생각해 구조를 나가려 하지만 동료들은 70대 여성이 이 험한 산중에서 홀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고 만류한다. 하지만 루이스는 클로리스를 찾는 일이 자신의 막다른 인생을 구원하는 일이기라도 한 듯 집요하게 구조 활동을 벌이고, 평범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서스펜스와 감동의 드라마를 능숙하게 오가며 인물들의 복잡한 내상을 드러내고, 그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깨달음과 성숙, 그동안 외면해온 (자신의 혹은 타인의) 정체성과 화해해가는 낯설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통찰력으로 그려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