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생존’이다. 2030 세대의 재테크가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선택의 문제를 넘어, 벼랑 끝에서 잡은 동아줄과 같은 것이 되었다. 근로소득 가치가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주식과 가상화폐 거래가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에게 매혹적인 투자방법으로 인식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 기술 발달은 투자 문턱을 더욱 낮추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열풍이 우리 마음속에 포모(FOMO)라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나만 “뒤 처진다”라는 공포, 이번 장(場)을 놓치면 평생 중산층에 진입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도 예외 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윗세대가 부동산과 저축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성벽 앞에서, 청년들은 변동성이 큰 디지털 자산에 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인 기독교 윤리는 자산 증식 행위를 흔히 탐욕이란 프레임으로 가두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재테크 열풍을 단순히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는 것은 가혹할뿐더러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성경은 아브라함과 요셉, 또 욥에게 많은 재물이 허락하였듯이 부(富) 자체가 악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부가 형성되는 동기와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에 있다. 그리스도인의 재테크가 세상의 것과 달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투자에는 이러한 질문이 필요하다.
1) Why(왜 하는가):
단지 노후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쌓는 우상숭배인가,
아니면 하나님이 맡기신 삶의 터전을 성실히 이루기 위한 책임인가?
2) How(어떻게 하는가):
타인의 손실 위에 획득한 제로섬 내지는 투기적 수익 게임인가,
아니면 경제 생태계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가치 투자인가?
성경적 기준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경제 활동은 내 것을 불리는 것을 넘어, 주인의 것을 관리하는 ‘청지기 직무’(Stewardship)가 수반되어야 한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칼뱅(Calvin)이 <기독교강요>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며 반향을 일으켰듯이, 오늘 우리의 투자의 소명도 그러한 본질의 가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소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근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투자여야 하다. 재테크가 본업을 마비시키고 일상의 평안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이미 영적 중독이다. 노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거룩한 소명이다. 재테크는 노동의 결실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보조적 수단이지, 노동 그 자체를 대체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이웃의 고통에 둔감해지는 투자를 경계해야 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특정 자산의 버블이 누군가에게는 주거 박탈과 절망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다. 그리스도인의 재테크는 사회적 책임을 동반해야 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에 자본을 흘려보내는 방식은 훌륭한 신앙적 실천이 될 수 있다.
셋째, 자족의 비결을 학습하는 훈련이어야 하다. 10%의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고백이다. 재테크는 자산의 숫자를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경제적 파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영적 성숙과 체질을 키우는 과정이어야 하다.
필자는 지난 2월 뉴욕 월스트리트를 여행하며 황소(Charging Bull)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살아가며 재테크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출애굽기 32장에 하나님이 금송아지를 우상으로 삼은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하였듯이 재물을 우상으로 삼고 탐심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 모바일폰 화면 속에 담긴 숫자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거나, 일과 시간에 몰입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진정한 자산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누구에게 속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이미’(Already) 오신 메시야와 ‘다시’(Not Yet) 오실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의 임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포모(FOMO)의 공포를 넘어,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공급을 신뢰하며 경제 활동에 임하는 청지기 정신이 중요하다. 돈을 다스리는 그리스도인, 세상의 금융시스템을 유익하게 하는 그리스도인, 그리고 내 것을 넘어 주님의 것으로 잘 관리하고 풍성히 쌓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청년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