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가 ‘안락사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구 주교는 오늘(26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연민과 지지 그리고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스위스 비영리단체를 통해 한국인 2명이 의료진의 조력을 받아 생을 마감해 일부 언론에서 안락사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상황에 대해 구 주교는 “가톨릭교회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구 주교는 “‘연명의료 결정법’과 ‘안락사법’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하며 “가톨릭 교회는 안락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선언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가톨릭교회는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은총“이라며 ”인간의 생명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근본 가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요비 주교의 담화문 전문.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연민과 지지와 돌봄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 시기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안락사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 안락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말기 환자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려고 「연명 의료 결정법」을 시행 중인 때에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명 의료 결정법」이 곧 ‘안락사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연명 의료 결정법」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과도한 의료를 하지 않고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돌봄을 베풀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입니다. 고통받는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연명의료 결정법과 안락사법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사실 “안락사란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그 자체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죽음을 야기시키는 작위 또는 부작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65항) 고통을 없애려고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모든 행위가 안락사입니다. 여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사 조력 자살도 해당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안락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선언해 왔습니다.(생명의 복음 65항 참조)
물론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사랑과 연민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연민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려 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연민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환자에게 연민을 느낀다면 예수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함께 나누셨듯이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 66항 참조)
어떤 이들은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은총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근본 가치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어야 사랑할 수 있고, 살아 있어야 바라는 것들을 이룰 수 있습니다. 생명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없습니다. 때문에 생명을 자유롭게 끊을 수 있는 죽을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말기 환자들이 침대에만 누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하느님의 모상이며 고귀한 인간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고귀한 삶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모든 봉사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의료인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2019년 3월 2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 자문위원회 위원장 주교 구 요 비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구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