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잘가 / 슬픔이여 안녕 / 너는 천장 줄 속에도 새겨져 있다 / 내 사랑하는 눈 속에도 새겨져 있다…'. 폴 엘뤼아르의 시 '목전의 생명'에서 제목을 딴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발표된 것은 1954년이다. 19세의 소르본 여대생이 바캉스로 텅빈 파리의 한 구석진 아파트에 틀어박혀 6주 만에 탈고한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신화 탄생'이었다.
18세 소녀 세실은 아버지의 재혼을 막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시니컬하고 잔혹한 눈으로 어른들을 바라보는 그녀는 2차대전 직후 '10대의 반항'을 상징했다. 이 작품은 열광과 찬사, 혹독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는데, 22개 언어로 번역돼 수백만부가 팔렸다. "188쪽의 이 작품으로 영광을 얻었다. 일종의 폭발과 같았다"고 사강이 훗날 회고했다.
1935년 프랑스 남서부 로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강의 본명은 콰레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중인물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그녀는 소설 40여편을 썼고, 희곡작가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술과 도박에 빠지는 등 무절제한 생활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졌고, 파산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기도 했다.
스피드광이었던 그녀는 1957년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했다는 뉴스가 전세계에 보도되고, 신부가 임종미사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소생한 그녀는 퇴원후 20세 연상의 매력적인 사내를 만나 결혼하지만 2년 만에 헤어졌고, 그 뒤 모델 출신의 젊은 미국인 남자와 재혼했으나 또 별거했다. 두 남편은 그녀의 소설 주인공으로 들어가 있다.
사강은 파산했을 때도 "돈이란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는 무절제한 생활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랜 세월 나는 인생을 즐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생을 즐겼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사강이 69세를 일기로 지난 24일 타계했다. "슬픔이여 안녕, 사강이여 안녕!"
/ 최화수 / 논설주간 hsch@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