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수원교구가 23일 오후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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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로 인해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안식을 구하며, 구조는 됐지만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모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천주교 수원교구가 23일 오후 8시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에서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그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은 미사 시작 30분 전부터 성당을 찾아와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안식을 빌고,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청했다.
미사에는 사고 피해를 입은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4개 본당(와동일치의모후성당, 선부동성가정성당, 원곡성당, 고잔성당) 신자들을 비롯해 4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안산대리구장 김한철 신부는 강론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베들레헴의 어린 아이들처럼 죽음의 수난에 동참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은 성삼일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성삼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에 앞서 가톨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부터 수난과 십자가 죽음, 부활에 이르는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는 시기이다.
| | | ▲ 23일 오후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에서 신자들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부활의 신앙 안에서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자”
김 신부는 “이번 사고는 분명히 인재”라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 같은 ‘부실 투성이’였음을 다시금 통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가슴이 쓰리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얘들아, 미안하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신부는 신자들에게 “이번 사고의 희생자 중에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함께 기억하며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살아있는 우리들도 부활 신앙 안에서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자”고 말하며, “슬픔에 잠겨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사랑의 손길로 도와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미사가 끝난 후 신자들은 성당 마당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었다. 분향소에는 수원교구 신자인 희생자 9명의 위패와 “희생된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라고 적인 위패 1개가 놓였다.
수원교구가 파악한 바로는 교구 신자, 또는 신자의 자녀 27명이 사고 선박에 탑승했으며, 이 중 5명이 사고 당일 구조됐다.
23일까지 접수된 희생자는 9명, 실종자는 13명이다. 피해자는 모두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 | | ▲ 미사 후 신자들이 성당 마당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고 있다. ⓒ한수진 기자 |
수원교구, 교구민 지원과 지역사회 치유 위해 노력
수원교구에서는 지난 19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고를 당한 교구민 지원과 지역사회의 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희생자의 빈소가 마련된 병원 인근에 위치한 본당을 중심으로 연도 봉사팀을 조직해 파견하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차려진 실종자 가족 지원 부스에도 기도 물품을 지원하고, 빠른 시일 내에 교구 사제를 파견할 예정이다.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지난 20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23일 진도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또한 사고 피해자가 많이 거주하는 와동 주민센터와 연계해 집에 혼자 남아 있는 피해자 가족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지원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을 위한 매일 미사는 오후 8시 안산 단원구 와동일치의모후성당에서 봉헌된다.
미사 시작 전 7시 30분에는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임시 분향소는 일시적으로 미사 후에 열린다.
현재 수원교구 내 본당에서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한 지향으로 모든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미사 전후에는 같은 지향으로 묵주기도와 주모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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