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위험지역에 병력을 투입했는가?
- 군사분계선(MDL) 지뢰 폭발 사고 관련 쟁점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지뢰 사건이 ‘북풍 공작’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25사단 전방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인근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본래의 사고 원인과 군 지휘 책임을 규명하는 방향이 아니라, 북(조선)에 책임을 떠넘기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북에 책임을 묻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동훈은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며 정부가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경원은 더 나아가 참수 훈련 재개를 촉구했다. 김민석 역시 북의 ‘자작극’ 주장을 규탄하며 우리 군의 대응조치를 요구했다. 합참 작전본부장이 남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정치권과 군 당국에서 강경 대응 요구가 경쟁적으로 나오면 사고의 본질인 ‘왜 우리 군이 그곳에 들어갔는가’라는 질문이 묻힌다. 진상규명 이전에 북의 책임을 기정사실화하면 남북 간 긴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의 경거망동은 대통령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누가 왜 병력을 보냈는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위험천만한 군사분계선 남쪽 약 10m의 관측 사각 지역, 지뢰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지역에 누가 왜 현장 확인을 요구했는가. 누가 병력 투입을 결정했는가. 누가 통로 개척 작전을 지시하고 승인했는가. 지뢰 위험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어떤 위험평가가 이루어졌는가.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사고의 책임을 논하려면 사고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위험 요인뿐 아니라, 그 위험지역에 장병을 투입하게 된 의사결정 과정부터 밝혀야 한다. 유엔사 정전위의 현장 확인 요구 경위부터 밝혀야 한다. 유엔사 정전위의 현장 확인을 앞두고 통로 개척 작업이 진행됐다. 그렇다면 유엔사 정전위는 왜 그곳에 들어가려 했는가.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있고 지뢰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의 현장 확인에는 어떤 군사적·정전협정 상 필요성이 있었는가.
유엔사의 현장 확인 요구가 실제 한국군의 통로 개척 작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유엔사와 한국군 지휘부 사이에 어떤 협의와 판단이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관측 사각 지역에 병력을 투입한 위험평가는 적절했는가. 관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이고, 지뢰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지역이라면 병력 투입 자체가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로 개척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누가 판단했는가. 현장 지휘관은 어떤 위험을 상급 부대에 보고했는가. 상급 부대는 그 보고를 어떻게 판단했는가. 작전 시행 전에 위험을 제거하거나 병력 투입을 대신할 다른 방법은 검토했는가. 위험을 알고도 병력을 투입했다면 그 결정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장병의 생명이 걸린 작전에서 위험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뢰의 종류와 매설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는 북의 지뢰 매설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유엔사는 처음에 지뢰 매설 자체가 곧바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가, 이후 지뢰 폭발과 관련해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는 판단을 밝혔다. 국방 당국 역시 북(조선) 군 지뢰가 매설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지뢰 문제는 정치적 주장만으로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물증과 감식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폭발한 지뢰의 정확한 종류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발견된 지뢰와 폭발한 지뢰는 동일한 종류인가. 폭약 성분은 무엇인가. 실제로 지뢰가 땅속에 매설돼 있었는가. 언제 매설됐는가. 누가 매설했는가. 해당 지뢰가 설치된 위치는 정확히 어디인가. 사고 당시 폭발한 지뢰와 이후 발견된 지뢰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진에 나타난 지뢰의 모습으로 북의 고의적 매설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판단이다. 북 지뢰라는 감식 결과가 확정된다면 그 결과 역시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공개되어야 한다. 진상규명의 출발점은 증거이다.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위치 역시 검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위치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DMZ 일대에는 지형 변화와 시야의 변화, 각종 사각지역이 발생했다. 정전 당시 군사분계선은 1:50,000 축척 지도에 표시됐으며, 이를 실제 지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위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전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지물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소실됐고, 당시의 지도 좌표체계와 현재의 좌표체계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현재 현장에서 남·북·유엔사가 군사분계선을 동일한 위치로 인식하고 있는지, 사고 지점이 실제 정전협정 상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정확히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는 객관적인 측량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은 공식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군인들이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남측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계선조차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전협정 원문, 당시 좌표 자료, 현재 측량 자료, 현장 표지물과 감시장비 자료를 종합해 확인해야 한다.
북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지뢰 사고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북은 최근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이른바 남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은 자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권적 행위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엔사와 한국군은 해당 작업 과정에서 한 번도 정전협정 위반, 군사분계선 침범이라 주장한 적이 없다가 지뢰폭발사고 이후 면피용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실제 작업 위치가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는지 역시 사실관계로 확인해야 한다.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위치, 당시의 지형·좌표체계를 재확인해야 할 일이다.
이번 사고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줄이고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만약 당시 남북 간 군사적 신뢰와 최소한의 정보교환 체계가 유지됐다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인에 대해 사전에 소통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오판과 우발적 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소통체계와 안전장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유엔사 사령관 브런슨이 답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단계별로 추적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특정 주체 하나에게 미리 돌리는 것 역시 진상규명의 방식은 아니다. 책임은 작전의 실제 의사결정 과정을 따라가야 한다. 우선 25사단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 군단과 지작사에서는 무엇을 보고받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해야 한다. 합참은 어떤 정보를 보고받았고 어떤 지침과 승인을 내렸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유엔사 정전위는 어떤 현장 확인을 요구했고, 그 요구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군에 전달됐는지 밝혀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25사단 → 군단·지작사 → 합참 → 유엔사 정전위·유엔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하나씩 추적해야 한다. 특히 작전의 위험성을 알고도 병력을 투입했다면 그 판단을 내린 지휘관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장성이라는 계급이나 직책이 책임을 면제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에서 유엔사령관 브런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유엔사 정전위의 현장 확인 요구와 한국군의 통로 개척 작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런슨 사령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왜 군사분계선 인근 위험지역의 현장 확인이 필요했는가. 누가 그 현장 확인을 요구했는가. 무엇을 확인하려 했는가. 유엔사는 사고지역의 지뢰 위험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가. 유엔사와 한국군 지휘부 사이에는 어떤 협의가 있었는가.
그리고 그 작전으로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데 대해 유엔사는 어떤 설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할 것인가.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유엔사와 한국군 사이의 의사결정 구조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DMZ 남측 구간의 군사적 관리와 정전협정 이행에는 유엔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발적 충돌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져서는 안 된다. 지뢰 사고를 빌미로 강경 대응이 경쟁적으로 확대되고, 접경지역에서 현장 확인과 군사작전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또 다른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장병과 주민들이 가장 먼저 감당하게 된다. 정부와 민주당은 9·19 군사합의의 취지였던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와 우발적 충돌 방지라는 원칙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실행 조치로 대북 신뢰를 높이고 남북 핫라인과 군사회담 등 군사적 소통수단을 복원해야 마땅하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하는 브런슨 사령관 역시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뿐 아니라 접경지역에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의 역할과 책임이 브런슨의 어깨 위에 있다.
그래서 브런슨 사령관은 답해야 한다. 유엔사의 현장 확인 요구와 한국군의 작전 사이에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면 그 과정 역시 공개해야 한다. 진상규명은 정치적 결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전명령과 지휘체계, 현장 상황과 증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먼저 진실을 밝혀라. 그 진실에 따라 책임을 물어라. 왜, 무엇을 위해 이 작전을 요구했는가. 우리 국민은 그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