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스라엘 분쟁이 '석유 위기'로 다시 오지 않는 이유 / 10/9(월) / Forbes JAPAN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이슬람조직 하마스의 이스라엘 월경 공격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그리고 아마도 그 배후 이란에 보복함으로써 길고 혼돈스럽고 피비린내 나는 분쟁을 초래할 것이다. 가자 측이든 이스라엘 측이든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 양측의 적대감을 높이고 전 세계에 공포와 불안을 줄 것이다. 지정학적 영향은 커질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여기에서는 필자의 전문인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번 사태는 분명히 1973년 1차 석유위기(오일 쇼크) 때와 겹치는 측면이 있어 유가가 급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인 아버지(어머니)가 겪은 것과 같은 석유위기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유대교의 신성한 날 얌키퍼(Yom Kippur 속죄의 날)에 맞춘 기습공격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실제 당시와 현재에서 비슷한 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차 석유위기 때는 이에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대부분의 석유를 생산하는 석유회사 측과 정부 측이 수년째 세금 통제 소유권을 놓고 다투었다. 또 1973년 일부 산유국이 석유 금수 및 감산을 발표한 시점에서 수년간의 수요 급증 때문에 시장은 이미 매우 핍박해 있었다. 여기에 석유 공급 상실과 전쟁이 계속되는 기간 전망의 불투명성이 겹친 결과 석유 패닉 매수가 일어나면서 가격은 3배로 뛰었다.
물론 현재의 분쟁도 유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동 어디에서 폭력이 일어나든, 설령 그곳이 유전이나 산유국에서 한참 떨어져 있더라도 석유시장의 긴장은 고조되는 추세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의 폭력 영상을 본 투자자들은 사태의 파급 가능성, 예를 들어 직접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간접적으로는 일부 산유국의 하마스 동정적 감산 등을 우려해 석유시장에서 사들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유가 상승이나 큰 변동이 길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거기서는 산유국이나 기타 정부 특히 미 정부의 대응이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다.
1973~74년 유가 급등을 일으킨 요인은 이번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에 비해 긍정적인 변화도 몇 가지 있어 큰 폭의 상승은 억제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 차이점은 팔레스타인인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많지만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은 적고 이번 공격으로 늘어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은 석유 수출국 중 하마스 편에 서 있는 유일한 나라지만 연대의 증거로 석유 수출을 줄이기에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특히 불편한 것은 자국이 석유 수출을 줄일 경우 다른 나라가 이를 메울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란에는 애초에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의 석유 수출 확대에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는 최근 지적을 받고 있으며 올 상반기 수출량은 하루 60만 배럴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아마 계속되지 않고, 이란은 석유의 일정량의 수출은 계속되어도, 그 양은 적어도 일량 30~4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석유시세에 강세가 되겠지만 감산폭 측면에서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점에서도 1973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영향을 좌우하는 것은 사우디의 대응일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긴장은 최근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우디가 이번 사태로 하마스나 이란을 엄호할 것 같지는 않다. 사우디는 오히려 이란의 석유 수출 감소분을 메움으로써 석유시세를 안정화시키고 바이든 행정부를 정치적으로 측면 지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가 석유 생산량을 불과 4개월 만에 하루 150만 배럴 가까이 늘린 2003년 재연이라고 할 수 있다.
◎ 스폿 시장이나 정부 비축 등도 위기를 막는 버퍼로
1차 석유위기와의 두 번째 차이점은 현재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쟁의 빈발, 금리 상승, 코로나19의 새로운 감염 확산, 그리고 중동에서의 새로운 폭력으로 인해 점점 취약해질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기업투자와 개인소비는 불안정한 정치정세로 인해 쉽게 감소해 불과 일주일 전에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였던 리세션(경기후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구미에서의 테러 공격이나 그 우려도 소비자 심리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요컨대 현재의 시황은 1973년과 같은 핍박한 상태와 반대라는 것이다.
세 번째 차이점은 현재의 석유시장은 50년 전 아랍권의 석유 금수 영향을 덜어준 세븐 시스터즈(서양 7대 석유회사)의 강력한 지배 아래 있지 않은 반면 거대한 스팟(수시거래)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로 큰 문제가 됐던 패닉 매수세는 억제될 것이 분명하다. 민간 석유 판매자(트레이더나 공급 잉여가 있는 기업)가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의 위협은 패닉 매수를 야기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중동의 석유수출국들은 이제 자국 석유산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석유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 석유 수입국들은 불안정하고 적대적이라고 판단한 지역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했다. 중동산 석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너무 어려워 많은 시도가 좌절됐지만 그래도 1980년대 초 OPEC산 석유에 대한 수요는 반토막 났다.
마지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정부가 관리하는 석유 재고가 지난 2년간 미국의 전략비축 3억배럴 방출을 비롯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 12억배럴 정도라는 점이다. 만약 석유의 공급이 좁혀져도 그 양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상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재고는 석유 가격의 대폭적인 상승에 베팅하고 싶은 사람에게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 분쟁으로 인한 장기적 영향은 아직 불투명한 측면이 있지만 유가와 세계경제에 대한 단기적 위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