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127
시끄러운 세상
동봉
하루는 아끼는 후학이 찾아왔다.
"큰스님 이거 큰일입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세상이요"
"세상이 또 왜?"
"너무 시끄럽잖습니다."
"사람 참, 그런 게 정상이지"
"네? 시끄러운 게 정상이라고요?"
"그래, 우리가 듣지 못해 그렇지
우리 지구의 자전 속도가
초속 465m이니
음속보다도 빠르고
또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29,7859km나 되니
알고 보면 꽤 시끄럽겠지?
세상은 본디 시끄러우면서
차차 자리를 잡아가는 거라네
그저 조용하기만 하면 뭐하겠는가?"
뻘쭘한 채 바라보는 후학을 보면서
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1961년 4월 초 아홉 살에
횡성군 갑천면 상대리
금성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다들 여덟 살이면 들어가는데
게다가 난 아홉 살에 4월 초였으니
늦어도 정말 한참이나 늦었던 게 맞다
교실에 걸린 칠판 오른쪽 귀퉁이 위에
하얀 분필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일 내일 하지 말라
내일은 끝없는 내일이며
내일 속에 일생이 사라진다"
마태복음 6:34 KRV 말씀과 같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후학이 떠난 뒤 홀로 중얼거린다
'그래, 시끄럽긴 좀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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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천정 전등 인테리어/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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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023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