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계곡, 암자와 사찰 그리고 대나무숲 까지
활엽수가 가득해 울창한 느낌을 주는 기장의 명산 불광산. 고즈넉한 이 산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 장안사와 척판암이 자리 잡고 있다. 경견하게 마음을 씻어 내며 사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그리고 불광산의 오색빛깔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불광산 숲길은 장안사 주차장이 출발이다. 시작부터 울창한 나무와 멋들어지게 드러난 바위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높다란 참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길게 늘어선 나무들은 녹음의 터널을 만들며 사람들을 호위하는 듯하다. 햇빛 한 조각 비집고 들어올 수 없을 만큼 빽빽한 숲의 공기는 맑고 청량하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불광산의 숲길은 계곡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계곡은 길을 따라 연하게 휘어 돌아가는 데 거기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그 자체로 안정이자 치유다. 소담한 계곡과 바위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나무들이 이상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불광산은 넓은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하다.
색깔옷을 입은 나무와 계곡의 물소리에 젖어 길을 걸어 나간다. 금세 불광산과 장안사 갈림길 표지판이 보인다. 불광산 쪽으로 나 있는 오르막을 오르면 더욱 울창한 숲길이 나타난다. 돌계단도 넘고, 흙길도 걷다보면 내려가는 길에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바로 척판암 가는 길이다.
척판암은 산비탈 끝에 자리 잡고 있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곳이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푸른 하늘과 고운 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불광산 능선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큼직하고 든든한 수호목이 지키고 있는 척판암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 본다.
하산길은 다시 장안사로 방향을 잡는다. 불광산 밑자락에서 1,300여 년의 시간을 견딘 고찰 장안사에 들러야하기 때문이다. 병풍같이 둘러싸여 있는 불광산과 하나처럼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조화미를 뽐내는 장안사의 그림 같은 가을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낸다. 어디 그뿐인가 장안사의 알록달록한 단청과 묵직한 색감의 기와지붕 그리고 빛바랜 건물 기둥이 만들어 놓은 여유 있는 분위기는 불광산 트레킹에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소박하면서도 안정적 조화가 매력적인 장안사 경내를 거닐어 본다. 바람이 분다. 대나무가지가 흔들리며 시원한 소리를 쏟아 낸다. 그 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다. 가만 보니 경내는 온통 대나무 천지다. 그렇게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 같은 느낌의 ‘원효 이야기 숲’을 거닐어본다. 양 옆의 대나무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은 마치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또 하나의 세상 같다.
산과 계곡, 오랜 시간을 함께한 암자와 사찰 그리고 대나무숲길까지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기장 불광산에서 푸른 자연을 만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