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6년 12월 31일 일요일
역시나 오늘도 피곤을 하나 가득 안고서 잠이깼다.
실비아 찾느라고 하루종일 싸돌아 다닌대다가 새벽4시까지 맥주를 먹었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
아무리 자고 싶어도, 미칠 정도로 눈을뜨기 싫어도 9시전에는 눈을 뜰 수밖에 없다.
민박집의 아침식사가 8시부터 9시 사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밥을 먹기 위해 잠을 안자는 것은 아니다.
이유인즉슨......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아침을 먹겠다고 그 좁은 민박집을 동서남북 사방팔방 들쑤시고 다니니
이건 뭐 나무늘보 할애비가 와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까짓 나의 사랑스런 위를 힘들게하는 민박집 아침?? 후후..
나는 숟갈로 떠멕여 줘도 안먹는다...
절대로....
하지만 그건 나의 다짐이자 바램일뿐..
나 또한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들틈에 껴 앉아
부스스한 얼굴에 폭탄을 맞은 듯한 머리를 한 채로 또 다시 밥을 꾸역꾸역 먹기 시작한다..
아니 밥을 먹는게 아니라 밀어 넣는다는게 더 올바른 표현일듯하다..
마약과도 같은 아침밥...
아침은 거르면 안된다는 나만의 법칙이 있는 나이기에 사람속을 얄밉게 뒤집어 놓는
런던형 한식을 먹고나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앉으니 또 한숨이 나온다...
‘아~~오늘은 또 머하지??할게없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삼성형에게 물어본다.
나: 형!! 오늘은 머할거에요?
형: 글쎄~~나도 잘 모르겠네...오늘은 리즈성에나 한번 가볼까해..
나: 리즈성?? 그게 어딘데요??
형: 나도 잘모르는데 좀멀대~버스타고 가야된다더라~~ 같이갈래?
나: 그래요?? 에이...난 성은 별로 안땡기는데..형 혼자 갔다와요~~
그리고 나중에 저녁먹고 불꽃놀이나 보러가죠~
형: 그래~그럼 그러자구
아~~젠장...나의 유일한 빠트너였던 형과도 오늘은 헤어질 분위기다.
그러나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다..
자자 힘내고 멀할지 생각을 해보자...
하지만....
결국 할 일이 없어 책을 뒤지다 보니 마침 그리니치가 눈에 띄인다
런던시내는 지겹고, 멀리가는건 귀찮던 나에게 그리니치는 꽤 괜찮은 장소인 것 같았다.
마침 몸도 피곤하고 잠도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그리니치에 가서 공원에 누워 한숨자고 오면
대충 저녁시간에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리니치로 갈 준비를 하고
그전에 잠깐 동생에게 메일을 쓰기 위해 컴터를 하러 갔는데
마침 거기에 어제 입국거부를 당했던 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또 꼴에 어제 한번 봤다고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 잘 잤어요? 어제 고생하셨을 텐데...
누나: 네 잘잤어요....그쪽은요??
나: 어유~~너무 잤죠~~여기 얼굴 부은거 보세요ㅋㅋ
그나저나 오늘 머하실 생각이세요?
누나:저는 오늘 브라이튼 갈 예정이에요..
나:브라이튼?? 거기가 머하는곳인데요?
누나:그냥 바닷가 도시에요..
나:바다요??
누나:네..
나:저도 같이 가면 안댈까요? 저오늘 할 것도 없고 갈데도 없거든요..
누나:그래요 그럼...마침 같은 방쓰는 동생도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셋이같이가죠~
나:그래요~~그럼 저 빨리 준비하고 나가죠
<브라이튼 거리의 모습>
조우와~~~조우와~~~조우와~~~빠라빠라~~~
역시난 여행천재다!!
오늘 역시 할게없고 갈데도 없었지만 결국은 브라이튼이라는 생소한곳에 단지 바다가 있다는,
그리고 내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이유하나로 같이 가게 된 것이다..
때마침 리즈성을 갈려고 했던 삼성형이 하루에 한번있는 버스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나의
세치혀 앞에 쓰러지고 결국 우리랑 같이 브라이튼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하루 같이 브라이튼으로 가기로 한 멤버가 정해졌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1.타고난 여행천재이며 내가 좋고 재밌으면 그걸로 끝인 나!!!!
2.어제 만난 돈좀 버는 삼성형님
3.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알게된 입국거부를 당한 운도 지지리도 없는 교사누나
4.같이 가게된 어제 같이 술마신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
이렇게 우리는 한팀이 되어 빅토리아 역으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우리 4명은 어제 처음만나 처음 같이 여행하는 사이치고는 꽤 궁합이 잘 맞았다
가자마자 표를 끊으러 갔는데....
오잉~~~!!
4명이 한꺼번에 티켓을 구매하니까 표값이 50%로 할인이 되는 것이다.
알고봤더니 런던의 기차가 그런건지 영국의 기차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4명부터 같이 티켓을 사면 50% 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거 맞는 이야긴가요?? 아시는분은 다른분들을 위해 좀 알려주심 감사요~)
왠 횡재~~~~
아침부터 기분이 한껏 고무되었다.
돈이 남으니 저절로 생각나는건 바로 먹는것!!!
아침밥은 말 안해도 맛없다는건 그집밥 한끼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
결국 우리는 또다시 만장일치로 가는 기차에서 먹을 빵을 사기로 하고 서로 먹고 싶은 빵을 하나씩 골라서 사고 기차를 타고 출발을 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먹은 빵들>
‘아~~너무 좋다..기차를 타니까 진짜로 여행하는 느낌이 나네..’
정말로 복잡한 런던시내를 기차를 타고 벗어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고 그 자리에는
설레임과 행복함이 대신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
브라이튼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 곳인데
해안도시라 그런지 바람도 거의 태풍 수준으로 부는, 그리고 게이들의 도시라 불릴만큼
게이들도 많다고들 한다.
어찌됐던 그렇게 1시간을 달려 브라이튼에 도착...
바닷가쪽이라 생각되는곳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우~와~
바닷가 도시라 그런지 바람이 꽤 부는 것 같았다..
옷을 다시 한번 단단히 입고
고고씽~~~!!
<브라이튼>
가는길에 있는 쇼핑거리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엄청나게 세찬 바람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이건 곧 바닷가에 거의 다왔다는 뜻인데
여기서 잠깐 그날의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얘기를 하자면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해 내가 가고싶은 방향이 아닌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몸이 자꾸만
움직이고 서 있고 싶어도 바람 때문에 걸어야만 할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강풍아래의 연인들....당신들은 참 따뜻했겠다!!!>
나 칼잡이!!
여행당시 키 185에 몸무게 85를 자랑했던 건장한 체구의 대한민국의 사나이다.
웬만한 바람따위에는 눈하나 깜빡안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2003년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때도 꿋꿋하게 그 세찬 바람속에서도
술이 먹고싶어 문이열린 술집을 찾아 나섰던내가,
고작 이따위 섬나라의 바람에 자꾸 퐈이팅을 소진시키고 있었다.
‘이런젠장...근성따위는 개를 줘버렸나??’
하지만 나 !!!!!!!!
오로지 근성하나와 퐈이팅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가 아니더냐??
일행들을 다독여 드디어 백사장(?)으로 짐입하는데 성공했따~~
이~야~~
물좀 보시게~~
색깔이참......
아무리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렇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브라이튼 해변가의 모습들>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바다에 너무너무 신이 난 우리들....
연신 사진을 찍고 포즈잡고 뛰어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보니 옆쪽에 바다와 연결시켜 만든 놀이 동산 같은곳이 있었다.
<우리가 탄 놀이기구...참 비싸다..>
서로의 눈을 바라본 우리4명!!!
어~~쩜 이리 죽이 착착 맞는지..ㅋㅋ
말이 필요없다..
눈빛하나로 바로 놀이 동산 고고씽!!!!
<놀이 동산안의 오락실에서...>
놀이기구 수준같은건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했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무작정 좋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오락실...
영국의 오락실은 어떨까 싶어서 들어간 우리...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앗다..
비싸기만 드럽게 비싸고...
<게임삼매경에 빠진 영국 젊은이들..>
그렇게 놀이기구도 타고 사진도 찍고 한참을 재밌게 놀다보니
어느순간 한명의 예외도 없이 배가 고파옴을 느꼈다..
그것도 아~주~무지하게~~
하루종일 재밌게 놀고 기분이 최대로 업이 되어 있던 우리...
이 기분 이대로 레스토랑을 하나 지르기로 했다.
물론 좀 비쌀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고작 돈 몇푼 때문에 그런 소중한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았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닌 모두의 생각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중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밌었던 경우는 나와 성격이
비슷하고 여행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재미가 있었고
반대로 재미가 없는 경우는 나랑 반대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굉장히 단순한 논리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2부에 계속...
첫댓글 진리 중의 진리죠~ 여행스타일~! ㅋ 그날 그날에 따라서 여행 장소를 정하는거 자유롭고 좋네요~
브라이튼이 바닷가 였군여 ㅋㅋ 전 책으로 봤는데 자세히 안봤나봐요 ㅋㅋ 여행기 잘 읽고 가요
아...넘 가고시퍼라...잼나게 열심히 읽고 있슴다~
ㅎㅎ 브라이튼에서 즐겁게 보내셨군요.. 재밌게 읽고 있어요.. 퐈이팅해서. 글 많이 올려주세요...
저도 2007년도에 2008년도 봄에 다녀 왔는데 브라이튼 바닷가의 조약돌은 정말 신기하리만큼 티클하나 없이 너무 깨끗해서 예쁜 조개껍질을 주워온게 아직도 있네요...외국인 남친이 이곳에서 사귀자고 프로포즈를 했었는데 그립네요...
글이 참 재미있네요^^*
글만봐도 내가 꼭 그곳에 있는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