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어느날, 선생님이 열렬히 외치시던 한마디가 문득문득 떠오른다. 선생님은 여름날 더운 그날 땀을 뻘뻘흘리며 열렬히 영어시간에 외치셨다.
"My favorite hobby is playing computer game. 자, 따라해봐!"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좋지도 않은 발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선생님의 명령에,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아무 생각없이 따라했다. 말그대로, 콩글리시의 발음을 구사하며, 마이 페이버릿 하비 이스 플레잉 컴퓨터 게임. 이라고 혀를 놀리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절대로 혀를 굴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혀를 굴린다면, 주위 아이들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 때문이다. 어렸을적 나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잠깐 이야기가 밖으로 새나갔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지금도 초등학교 몇 학년 인지도 기억 안나는, 영어 단원의 제목을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내가 뭘 해야하는지, 뭘 잘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변에서 많이 배웠기에 발음도 그 때 그 당시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이 문장을 읊을때만은, 초등학교의 일명 콩글리시의 발음으로 돌아갔다.
가슴이 답답하여 창문을 활짝 열고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쉽게도 별은 없었다. 대전의 공기도 탁해진 것일까, 나는 쓴웃음을 짓고선 그냥 하늘을 그렇게 바라봤다. 이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초등학교때 수없이 바뀌었던 작은 꿈이라도, 다시 갖고싶은 마음에, 크게 소리질렀다.
"와아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 같이 고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에 누구냐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나의 취미는 무엇일까? 갑자기 사고가 정지한다. 모르겠다. 응, 모르겠어. 또다시 그냥, 피식- 웃었다. 언제나 이런식이다. 나의 생각은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이렇게 어이없이 끝난다.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시 - 2000. 3. 21, 일기 - 2002. 6. 21' 노트의 겉 표지에 적혀있는 낱말의 배열, 이것은 내가 이때부터 이런 종류의 글을 적기 시작했다- 라는 표시이다. 꽤나 오래됐음에도, 노트가 꽉 차지 않은것은, 들쑥날쑥한 나의 글적는 날이 첫 째요, 둘 째는 글을 적는 내용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노트의 중간을 확 잡아폈다. 일부러 어느 한 곳을 노린것이 아닌, 그냥 무작위로 집어 펼친 노트 한쪽에, 나는 영단어를 적었다.
'My favorite hobby is.'
더이상 적어 내려갈 수 없었다. 모르겠다. 정확히 이곳에서 언제나 탁, 막힌다. 완전한 문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나의 바램은, 나의 무지함과 결단력 부족으로인해, 미완의 문장으로 공책 여러 군데에 남아있곤한다. 지금도 여러 중학교 교과서를 들춰보면, 심심치않게 나오는것이 저 문장이다. 나는 그냥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복잡한 마음이다. 이럴땐 높은 하늘의 별을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글이다. 그래, 이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글에 '재능'을 갖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is.라는 단어뒤에 write novel or short story. 라고 적지 못한다.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은 이세상에 많고 많기에, 나는 간단히 내 이름에 '작가'라는 수식어나, '3류 작가'라는 수식어조차 붙이는걸 두려워한다.
솔직히, 소설가가 되기는 싫다. 왜냐하면 문학은 배고프다. 라는 개념이 박혀 있어서일까, 나는 역시 내 즐거움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돈을 더 중요시 여기는것 같다. 그래, 이것이 다름아닌 '가치 전도 현상'이다. 나는 도덕시간에 배운 이 낱말을 여기서 사용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한 구석에 가드에 끼워져 있는 카드 한 벌을 집어들었다. 종이 케이스에 들어있는. 일루져니스트사의 바이시클, 고스트 덱. 그냥 생각없이, 비생산적인 습관인, 패닝을 한다. 꽤나 처음보단 가지런하게 펴진다. 괜히 흐뭇하여 씨익- 웃었다. 또다시, 고민은 뒷전이다. 그냥 불을 끄고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책상위에 펼쳐진 노트를 보니 또다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탁, 덮은 노트의 표지가, 닳아서 반질거렸다. 나는 내가 평소에 글을 적는 노트를 한 권 뽑아서 책가방속에 찔러넣었다. 책꽂이의 한 칸이 내가 적은 글로 한 칸이다.
역시, 나는 글이 너무나 좋다. 오늘은 왠지, 쉬운 영어 문장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괜시리 힘이 솟았다.
첫댓글 여기까지 암흑소운님의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