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유! 출근하면서 두 놈, 퇴근하면서 세 놈. 그렇게 범인 잡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되나. 정직하고 뚝심 있게 영화 작업을 해온 김유진 감독이 <약속> 이후 4년 만에 그것을 알려준다.
강력반은 형사들의 세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부서다. 끔찍한 전설과 험한 일화 속에서 다양한 인간들이 이리 뛰고 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그 집단 속에, 30대의 노련한 오영달(정진영)과 20대의 패기만만한 방제수(양동근)가 있다. 두 형사의 일은 지나가는 사람을 거리에서 무기로 때려 기절시킨 뒤 금품을 갈취하는 ‘퍽치기’ 일당 뒤쫓기. 그 와중에 형사 후배 방제수는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불심 검문을 하며 지내고 형사 선배 오영달은 협박 전화가 걸려오면 도리어 악을 쓰는 아내와 잘살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고참 형사는 또다시 칼에 찔리는 게 두려워 중학생 날라리들만 다그치고 산다. 죽은 사람을 위해 범인을 잡겠다는 염원은 물론 형사 일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 노력, 두려움이 가득한 생활을 보여주는 <와일드 카드>는 분명 인간을 향한 애정이 녹아 있는 드라마다.
<약속> 이후 4년 만에 <와일드 카드>를 들고 돌아온 김유진 감독에겐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우여곡절도 있었다. 차기작으로 사기꾼 얘기와 불임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다 포기한 후 오랜 콤비인 이만희 작가와 1년여 간의 취재 끝에 강력반 형사 집단의 생활을 좇는 영화 <와일드 카드>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결혼은 했을까? 언제 밥 먹고 언제 잘까? 같은 동료끼리 제일 싫어하는 것은 뭘까? <와일드 카드>의 시나리오는 형사들이 봐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났고,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을 단숨에 매료시켜 쉽게 투자를 받았다. 특이한 것은 그동안의 여러 형사물과는 달리 형사들의 일상을 쉽게 보여줄 소재로 ‘퍽치기’를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맞는 거 보면 한심하지. 그야말로 ‘퍽’ 하면 끝나거든요. 살려달라고 빌 겨를도 없고, 예고가 없다는 게 가장 무서워요. 형사들은 이런 사건의 해결이 더 어렵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연쇄 살인’ 같은 자극적인 단어에만 민감하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새 잠복 근무한 후 새벽 5시 수사 보고를 하는 형사 인생을 찍고자 김유진 감독은 금연초를 피우며 지난해 10월부터 밤샘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 비슷한 인생이다. <와일드 카드>의 인간적인 매력은 또 있다. “형사가 둘 다 너무 착하고 정의롭다고?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난 언젠가부터 ‘착하게 살자’는 주의가 됐어.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왜 그런지 백날 영화 만들려고 거짓말하며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내가 좀 그러겠다는데 덧나냐? 하는 심정이기도 하고.”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다. 오랜 벗이며 머리 싸매고 시나리오를 연구했다는 정진영, 각종 데이터를 주워섬기며 똘똘하고 날렵한 형사로 변신한다는 구리구리 양동근의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형사 커플을 보여주리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자신의 영화와 사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중년 감독의 뚝심에 그를 믿고 싶어진다.
TIP! 김유진 감독 “<약속>이 흥행하긴 했지만 난 그저 은퇴작이 안 된 게 다행이라고 여겼지요. 그전에 안 된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이번엔 <와일드 카드>로 잘하면 한동안 버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