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쯤 눈을 뜨면 곧장 뒷산으로 향한다. 주로 걷기를 하면서 해가 떠오르는 걸
볼수 있는 쉼터에서 맨손체조 뜀뛰기를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1시간 반정도 거닐
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신문을 뒤적이다 세수를 하고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식사를 8시반쯤에 한다.
아침을 먹고나면 베란다에 있는 꽃나무를 들여다보며 꽃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집안
의 화분을 살펴보는것, 화단옆에 내어놓은 화분과 화단에 심어놓은 무화과나무 쥐똥나
무 바위취 등을 들여다 보는것도 나에게는 소박한 즐거움의 하나다.
11시 다 되어 통밀식빵에 꿀을 바르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 한것과 치즈를 얹어 우유를
살푼 데워 먹고 11시 반쯤 집을 나선다. 나의 일자리인 반포세무서의 민원상담실로 간다.
안내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프론트 데스크에 앉았다 섰다 하면서 세무관계 손님들을 안
내한다. 12시부터 3시까지가 나의 일이다. 조금 지루할 때도 있지만 재미 있는 일들도
가끔 있는 요지경세상이다. 어떤 할머니가 들어와서 화장실을 찾을때도 친절히 안내를
해 주면 관공서가 좋기는 좋구나 하고 한마디 한다. 한번은 노신사가 들어와 자기가
배우인데 데리고 있던 직원이 돈 일억을 들고 도망을 가 버렸는데 세무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어보러 왔다는데 가만히 어디서 듣던 목소리라 생각해 보니 베테랑
배우 정한용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 일을 하면서 손
님이 없을 때는 틈틈이 발뒤꿈치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
3시가 되어 다음 사람이 오면 안내팻말을 넘기고 나온다. 내방역에 내려서면 바로 오른
편에 빵집이 있다. 거기서 맛 있는 빵을 사서 들고 오기도 한다. 여기서 숭실대역까지는
딱 세 정거장이다. 동네 마실 갔다 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숭실대역에 내려 집에 오는
도중 40대중반의 남자가 열심히 떡을 만들어 파는 떡집이 있는데 요즘은 부인인지 젊은
여자가 떡을 팔기도 한다. 유난히 그 집 떡이 몰랑몰랑 맛이 있어 나는 수시로 거기서 떡
국떡을 사 오기도 하고 만원을 내고 삼천원이 남으면 그것으로 달콤한 인절미를 사 와서
먹기도 한다.
지금 도로 양편으로는 이팝나무들이 마치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것처럼 새하얀 꽃
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집으로 올라오다 아파트경내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국순당 막
걸리 두 병에 과자 한두봉지를 사 오기도 하는데 과자값이 예사롭지 않다. 이러니 대파니
물가얘기가 계속 나오지 않나 싶다.
집에 도착하면 3시반을 넘어서는데 아내는 밥을 먹을것인지 떡국을 끓일것인지 묻는데
어떤 때는 내가 라면에 떡을 좀 넣어 떡라면을 해서먹는데 아내는 엔간하면 라면은 먹지
말라고 한다. 대충 요즘의 나의 하루 일과가 이러한데 아직까지는 큰 병없이 살고 있으니
단순하고 조촐한 행복을 누리고 산다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24.5/2
첫댓글 읽고보니 저 또래의 동연배이신 분 같네요
저는 올해 73세입니다
아직 젊었을때 경험으로 공사현장 감리업무에
일하고 있습니다
노후인지 모릅니다만 조촐한 하루가 눈에 선하네요
내내 건강 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나이는 제가 한참 위인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