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ㅇㅇ씨(71세)는 신장암과 직장암을 동시에 제거해야 했다. 수술 시간만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직장과 신장의 암이 모두 제거됐다. 암을 수술해서 제거됐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 경우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될 수도 있다. 의료진은 예방적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위해 2주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다. 항암치료는 총 12회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순탄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첫 3회까지는 밥맛이 떨어지는 정도의 부작용이 있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였다.
하지만 4회째 항암치료를 받을 때부터 기력이 크게 떨어진다.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다. 그래도 버티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8회 치료를 끝낸 후에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의료진과 상의한 끝에 치료는 2주 정도 중단했다. 이후 다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고 입맛이 없었다. 제대로 식사하지도 못했다. 이를 악물고 12회 항암치료를 모두 끝냈다. 수술에 항암치료까지 모두 끝냈으나 더이상 암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기를 기대했다. 암의 전이와 재발을 확인하기 위한 추적 관찰 검사를 해야한다.
약 1년이 지났다. 간에서 암 2개가 발견됐다. 직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이다. 전이된 간암 치료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암이 혈관 가까운 쪽에 있어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간 기능도 아주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섣불리 수술을 시도했다가는 간부전이 올 수도 있었다. 의료진은 일단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12회 이상 일정이었다. 부작용은 1차 때보다도 더 심했다. 거의 걸을 수조차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에 부쳤다.
식사도 거의 하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도저히 암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환자 정씨는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항암치료를 끝내지 못하고 수술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시행한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왔다.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더 이상 뭘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다른 치료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양성자 치료가 전이된 간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성자치료는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 두 곳에서 시행 중이다. 양성자 치료는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어려울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에 앞서 양성자 빔이 제대로 주입되도록 호흡훈련을 했다. 이 훈련을 비롯해 준비작업에 약 1주일이 걸렸다. 양성자 빔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30분씩 맞았다. 이것으로 양성자 치료는 끝났다. 담당의사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연속적으로 양성자 빔을 쏜 후부터는 결과를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간에 있던 두 개의 암 중 하나는 흔적만 남았다. 나머지 하나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기대이상의 치료효과였다. 하지만 암이 다시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담당의사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였다.
물론 아직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직장과 신장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환자 정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 몸이 급속도록 좋아졌다.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걷기운동도 재개했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 자주 간다고 한다. 매일 두 시간씩 걷고있다. 양성자 암 치료법은 주로 간암이나 폐암, 전이된 간암이나 폐암, 두경부암, 소아암일때 많이 활용한다. 방사선 치료의 한 종류다. 양성자 빔을 쏘면 암세포를 골라서 파괴한다.
방사선 치료보다 더 정밀하고 적은 횟수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일반적으로 방사선은 닿는 부위가 넓다. 이때문에 병든 조직뿐 아니라 주변 건강한 조직까지 파괴한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목표지점에 정확히 닿기 때문에 주변 장기나 조직을 파괴하지 않는다. 일반 방사선 치료는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데체로 10-30회 해야한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길어도 10-15회로 끝날 때가 많다. 양성자 치료는 매일 이어서 하는게 원칙이다. 종양 세포는 치료해도 다시 자라기 때문에 가급적 자주 억제해 주면 좋다. 하지만 하루에 2회 이상 양성자 빔을 쏠 경우 정상 장기들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일 1회 시행하되 며칠 동안 이어서 하는 것이다. 보통 양성자 치료를 끝내고 5년 정도 지날때까지 암이 자라지 않을 확율이 80-90%에 이른다고 한다. 다만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 될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치료 후 1년 이내는 3개월마다 그 후로는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최근 국내 대학병원에도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가 도입됐다.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는 그 원리가 같지만 입자의 질량이 커질수록 더 높은 브래그 피크를 가지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부작용 없이 암 조직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 질량이 큰 입자가 더 유리하다.
중입자 치료는 뇌종양이나 췌장암, 폐암이 효과적이다. 가장 작은 양성자(수소원자핵)를 이용하는 것이 양성자 치료다. 중입자 치료는 치료율이 높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수천만원이라는 단점이 있다. 반면 양성자 치료는 전립샘암과 유방암을 빼고 대부분 암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