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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추천.명상글 스크랩 할머니의 외양간
아리수 추천 0 조회 14 08.10.29 10:4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할머니의 외양간

 

 

                                                                갈원/김정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사랑채에서 혼자 기거하셨다

사랑채엔 입 큰 가마솥이 걸려 있고 그 옆엔 외양간이 있었다

할머니는 첫닭 우는 으스름한 새벽이면 일어나 가마솥에 쇠죽을 쑤었다

가을거지 끝날무렵 꾸정물과 뜨물을 받아 겨, 콩싸래기와 콩깍지을 버무려 쇠죽을 쑤었다

이른 아침 사랑채 가마솥의 구수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쇠죽냄새가 우리집 아침을 열고오곤 했다

그 때 큰 눈을 껌벅이고 침을 흘리며 긴 꼬리 하얀숨 내리쉬며  할머니를 물끄러미 처다보던 소 

지난 봄부터 그 소는 쟁기질 써레질이 좀 서툴러도 우리집 큰 머슴처럼 일해주던 소

할머니의 정성이 깊어서인지 반지르르한 몸매 떡 벌어진 어깨가 제법 큰 일군 다웠다

소에겐 그해 겨울이 참 행복했는지 모른다

새벽잠이 없는 할머니의 정성이 손주보다 더 했을지 모르니 말이다

다시 봄이 올 때쯤 일이 생겼다 내가 상급학교에 갈려면 그 소를 팔아야 한다는 게다

우리집 생활은 늘 그랬 듯 애꿎은 소만 팔려가게 되었다 그 한 같은 등록금 때문에....

할머니는 아무말은 않했지만 손주를 위해선 그 소를 팔아야 될거라고 여기면서도

못내 아쉬움이 남아 있는지 그날 저녘 외양간을 뜨지 못하시고 소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소 장수가 소를 끌고가는 이른 봄 장날 아침,할머니는 못내 아쉬워 눈물을 글성였다

소도 그 심정을  아는 듯 커다란 눈망울 적시며 무슨말을 남기면서 외양간을 끌려나갔다

손자 볼 이 나이에 소를 볼 때면 할머니가 생각나고 가슴이 메이는지 모른다

어린애 같이 이 손자는 그 소처럼 지금도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눈시울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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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0.29 23:18

    첫댓글 제 어린시절 이야기같아 찡한 마음입니다. 소를 팔아야만 학교등록금을 댈 수있었는데...소도 울고 나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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