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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환 감독의 마라톤 레슨 (1)마라톤 전도사들
직업이 마라톤 지도자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건이 되면 가능한 성실히 답변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미안하기만 할 따름이다. 스포츠투데이에서 국내 처음으로 일간지 마라톤 레슨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운도 좋고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 마라톤 지도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에 한국마라톤을 대표해 신문 레슨을 한다니 부담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숱하게 많은 질문을 해온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일일이 만나 답변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신문 지면을 통해 다소라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마라톤 신문 칼럼. 그것도 제1회. 어디서부터 무슨 얘기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아마추어를 위한 훈련법,아니면 주법 식이요법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지만 결국 첫 회는 ‘마라톤 전도사’들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라톤 인구 300만시대를 맞아 마라톤 전도사로 소개시킬 분이 너무 많다. 모든 분들을 빠짐없이 알려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먼저 방송을 통해 국내 최고의 마라톤 프로그램을 만든 윤여춘 MBC 해설위원을 알리고 싶다. 윤위원은 지난해 3월부터 MBC ESPN을 통해 ‘윤여춘의 마라톤 교실’을 방영해왔다. 초보자부터 선수 뺨치는 실력자까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비디오테이프로도 제작해 보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번째는 이홍렬씨다. 84년 제55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4분59초로 ‘마의 2시간15분 벽’을 깬 마라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한때 가수의 길을 걸었던 까닭에 입담도 좋고 레슨 노하우가 뛰어나다. 각종 마라톤 동호회를 찾아 ‘이홍렬 마라톤 무료교실’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라톤 전문 인터넷홈페이지인 런조이닷컴(www.runjoy.com)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경기인 출신은 아니지만 여행사 대표로서 마라톤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동창 여행춘추 사장,기자 출신으로 마라톤 보급에 인생을 건 선주성씨,여자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으로 런너스클럽(www.runnersclub.com)이라는 훌륭한 마라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방선희씨 등을 ‘마라톤 도우미’로 추천하고 싶다. (2)달리기자세 누구나 자신만의 달리는 자세가 있다. 이봉주 같은 세계적인 마라토너도 자신만의 특성이 있는 주법을 구사한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절대 정답은 없다. 자신의 신체 특성에 맞는 자세(폼)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아무렇게나 뛰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대부분 아마추어들이 꼭 명심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이 있다. 워낙 긴 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처음 마라톤에 입문할 때부터 바른 자세를 갖춰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부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적인 선수들도 현대 마라톤이 갈수록 스피드를 중시하고 있기에 자세교정 훈련에 더욱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마라톤의 기본적인 자세는 아래와 같다. ①머리는 약 20m 전방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편안한 자세가 좋다. ②어깨와 팔목에 힘을 최대한 빼고 팔이 L자가 되게 굽힌 다음 자신의 양 엄지손가락이 앞가슴을 스치지 않도록 붙여 최대한 크게 뒤로 쳐준다. ③허리는 본인이 서 있을 때는 일자로 서 있지만 달릴 때는 상체가 약 5도 정도 숙이도록 한다. ④골반에 중심을 둔 채 보폭은 허벅지를 이동시킨다고 느낌으로 무릎을 약간씩 들어주며 달린다. ⑤발목은 공중에 뜰 때는 힘을 빼고 착지할 때는 발뒤축을 앞으로 뻗는다. 뒤꿈치가 착지됨과 동시에 발바닥을 굴려서 앞꿈치로 튕겨주면 허리와 골반, 착지된 발의 무릎 오금이 펴지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이는 아주 부드러운 자세로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처음에는 팔 동작과 발의 착지 등이 어색할 수 있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금방 몸에 익숙해지고 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초보자 단계를 넘어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쉽게 주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면 스피드 향상을 위한 전문가용 주법을 다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달리기 자세와 관련해 ‘이봉주 레이스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겠다. 이봉주를 잘 아는 육상인들은 뛰는 모습만 봐도 컨디션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상체와 머리가 뒤로 젖혀질수록 힘들어하고, 독특한 동작으로 흔드는 오른팔이 조금이라도 아래로 처지면 컨디션이 안 좋은 것으로 알면 된다. 이런 점을 알고 섬세하게 경기를 관전하면 한층 더 재미있을 듯싶다. (3)한국선수 추천 주법 쇼트피치(Short Pitch)와 롱스트라이드(Long Stride)는 주법과 관련 있다. 영어의 단어 뜻 그대로 전자는 보폭이 짧은 주법, 후자는 보폭이 큰 주법을 나타낸다. 쉽게 표현하면 각각 ‘잰걸음’과 ‘학다리걸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쇼트피치는 꾸준한 페이스 유지에 이점이 있지만 순간스피드는 떨어진다. 반면 롱스트라이드는 폭발적인 순발력과 스피드가 강점이지만 후반 체력이 고갈되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하체 길이가 짧은 아시아 선수들이 쇼트피치를, 유럽 및 아프리카 선수들이 롱스트라이드를 애용해왔다. 하지만 현대 마라톤이 스피드를 중시하면서 이제 엘리트 선수에게 있어 쇼트피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2시간5분,6분대를 뛰기 위해서는 42.195㎞ 내내 빠른 스피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거의 모든 대회의 순위가 마지막 1∼2㎞ 구간의 스퍼트 싸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남녀 세계기록 보유자인 할리드 하누치(미국),폴라 래드클리프(영국)는 물론이고 한국의 이봉주,지영준,김이용 등 대부분의 세계 톱랭커가 모두 롱스트라이드 주법을 구사한다. 그렇지만 마라톤 동호인에게는 정반대의 충고를 하고 싶다. 세계기록이나 한국기록 경신이 목표가 아니라면 대부분 한국 사람의 경우 부상 위험이 적고 페이스 유지가 유리한 쇼트피치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넓은 보폭을 고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은 맨발로 뛰어볼 필요가 있다. 저절로 발근육이 자극을 받아 자연스레 쇼트피치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또 “몇 ㎝가 좋으냐”는 구체적인 질문도 많이 받는데 이는 정답이 없다. 키와 또 같은 신장이라도 다리 길이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아무리 쇼트피치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어깨 넓이보다 넓어야 한다는 점이다.
(4)발의 착지동작 이곳 해밀턴은 남반구에 위치해서 한국과는 정반대로 지금이 한겨울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7∼8도, 낮에는 15∼18도 정도로 한국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해 운동하기 딱 좋다. 이봉주가 4월 런던마라톤 후 휴식기간이 길어 몸이 살아나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에 온 후 컨디션이 좋아져 다행이다. 지난주 주법을 얘기한 후 한 애독자로부터 발의 착지동작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뛸 때 일직선으로 뛰는가”와 “착지시 발의 정확한 모양은 어떤가”,두 가지였다. 먼저 일직선은 당연하다. 100m에서 마라톤까지 육상의 기본 뜀뛰기는 일직선으로 이뤄진다. 좀더 자세히 보면 스타트한 후 속도가 늘어나면서 발의 착지는 하나의 선상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그림1 참조> 이론적으로도 양발의 착지가 일직선상에 놓여야만 보폭에 따른 거리를 최대한 늘릴 수 있다. 착지시 발의 모양은 더욱 중요하다. 일직선상에 발이 놓인다 하더라도 발바닥이 좌우로 치우침 없이 곧게 펴져야만 좋은 주법이 나온다.<그림2 참조> 작은 차이지만 42.195㎞를 뛰다보면 엄청난 거리차를 발생시킨다. 또 몸의 중심을 앞으로 밀어주는 추진력도 발바닥이 곧게 펴진 상태에서 가장 커진다. 세계 톱랭커들은 예외 없이 모두 발의 착지가 곧게 이뤄진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엘리트선수들도 착지시 발바닥이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도 ‘8자 걸음’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마라톤에는 아주 치명적인데 평소 생활에서 발의 착지를 곧게 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봉주의 경우 거의 완벽하지만 오른쪽 발이 착지시 약간 바깥쪽으로 벌어지곤 한다.
(5)마라톤화
이곳 해밀턴에 오기 전 건국대 4학년의 마라톤 유망주 신영근을 스카우트했다. 자질이 뛰어나 향후 국내 톱랭커가 될 가능성이 많은 기대주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습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대회를 뛰면 꼭 레이스 도중 발이 까지고 물집이 잡히는 등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신발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고민이다. 그가 삼성전자육상단에 입단하면 감독으로 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고 마라톤 동호인들에게도 신발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라톤 신발을 짚고 넘어가겠다. 먼저 신영근의 경우처럼 같은 신발이 연습 때는 이상이 없다가 대회 때 말썽을 부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발 탓이 아니다.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다리와 발에 힘이 들어가 발생하는 부상인 것이다. 예컨대 양 발의 크기가 각기 틀린 이봉주의 경우 가장 큰 핸디캡을 가졌으면서도 신발 때문에 발에 문제가 온 적은 없다. 레이스에 두려움이 없고 워낙 자신감을 가지고 뛰다보니 예기치 않은 부상은 없는 셈이다. 신영근의 경우도 새로운 신발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마라톤 동호인들도 연습 때 문제가 없는 ‘편안한’ 신발이면 본 경기도 ‘OK’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엘리트 선수들은 풀코스에 나설 때 15∼20㎞ 정도만 뛴 마라톤 전문화를 신는다. 너무 낡은 것은 풀코스를 뛰기에 효능이 떨어지고 완전 새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다시 대회용으로 쓰는 경우는 없다. 워낙 많이 뛰다보니 연습용 신발도 한 달에 1.5켤레는 소요된다. 일반인의 경우 몇 번 신으면 금방 닳아버리는 초경량 마라톤 전문화보다 바닥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택하는 게 좋다. 흔히 말하는 ‘깔창’,즉 발바닥이 닿는 부분의 물결처럼 볼록한 부분이 많이 닳으면 좋지 않으니 이때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6)피칭거 박사와의 만남
‘기록향상을 위한 마라톤 트레이닝’이라는 책이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도 번역·출판된 책인데 ‘더욱 빠른 페이스의 달리기’,‘부상을 입지 않으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여러 차례 마라톤 완주하기’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구해서 유용하게 읽어보고 있는데 이곳 뉴질랜드에 이 책의 저자인 피트 피칭거(Pete Pfitzinger)가 스포츠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고 해 찾아가 만나봤다. 오클랜드 시내에 위치한 ‘뉴질랜드 아카데미 오브 스포츠’는 최첨단 스포츠의학 시설에 축구장 4면을 갖추고 있는 꽤나 부러운 스포츠전문연구소다. 이곳의 소장인 피칭거 박사는 80년대 미국 최고의 마라토너 중 한 명으로 84LA올림픽과 88서울올림픽의 미국대표로 출전했다. 이후 운동생리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88올림픽 때 만난 뉴질랜드 여자마라톤 선수와 결혼해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피칭거 박사는 자신(87년)이 3위에 그친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봉주리(2001년 우승)’를 잘 알고 있었다. 이봉주의 코치가 뉴질랜드까지 자신을 찾아온 것을 크게 반기고 1시간30분 동안 아카데미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하며 마라톤에 관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특히 마라톤을 뛸 때 생기는 피로물질인 젖산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젖산을 줄이는 훈련방법, 웨이트훈련 방법 및 강도 등이 아주 유용했다. 또 마라톤뿐 아니라 각종 종목 선수들의 동작을 컴퓨터로 분석해 교정해주는 방법은 국내에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마라톤을 뛰기만 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지도자와 선수 모두 공부를 하지 않아서는 버틸 수가 없는 가장 첨단화된 종목 중 하나다. 레이스 및 훈련에 관한 이론도 다양하고 엄청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 및 마라톤 이론가들을 만나는 것은 전지훈련의 큰 기쁨 중 하나다. 일반인들도 마라톤에 관한 각종 정보를 찾아 훈련에 접목시킨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피칭거 박사도 “공부(이론)와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7)팔동작
7월29일 한국에 온 후 우연히 집 근처인 올림픽공원을 지나다가 러닝을 즐기는 마라톤 애호가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다양한 체형 못지않게 뛰는 폼도 다양했다. 특히 양팔의 동작은 제각각이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한 5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분이었는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저러면 금세 무리가 올 텐데…. 러닝시 팔동작의 기본은 상체에 가능한 힘을 빼고 “팔꿈치로 쳐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일단 양손은 달걀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살짝 쥐는 듯한 모양을 만들면 좋다. 주먹을 꼭 쥔다든지 손가락을 펼쳐 늘어뜨리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일으키게 된다. 팔의 각도는 상박과 하박이 알파벳 L자 형태,즉 90도 각도를 이루도록 만들면 된다. 이때 팔의 각도가 커지는 것,다시 말해 팔의 하박이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신체구조상 하박이 아래로 내려갈 경우 자동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트 타이스(남아공·최고기록 2시간6분33초)나 일부 아프리카의 엘리트선수의 경우 상박을 더 들어올려 90도보다 작은 각도를 만들기도 한다. 팔동작은 가능한 팔을 몸통 쪽에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크게 흔든다. 그래야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또 팔이 몸 앞쪽으로 나올 때는 손이 가슴 젖꼭지 부분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옆모습을 나타낸 그림과 같은 동작이 된다. 엘리트선수 중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유일한 선수인 게자헹 아베라의 폼을 참고하면 좋은 팔동작을 흉내낼 수 있다. 이봉주의 폼도 좋은 편이지만 가끔 오른팔이 아래로 처지는 경우가 있다.
(8)물마시는 법 수분섭취는 5㎞마다 한 번씩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42.195㎞의 풀코스에서는 8차례 수분을 보충한다. 엘리트선수들의 경우 레이스 중 수분섭취의 기회가 두 배인 15∼16회나 된다. 시작 후 5㎞마다 설치돼 있는 엘리트선수 전용 급수대가 있고 7.5㎞부터 역시 5㎞마다 있는 대회 공식 급수대(일반인용)가 있기 때문이다. 2.5㎞마다 한 번씩 급수대를 통과하는 셈이다. 선수들은 전용 급수대에서 평소 자신들이 마시던 미네랄워터나 스포츠음료 등을 마시고 공식 급수대에서는 필요할 경우 물에 젖은 스펀지를 들어 몸에 뿌리곤 한다. 삼성전자 선수들은 레몬을 약간 타서 신맛이 나게 한 물을 사용한다. 아마추어들도 매 5㎞ 수분섭취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마실 때의 양이다. 절대로 많이 마셔서는 안 된다. 위에 물이 차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 굳이 양을 따지면 한두 모금 정도가 적당하다. 러닝시 1시간에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500㏄ 정도다. 따라서 5㎞를 20분에 주파한다고 하면 ⅓인 150㏄면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조금씩 자주가 중요하다. 갈증이 심해도 조금 마셔야 하고 목이 타지 않아도 입에 물을 한 번 대는 것이 좋다.
(9)스피드 향상
꾸준한 훈련을 통해 42.195㎞를 일단 완주하게 되면 대부분의 마라톤 동호인들은 기록단축에 나선다. 이는 동호인뿐 아니라 엘리트선수에게도 마찬가지 과제다. 일단 마라톤의 스피드 개념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마라톤에서 스피드를 말할 때 최소단위는 1㎞다. 100·200m를 얼마나 빨리 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1㎞는 지속돼야 의미가 있다. 즉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짧은 거리를 전력질주하는 것은 잘못된 훈련법이다. 1㎞ 혹은 3∼5㎞ 정도를 평상시보다 빠른 속도로 꾸준히 달려야 효과가 있다. 스피드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탄력이 좋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탄력을 키워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최고의 훈련법은 ‘내리막 달리기’다. 내리막을 뛸 때는 지면 각도 때문에 저절로 보폭이 커지고 이에 대한 근육의 반응도 빨라진다. 자연스럽게 빠른 발동작을 익히며 탄력을 얻게 된다. 내리막을 잘 뛰는 선수를 보면 대개 무릎 위 대퇴부 근육이 잘 발달돼 있다. 선천적으로 유연성이 좋아 내리막에 유독 강한 이봉주의 다리가 대표적인 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최경렬 마라톤강화위원장(한전감독)도 현역시절 좋은 주법으로 내리막을 잘 뛴 것으로 유명하다. 결론적으로 1㎞ 이상의 꾸준한 내리막 도로를 리듬감 있게,또 골반과 허리를 앞으로 당겨준다는 느낌으로 지속적으로 훈련하면 스피드 향상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퇴부 근육이 좋아지는 것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명승도 이렇게 훈련하고 있다.
(10) 동네뒷산 오르막내리막 훈련 효과 지구력. 마라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덕목일 정도로 오래달리기의 필수조건이다.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훈련법이 필요하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마추어 러너들이 ‘알고 뛰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거리주 훈련. 35∼45㎞를 쉬지 않고 한번에 달리는 방법이다. 긴 거리를 일정한 스피드로 달린다는 점에서 가장 일반적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거리주는 강도가 센 만큼 몸의 피로가 완전히 회복된 후에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상이나 체력저하로 다음 훈련에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크로스컨트리 훈련도 추천할 만하다. 쉽게 말해 야산을 뛰는 것인데 지구력 보강과 함께 유연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일정한 페이스의 거리주와는 달리 강약을 주면서 리듬을 타는 것이 키포인트다. 예를 들어 2㎞는 강하게,다음 1㎞는 약간 페이스를 늦춰서 뛰는 식으로 최소 1시간30분 이상 반복훈련을 하면 좋다. 호흡조절 훈련이 돼 자연스럽게 지구력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요즘 즐겨 하는 파틀렉(fartlek) 트레이닝이다. 스웨덴에서 발달해 세계로 퍼진 훈련법으로 사전적 의미는 ‘자연환경 속에서 급주(急走)와 완주(緩走)를 되풀이하는 트레이닝’을 말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3∼5㎞ 거리의 코스를 만들어 한 바퀴를 강하게 뛰고 2∼3분 휴식 및 조깅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지구력과 체력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인간의 야성을 자극해 스피드까지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네 뒷산에 자신만의 파틀렉 코스를 개발하면 더욱 좋다. (11)세계육상 관전법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박세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이미지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좋은 경기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훈련효과가 있다는 뜻일 게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2시간이 넘도록 세계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관찰하면 자세교정에서 오르막 내리막 달리기,코너워크,스퍼트 요령,심지어는 물통집기 등 배울 게 많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번에는 30일 오후 9시20분에 시작되는 제9회 파리세계육상선수권 남자마라톤 관전포인트를 전하고 싶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게자헹 아베라(25)는 유연한 동작과 레이스 운영을 눈여겨 보면 좋다. 최고기록이 이봉주(2시간7분20)보다 뒤진 2시간7분54초이면서도 올림픽(2000시드니) 세계선수권(2001에드먼턴) 등 큰 대회에서 강한 것을 보면 영리하게 뛰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아베라는 아프리카 선수답지 않게 좀처럼 앞서나가지 않는다. 막판 승부처라고 판단한 후에야 스퍼트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아베라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발디니(32·2시간7분29초)도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폼을 가지고 있다. 국내동호인들이 참고로 하기에는 체형상 아프리카선수들보다 발디니가 더 나을 듯싶다. 하프마라톤과 짧은 거리 훈련을 많이해 특히 순간스피드가 일품이다. 올해 로테르담 우승자 윌리엄 키플라갓(31·2시간6분50초) 등 5명이 출전하는 케냐선수들은 모두 우승후보라 할 수 있다. 5명이 출전하다 보니 한두 명 정도를 자체 페이스메이커로 활용하면서 타국선수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 가장 신경이 쓰인다. 전문가들은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마라톤이 가장 우승자를 점치기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쟁쟁한 선수 및 복병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다크호스 2명을 소개하고 싶은데 바로 탄자니아의 삼손 라마다니(21·2시간8분01초)와 홈코스의 드리스 엘 이메르(29·2시간6분48초)다. 삼손은 올해 벳푸마라톤 우승자로 상승세가 놀라운 선수다. 우리 삼성팀에 탄자니아 대표인 존 나다사야가 있는데 나다사야를 통해 들은 바로는 현재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고 한다. 모로코 출신의 이메르도 프랑스가 유럽기록 보유자인 베노아 제트(2시간6분36초)를 제쳐 놓고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12)하루 중 언제 뛰나 마라톤은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똑같은 42.195㎞지만 덥거나 춥거나 하면 똑같은 선수가 똑같은 컨디션에서도 완전히 다른 기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밤늦도록 ‘야깅’을 즐기는 동호인이 많다고 들었다. 모든 일과와 저녁식사까지 마친 후 밤에 뛰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조깅과 야깅, 어떤 것이 나을까. 일단 일반인들에게 야깅을 권하고 싶다. 엘리트선수의 경우 보통 하루 2회 훈련을 한다. 물론 정거리 훈련을 할 때는 하루 1회에 그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새벽과 오후 등 2회가 보통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하루 1회 훈련이면 족하고 일과시간을 피해 새벽과 저녁,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저녁이 낫다. 이유는 다이어트에 밤이 좋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로 보충한 칼로리를 러닝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수면을 취하면 체중감량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반대로 새벽훈련은 시장기를 느껴 아침이나 점심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기 쉽다. 또 새벽에 바로 일어나 뛸 때는 준비운동을 게을리하기 쉬운데 밤에는 이미 낮생활로 인해 관절과 근육이 어느 정도 풀어진 후여서 워밍업에도 유리하다. 즉 부상방지 차원에서 밤이 나은 것이다. 특히 연세 드신 분과 추운 겨울철에는 무리한 새벽운동은 오히려 피하는 게 좋다. 끝으로 선수들도 새벽보다 몸이 유연해진 오후에 기록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5㎞를 뛰어도 같은 조건이면 새벽보다 오후 이후가 좋은 기록이 나온다. 개인기록을 경신하고 싶으면 새벽보다 늦게 뛰는 게 낫다.
(13)웨이트 훈련법 17일 한 인터넷사이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탤런트 2명을 포함한 한국인 4명이 13일 끝난 제1회 고비사막마라톤대회에서 완주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11∼13일 동안 아스팔트길도 아닌 사막을 하루 30㎞씩 달렸다니 정말 놀라웠다. 울트라마라톤은 심지어 1,000㎞까지 있는데 여기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스피드보다는 강인한 체력이 더 요구된다.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달리기훈련에 적절한 웨이트훈련을 병행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스피드가 뛰어난 반면 난코스에 약한 것도 웨이트훈련에 소홀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파리세계선수권에 좋은 성적을 낸 유럽선수들은 꾸준히 웨이트훈련을 해 대체로 체력이 뛰어나다. 웨이트훈련이라고 해서 보디빌딩을 하듯 역기 등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해서는 안 된다. 햄스트링(허벅지 뒤편근육·슬와근),대퇴부,복근 등 마라톤에 필요한 근육을 강화하는 가벼운 훈련이 좋다. 전문선수의 경우 웨이트기구를 이용,보통 햄스트링-대퇴부-상복근-상체-햄스트링-하복근의 순서를 몇 차례 반복한다. 햄스트링 강화는 두 번이나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마라톤 근육이다. 1주일에 2회 정도면 적당하고 바벨은 너무 무겁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역기를 메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하는 대퇴부 강화훈련은 40∼50㎏ 정도가 적당하다. 전체시간은 운동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일반인들의 경우 전문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접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자세의 맨손 근육강화운동을 하는 편이 낫다. 일례로 ‘사이 바이셉스 컬 온 렉 익스텐션 머신(Thigh Biceps Curl on Leg Extension Machine)’이라는 전문기구를 통한 햄스트링 강화 훈련(그림1)을 ‘어시티드 사이 바이셉 컬’(Assited Thigh Biceps Curl)으로 불리는 간단한 동작(그림2)으로 대체할 수 있다.
(14) 레이스 후 휴식방법
얼마 전 그리스 아테네의 내년 올림픽 마라톤코스 답사를 갔을 때 일이다. 워낙 짧고 타이트한 일정인 까닭에 마지막 날 간신히 시간을 내 파르테논신전이 있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보러갔다. 처음 가본 곳인데 이봉주가 마치 와본 사람처럼 길안내를 하길래 이상해 물어봤더니 “아침에 조깅 삼아 올라와봤다”고 했다. 파리세계선수권 마라톤 풀코스를 뛴 지 채 3일도 안 된 시점인데 숙소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산을 운동 삼아 갔다온 것이다. 풀코스든 하프마라톤이든 총력을 다해 레이스를 펼친 후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쉰다면 향후 슬럼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 애써 단련한 몸을 허무하게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레이스 후 휴식의 철칙은 한마디로 ‘뛰면서 쉰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봉주와 같은 엘리트선수의 경우 풀코스를 뛴 후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까지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경기 바로 다음날에도 하루 최소 60분의 조깅은 절대로 거르지 않는다. 위의 아테네 얘기가 좋은 예다. 일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레이스를 뛴 후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전문선수처럼 하루 60분 이상은 아니더라도 30분 정도는 가볍게 뛰는 게 가장 빨리,그리고 효과적으로 몸을 회복하는 휴식방법이다. 생업에 바쁘다고 해도 최소한 스트레칭과 맨손체조를 하루 1회 이상 꼭 해줘야 한다. 일반인들은 전문선수에 비해 운동량에 비례한 기록단축이 쉽다. 하지만 풀코스 기록이 4시간 이내인 경우 의외로 기록이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잘못된 휴식으로 매번 훈련 때마다 다시 몸을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마라토너에게 휴식은 마치 커피광고의 카피처럼 “뛰면서 즐긴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15) 다양한 코스 마라톤 자주 참가
어느 종목이든 지도자들은 경기 자체가 가장 중요한 연습이라고 한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초스피드화 시대를 맞아 ‘연습 같은 경기’를 많이 뛸 필요가 있다. 국내에는 주로 풀코스(42.195㎞)와 하프마라톤(21.097㎞) 경기가 열리지만 아프리카나 유럽에는 5㎞에서 20㎞ 사이의 짧은 코스를 뛰는 대회가 자주 열린다. 심지어 7㎞도 있고 15㎞ 대회도 있다. 또 다양한 거리의 크로스컨트리 대회도 많이 있다. 이러다보니 선수들은 형편에 맞는 대회를 골라 짧은 거리의 대회를 자주 출전한다. 한 달에 2∼3회 나가는 경우도 있다. 짧은 거리 대회를 자주 소화하는 것은 스피드 강화와 경기감각 유지에 큰 효과가 있다. 짧은 거리를 뛰다보니 자연히 빠른 페이스,즉 스피드에 주력하게 되고 레이스 요령도 좋아지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사상 첫 2시간4분대에 진입하며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폴 터갓(케냐)이나 여자 1인자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도 짧은 거리를 자주 뛰는 대표적인 선수다. 둘 다 풀코스 도전에 앞서 미니마라톤을 자주 뛰며 스피드를 끌어올린 후 풀코스에 도전,좋은 기록을 작성했다. 래드클리프는 최근 5㎞ 세계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봉주가 오는 11월 나고야하프마라톤에 출전,자신의 한국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세계적인 추세를 쫓아가기 위해서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풀코스만 목표로 삼아 총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평소 다양한 거리의 건강마라톤을 뛰어보는 것이 좋은 훈련법이다. 스피드 강화를 위해 트랙만 뛰는 것은 지루해지기 쉽고 단순히 도로를 뛰는 것보다 공식대회에서 기록을 측정하며 달리는 것이 집중력 면에서 훨씬 낫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도 각종 단체와 지자체에서 많은 건강달리기 대회를 열고 있다. 거의 매주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대회가 있다. 적당한 대회를 골라 자주 ‘연습 같은 실전’을 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16) 스트레칭 하는 법
전문선수나 마라톤 동호인이나 대부분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운동 전에는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풀어주고 운동 후에는 근육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거리를 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요새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스트레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스트레칭과 관련돼 잘못된 상식으로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조깅할 때 눈뜨자마자 밖으로 나가 바로 스트레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렇게 하면 부상의 우려가 많다. 반드시 5분에서 10분 정도 가볍게 달리면서 몸의 온도를 일단 높인 후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가만히 있던 근육을 갑자기 스트레칭으로 자극하면 근육부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아예 따뜻한 실내에서 미리 가벼운 체조로 몸을 덥힌 후 스트레칭을 하고 그다음 밖으로 나가 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러닝 후에도 마찬가지다. 바로 스트레칭을 하는 것보다 가볍게 걸으면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같은 원칙을 잘 지킬 필요가 있다. 스트레칭은 한 자세로 보통 10∼20초,총 10분 정도 느긋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 아킬레스 종아리 햄스트링 목 허리 등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풀어주는 여러 가지 자세를 하면 좋다. 대표적인 마라톤 스트레칭 자세는 다음과 같다. 한 발 떨어진 지점에서 양손을 어깨넓이 간격으로 나란히 벽에 댄다. 이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한 발 뒤로 뺀 후 뒤꿈치를 지면에 붙인다. 이러면 앞발의 무릎이 저절로 굽어지면서 아킬레스 장딴지 햄스트링 근육에 자극이 전해진다.
(17) 레이스 직전의 훈련법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한국의 가을은 봄과 함께 마라톤에 도전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마침 춘천마라톤과 서울중앙마라톤 등 큼직한 국내대회도 잇달아 열려 풀코스 최고기록 도전을 준비해온 마스터스 참가자들에게 설레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이번주는 하프나 풀코스 등 ‘결전’에 임박한 시점에서의 훈련법을 소개한다. 어떤 동호인은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대회 2∼3일 앞두고 맹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는 훈련으로 축적된 피로를 풀어주는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 세계최고기록 보유자 폴 터갓이나 이봉주 등 전문선수들은 보통 대회 15일 전부터 컨디션 조절을 실시한다. 쉽게 말해 이때부터는 거리주로 불리는 ‘긴거리 훈련’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조깅과 짧은 거리 스피드 훈련만을 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보름 전부터는 오전 70∼80분,오후 60분 정도의 조깅만 한다. 여기에 스피드와 경기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3일에 한 번꼴로 1,000m를 5번 정도 강하게 뛰어주면 좋다. 이 스피드훈련도 레이스 1주일을 남기고는 하지 않는다. 또 경기 3일 전께는 딱 하루만 조깅도 하지 않고 완전히 쉬는 편이 낫다. 단 경기 전날에는 반드시 30분 정도의 가벼운 조깅과 호흡을 터주기 위한 800∼1,000m의 짧은 스피드를 한 번 할 필요가 있다. 전문선수처럼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동호인들도 대회 직전 ‘컨디션 끌어올리기’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레이스 1주일 이내에는 무리하게 긴거리 뛰지 않기 ▲1,000∼2,000m를 자신의 경기 스피드로 짧게 뛰어주는 경기리듬 익히기.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18) 식이요법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식이요법이다.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등 한국마라톤의 전성기를 구가한 선수들이 식이요법을 통해 큰 효과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있다. 식이요법은 80년대 일본선수들이 즐겨 사용한 방식으로 ‘한국마라톤의 대부’ 고 정봉수 코오롱 감독을 통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리를 간단하다. 체력소모가 많은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하려면 체내 탄수화물량이 많아야 한다. 탄수화물을 한번에 많이 저장하기 위해 일단 체내 탄수화물을 완전히 고갈시킨 후 인체가 탄수화물을 필요로 할 때 집중적으로 먹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대회 4∼5일 전부터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먹지 않으면서 체내 탄수화물을 고갈시킨다. 보통 9끼에서 12끼까지 한다(이때 선수가 가장 힘들다). 이후 밀가루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체내 탄수화물 수용치가 최대로 증가한다. 이봉주 파워의 근원이 ‘짜파게티’라고 보도된 것도 이 기간에 짜파게티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식이요법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황영조 이봉주 등 체력이 좋은 경우 효과가 있지만 스피드 위주의 아프리카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의 우려가 더 크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폴 터갓(케냐) 등 아프리카선수들은 식이요법을 하지 않는다. 보통 유럽·한국·일본선수들이 즐겨 사용한다. 효과가 좋다고 해도 일반 동호인들이 풀코스를 앞두고 전문선수와 같은 식이요법을 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약식 식이요법’을 권하고 싶다. 탄수화물 섭취중단은 위험부담이 있으니 대회 1주일을 앞두고 육류 대신 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의도적으로 많이 섭취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절대 과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늘린다고 식사량이 많아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레이스를 앞두고 ‘조금씩 자주’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하기야 ‘조금씩 자주’는 유명한 건강상식이기도 하니 평소 식생활까지 적용하면 더욱 좋을 듯싶다.
(19) 겨울철 부상방지 마라톤인들은 종종 이런 농담을 한다. “세계적인 선수를 길러내는 법은 간단하다. 하루 50㎞씩 강도높은 훈련을 하되 선수의 부상만 없으면 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부상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기량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마라톤은 부상과의 싸움인 셈이다. 부상이 오면 오랜 기간 훈련을 멈춰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수생활을 도중하차할 수도 있다. 훈련과정에서 전문선수들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부상방지’는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은 최근처럼 날씨가 추워질 때는 부상방지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날씨가 덥고 기온차가 심하지 않는 곳에서는 부상의 위험이 적은 반면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부상의 위험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운동 전 몸을 충분히 풀어야 하고 강도높은 훈련을 한 후에도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무작정 열심히 뛰기만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릎이나 허리 발목 등에서 부상을 입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또 겨울철에는 목욕탕 등을 이용해 자주 몸을 풀어주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또 달리는 도중에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발을 삐끗해 다치는 경우가 많아 항상 동작의 밸런스 유지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몸상태를 체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뛰다가 조금이라도 허리 무릎 발목 등에서 통증의 기미가 보이면 즉시 체크해야 한다. 당장 훈련하고 뛰는 것보다 몸상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라톤클럽이나 스포츠센터,병원 등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 기록단축 훈련법
지난 일요일 한 마스터스 마라톤 행사에 갔다가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만났다. 30대 중반으로 아마추어로서는 놀라운 수준인 2시간29분대의 풀코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훈련하면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느냐”가 주된 질문이었다. 50대 후반의 한 신사분은 자신이 뛰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와 올바른 러닝자세를 물었다. 착지시 발의 내측부터 땅에 닿는데 이를 외측으로 바꾸면 기록향상의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구체적인 질문도 나왔다. 두 분에게 현재 어떻게 훈련하는지 먼저 물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다. 15∼20㎞의 일정한 거리(코스도 같다)를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뛰면서 꼼꼼히 기록체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느 수준이 되니 더 이상 기록이 단축되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물론 특별한 지원도 없고 혼자 연습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록단축에는 그만한 훈련법이 뒤따라야 한다. 같은 훈련을 계속 반복하면 항상 일정한 기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변화 있는 훈련’이 그래서 중요하다. 전문선수들이 거리주 인터벌 웨이트트레이닝 파틀렉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같은 거리를 같은 시간에 뛰더라도 리듬 있는 러닝을 권하고 싶다. 숨이 벅찰 정도로 피치를 올렸다가 좀 늦춰 뛰기도 하고 내리막을 내달리거나 오르막에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등 코스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훈련 자체를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하기보다 한 달에 최소한 2번 정도 35∼40㎞의 장거리를 뛰어야 한다. 중간에 휴식 없이 강도 높은 거리주를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1주일에 한두 번은 5㎞를 전력으로 달리는 스피드훈련을 실시하면 전체적인 구색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끝으로 매일 기록체크를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열흘에 한 번 정도 스스로 몸상태를 최고조로 만들어 마치 ‘혼자만의 대회’를 치른다는 심정으로 기록체크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21) 힐트레이닝 폴 터갓(케냐)의 경이적인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등 정말이지 요즘 전세계적인 마라톤의 스피드화는 엄청나기만 하다. 예전에는 42.195㎞를 뛰다보면 30㎞지점에서 한 차례 고비가 오고 이를 이기고 골인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마치 1만m 경기처럼 얼마나 페이스를 유지하며 빨리 뛰느냐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완주에 필요한 체력은 이제 필수가 된 것이다. 체력은 거리주와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서키트,파트렉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선수가 아닌 일반 동호인들은 사실 장비,전문가의 도움에서 말처럼 쉽게 할 수 있지는 않다. 겨울은 집중적으로 체력을 강화하기에 좋은 시기다. 동호인들이 손쉽게 체력과 함께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전 훈련법으로 ‘힐트레이닝’을 권하고 싶다. 힐(Hill) 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언덕훈련법이다. 500∼600m 거리에 경사도가 15도 안팎인 도로를 찾아 올라갈 때는 강하게 뛰고,내려올 때는 좀 늦춰서 뛰는 식으로 10회 정도를 반복하면 기대 이상으로 좋은 훈련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달리는 속도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파트렉 훈련법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봉주 같은 엘리트선수는 20회까지 반복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 한 번에 10회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르막에서는 저절로 체력이 강화되고,내리막에서는 스피드를 높이는데 필요한 다리근육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또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일주일에 힐트레이닝을 3회 정도 꾸준히 수행하면서 이번 겨울을 나면 내년 봄 자신도 모르는 사이도 체력과 스피가 부쩍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적당한 경사도의 오르막길을 자신만의 힐트레이닝 장소로 발굴하는 게 힐트레이닝의 시작이다. (22) 깔창 활용 발바닥 힘 균형 분배 얼마 전 천안에서 한 60대 신사가 러닝머신에서 뛰는 자신의 발동작만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가져왔다. 착지 순간 발의 내측,혹은 외측으로 쏠림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교정하면 되느냐가 고민거리였다. 올바른 착지에 대해 한 번 소개했을 때 밝혔지만 착지 순간 발은 일자로 곧게,그리고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아 밀어주는 힘을 최대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유아시절 업어주는 습관이 많이 남아 있고 ‘양반의 팔자걸음’이 보편화된 한국에서는 전문선수나 일반 동호인도 착지 순간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지 않고 내측이나 외측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경우가 많다. 한쪽만 사용하니 당연히 부상위험과 불필요한 체력소모가 많게 된다. 교정은 솔직히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워낙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이고 아주 미세한 부분이라 좀처럼 고치기 힘들다. 최근 마라톤붐과 함께 마라톤 전용깔창을 제작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 평발 등 선천적으로 발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물론 착지시 발의 전면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특수깔창을 제작해 레이스에 나서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천안의 노신사에게도 자세교정 대신 특수깔창을 권했다. 깔창교체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선수로는 며칠 전 일본 나고야하프마라톤에서 10년 만에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 삼성전자육상단의 이명승을 꼽을 수 있다. 좋은 자질을 갖췄지만 착지시 발의 내측이 약간 지면에 닿지 않아 부상이 계속되고 강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는데 전문가의 정밀진단에 의한 특수깔창 사용으로 올 들어 거푸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23) 근육훈련 병행하면 달리기 자세 안정
최근 마라톤에 필요한 근육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러 가지 있지만 자세교정을 통해 후반체력 강화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근육이 있다. 바로 하복근,허리뒷근육,골반근육이다. 특이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실내외에서 간단한 체조를 통해 이런 중요한 근육을 쉽게 보강할 수 있다. 체조의 자세도 비교적 간단하다. 특별한 헬스기구 없이 한 사람의 도움만 받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훈련자는 얼굴이 바닥을 향한 채 눕고 양손은 허리 뒤로 깍지를 낀다. 이 상태에서 도우미가 손으로 발목을 잡아주면 훈련자는 머리부터 상체를 하늘로 들어올린다. 배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이 드는데 하복근 허리뒷근육 골반근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제격인 보강체조다. 20∼30회를 한 세트로 정하고 한 번에 3세트 정도 하면 적당하다.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다. 아침보다 근육이 다소 이완된 오후나 자기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특히 레이스 후반 체력과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지는 동호인의 경우 꼭 필요한 훈련법이다. 세 가지 근육이 강화되면 저절로 안정된 달리기 자세를 얻을 수 있다. 골반이 경쾌하게 위로 올라온 느낌이 들고 하복근과 허리뒷근육도 일관된 동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참고로 웨이트훈련을 잘못할 경우 오히려 마라톤에 불필요한 근육을 발달시켜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선수들도 요즘처럼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와 같은 체조를 한다. 우리 팀의 이봉주와 이명승도 이 글을 쓰기 조금 전에 하복근 보강체조를 했다.
(24) 고관절 유연성 키우면 보폭늘고 부상줄어
지난 10월 말 제주한민족체육대회에 참가한 함봉실 등 북한 여자선수들의 훈련모습 중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걷는데 걸음마다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무릎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또 안쪽에서 바깥쪽으로를 번갈아했다. 이런 식으로 50∼100m를 걷는데 보통 훈련(경기) 전후에 이를 5번씩 반복했다. 지난 8월 말 파리세계육상선수권 때 게자헹 아베라 등 에티오피아 선수들도 이와 똑같은 자세의 스트레칭 보강운동을 유난히 자주하는 것을 봤다. 이게 바로 ‘고관절 보조운동’이다. 고관절은 골반(허리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깔때기 모양의 골격)과 대퇴골(엉덩이뼈)을 잇는 관절이다. 팔로 치면 어깨관절에 해당한다. 엉덩이 이하의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는 부위인 것이다. 고관절이 유연해지면 달릴 때 자연히 무릎이 높이 올라가고 보폭이 늘어나게 된다. 부상방지에도 큰 효과가 있다. 거꾸로 고관절이 좋지 않으면 달리는 자세가 부자연스러워 오랫동안 뛸 수 없다. 하체는 하체대로 놀고 위는 위대로 노는 식으로 힘의 분배가 안돼 지구력과 스피드에 모두 부담이 되는 것이다. 20㎞까지는 힘을 바탕으로 잘 달리다가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고관절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마라톤에서의 유연성은 바로 이 고관절 유연성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고관절체조는 마라톤뿐 아니라 대부분 육상선수들에게 일반화돼 있고 축구 농구 등 각종 구기종목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는 추세다. 세계 정상급의 북한 여자마라톤 선수들과 아베라 등 톱마라토너들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고관절 보조운동을 많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관절체조의 생활화를 권하고 싶다. (25) 기본폼 자기 몸에 맞게 적용해야
며칠 전 제주에 있을 때 서울에서 4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내려왔다. 뛰는 폼을 보고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12일 열리는 일본 아사히 역전경주 참가 때문에 이봉주 이명승 등 소속선수 훈련에 바쁜 일정이었지만 일부러 휴가를 내 서울에서 제주까지 오신 분들인지라 시간을 내 지켜봤다. 열정만큼이나 운동을 많이 하신 분들이었는데 4명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리동작이 어색했다. 다리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이유를 물으니 “한 마라톤 레슨에서 발 착지시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아 발바닥을 굴려주는 게 좋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아차 싶었다. 이 칼럼을 통해서 나도 같은 내용을 말한 적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내용은 정확하다. 가능한 발을 앞쪽으로 쭉 뻗고 착지시 뒤꿈치부터 구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뛰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무리 옳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이론을 자신의 몸에 맞추려고 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에 국내 아마추어들에게는 쇼트피치(짧은 보폭)가 편한 주법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억지로 보폭을 짧게 할 필요는 없다. ‘뒤꿈치 착지’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에서는 자연스러움과 리듬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체형과 걸음걸이가 모두 틀린 탓에 일단 달리기 기본자세는 걷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조금씩 빨리 걷다가 자연스럽게 뛰는 동작으로 연결하면 바로 이것이 자신의 기본 폼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손동작이나 발착지,골반위치 등을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자신의 기본자세를 무시한 채 유명선수나 교본에 나오는 ‘정답’을 무리하게 자신의 몸에 적용하려고 하면 역효과 가능성이 높다. 요즘에는 담배를 끊듯 새해 결심으로 건강달리기를 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내일 아침부터 해야지’라며 미루기보다는 점심시간 산책 등 가능한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몸을 놀리면 금방 몸도 마음도 즐거워질 것이다.
(26) 초보자 뛰기보다 걷기부터 시작 삼성육상단의 직원 한 명이 새해를 맞아 운동을 새로 시작했다. 마침 지난 12일 아사히역전대회 참가차 일본 후쿠오카에 머물던 중 시간이 나 함께 인근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다. 한 3㎞를 같이 뛰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해를 맞아 건강마라톤에 입문한 완전초보 동호인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지침은 ‘뛰기보다 걷기’다. 오늘부터 달리기를 해야겠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체조를 하고 무작정 뛰는 분들이 많다. 그것도 다부지게 결심한 만큼 처음부터 체력이 다할 때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이 경우 며칠 못 가 중단되는 그야말로 ‘작심삼일’이 많다. 욕심을 낸 만큼 많이 힘들고 또 빨리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 걷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 20분 정도 걷고 좀 지루하다 싶으면 5분에서 10분 정도 빠른 걸음을 걷는다. 이어 한 10분 정도 가볍게 러닝을 하면 이것으로도 충분히 땀을 낼 수 있다. 처음에는 하루 1시간을 넘지 않는 게 좋고 최소한 2주 정도 이런 걷기 트레이닝을 실시해 달리기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운동시간은 새벽보다 오후나 일과 후 저녁을 권하고 싶다. 아침에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몸이 피곤해져 일과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방지를 위해서라도 오후나 저녁시간이 훨씬 낫다. 셋째 장소는 집 근처 공원이든 학교 운동장이든 골목길이든 상관없다. 단지 아스팔트보다 흙길이 좋은 만큼 학교 운동장을 권하고 싶다. 넷째 복장은 가볍고 편한 트레이닝복이면 아무것이나 상관없다. 하지만 신발만큼은 캐주얼슈즈나 테니스화 등 발에 무리가 오는 것은 피하고 쿠션이 좋은 러닝화를 신어야 한다. 다섯째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 함께 뛰는 것이 좋다. 지루함도 덜고 서로 격려도 할 수 있고 때로는 경쟁심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27) 1월말 레이스는 ‘천천히 길게’ 동계훈련의 마무리 단계인 2월이 오면서 본격적인 마라톤 시절이 코 앞에 왔다. 엘리트 선수들도 2월부터 4월까지 자신의 조건에 맞는 대회를 택해 레이스에 나선다. 이는 일반 동호인들도 마찬가지다. 1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레이스까지 보통 한 달 반 정도 ‘레이스를 위한 강화훈련’에 돌입하곤 한다. 봄대회를 준비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은 시작을 ‘천천히 길게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도높은 훈련에 들어가면 아직 쌀쌀한 날씨에 부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 욕심을 내기보다는 단계를 밟아 훈련량 및 강도를 높이는 게 기록단축에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길게’는 100% 달리기의 60∼70% 정도로 자신의 기량에 맞춰 가능한 오래 달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5㎞나 10㎞의 단축코스가 목표인 초보자의 경우 최소 30분 이상,1시간 정도로 뛰어주는 것이 좋고 풀코스를 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최소 1시간에서 3시간까지 러닝을 하면 된다. 이 과정을 20일 정도 한 후에 인터벌이나 스피드훈련을 병행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효과적인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레이스를 위한 새해 초 50일 훈련에 들어갈 때는 절대 처음부터 100% 달리기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엘리트 선수들도 이 과정에 많은 부상을 당하고 오히려 몸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욕심을 내다가 나오는 현상이다. 3월 동아마라톤에서 아테네올림픽 수능고사를 치르는 이봉주의 경우 다행히 아직까지 부상 없이 계획된 훈련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28) 레이스 당일 몸풀기
지난 2일 한국에서 출발하기 직전 전날 경남 고성에서 열린 한 건강마라톤대회에서 50대와 60대 참가자 두 명이 레이스 도중 쓰러져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달리기로 노년에 건강한 삶을 도모하려 했는데 오히려 유명을 달리했으니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마라톤은 보기보다 과격한 운동이다. 관절이나 발 어깨 등 드러나는 곳은 물론이고 심장과 혈관 등에도 큰 부담이 된다. 또 마라톤 자체가 원래 자신의 체력한계에 도전하는 ‘힘들게 뛰는’ 운동인 만큼 힘들다고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하는 등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뇌출혈 심장마비 등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이 분명 존재한다. 나이가 많은 분,그리고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결국 레이스 당일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수다. 기온이 많이 떨어질 때는 레이스는 물론이고 훈련 때도 충분히 몸을 풀어야 부상 및 뜻하지 않은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상 10도 이하의 상황에서 뛸 때는 레이스 전 20분 정도 달리는 것으로 충분히 몸을 데워야 한다.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도전하는 레이스의 거리가 길면 길수록 준비운동 시간은 길어져야 한다. 워밍업도 바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실내나 다소 따뜻한 곳에서 스트레칭을 실시한 후 돌입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은 심장에서 먼 곳부터 시작해 심장 쪽으로 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최소한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맺힐 정도는 된 후 레이스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가뜩이나 레이스에서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레이스 전 스트레칭이나 조깅으로 체력을 낭비하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쉽게 말해 10㎞를 달린다고 하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합쳐 최소한 12.13㎞는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29) 추운날 스타킹식 언더웨어 착용
마라톤은 특별한 도구나 경기복 없이 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외로 달리기 복장에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먼저 엘리트선수가 입는 전문 유니폼의 경우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쇼트’라고 부르는 마라톤 하의(반바지) 안에 대부분 속옷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상의도 통풍과 수분흡수력이 뛰어난 특수소재로 만들어진 간편한 것이다. 여자선수의 경우 외국에서는 수영복형 스타일을 많이 입는데 동양권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대중화돼 있지 않다. 여성용 상의는 안에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는 게 보통이다. 동호인은 초보자의 경우 전문 마라톤복이 아닌 간편한 반바지에 면소재 상의를 입으면 뛰는 데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등의 쓸림현상(옷과 피부의 마찰)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택해야 한다. 옷으로 인한 피부 통증은 생각보다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주로 바느질한 자리에서 쓸림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하의는 농구유니폼처럼 바지길이가 길면 좋지 않다. 하프마라톤 이상을 뛰는 중급 이상의 마스터스 출전자는 마라톤 전문복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마라톤붐이 일면서 많은 제품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스포츠과학과 첨단의류기술이 도입되면서 땀이 나도 몸에 달라 붙지 않고 뛰어난 통풍효과에 초경량이거나 땀을 50%는 흡수하고 50%는 내보내는 좋은 제품이 많다. 기온이 영상 6·7도를 넘어가면 그냥 반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뛰면 되지만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는 근육에 차가운 공기가 닿지 않도록 긴팔 상의와 스타킹식 언더웨어를 착용해야 한다. 선글라스나 모자 시계 등은 경기력과 큰 차이가 없다. 단 시계는 플라스틱 소재의 가벼운 것이 좋다. 외국선수들은 심박수 측정기계를 달고 뛰는 경우도 있다. 팔찌 반지 귀고리 등의 장신구는 불편한 경우가 많고 최근 유행하는 음이온 팔찌나 목걸이는 소재가 워낙 가벼워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30) 잘먹어야 잘 달리는 건 기본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조류독감 공포증 때문에 닭고기 소비가 크게 줄고 양계농가 위기 등 사회문제가 되자 소비촉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마라톤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한번 짚어봤다. 기본적으로 마라톤은 체급경기가 아니기에 특별히 금기시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음식은 없다. 잘 먹어 골고루 영양섭취를 하는 게 가장 좋다. 전에 소개한 식이요법을 각자의 몸에 맞춰 레이스 직전 실시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음식에 관해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충분한 ‘철분’의 섭취다. 최근 스포츠의학의 발달과 함께 마라톤의 과학적인 훈련이 전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아가면서 헤모글로빈 수치를 늘리고 지구력 강화에 필수성분인 철분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전문선수의 경우 훈련시 철분 수치를 측정하면서 때로는 음식을 통한 자연섭취 말고 철분영양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일반 동호인들은 정밀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 육류 시금치 멸치 등 일반적으로 철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즐기는 것이 마라톤 훈련에 도움이 된다. 특히 생리현상이 있는 여성이나 빈혈증세가 있는 사람,그리고 갑자기 강도 높은 훈련을 할 때는 철분섭취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음식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 약사와 상의해 철분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좋은 게 없듯 너무 과다한 철분섭취는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영양제에 의존할 경우 과다복용은 인체에 해를 가져오기 쉽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게 양을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데 평상시 철분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필요할 때 자연섭취나 소량의 철분영양제 복용으로 보충하는 정도가 좋다. (31) 원칙 고집하면 오히려 역효과
이 레슨을 하면서 곤혹스러운 것은 자칫 ‘원칙’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동호인들이 너무 원칙에만 집착해 부자연스러운 폼으로 뛰는 것을 볼 때다. 전에도 ‘자신의 몸에 맞는 폼’을 강조한 바 있는데 아직도 세부원칙을 고수하느라 오히려 역효과를 보는 동호인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골프레슨을 보면 ‘테이크백시 왼팔의 팔꿈치를 굽히지 마라’ ‘헤드업을 하지 마라’는 등 아마추어들이 지켜야 할 많은 ‘원칙’들이 있다. 하지만 유명 프로 중에도 교과서 스윙과는 다른 자기만의 스윙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원칙’보다는 자신에 몸에 맞는 스윙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발의 착지는 뒤꿈치부터’ ‘팔은 A자형에 가슴을 스치듯 흔든다’ 등 많은 원칙이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원칙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간결하고,리드미컬한 동작이 훨씬 낫다. 세부 원칙보다는 전체적인 리듬감이 중요하다. 골반이 위로 올라가고 상체가 앞으로 약간 숙여진 채 경쾌하게 뛰는 느낌을 가져야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줄이면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키,몸무게,체지방,하체길이,보폭,걷기습관 등 다른 점이 너무 많아 구체적인 수치로 보폭이나 팔동작 등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이에 골프의 이미지 스윙처럼 좋은 자세교정법이 있어 소개한다. 자신의 체형과 비슷한 전문선수를 찾아 의식적으로 흉내를 내는 것이다. 녹화비디오도 보고,또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서 훈련한다면 의외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침 봄철 마라톤 시즌을 맞고 있다. 3월14일 이봉주가 뛰는 동아마라톤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A급국제대회가 줄지어 열린다.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을,가능한 흉내내기 좋은 간결한 폼을 가진 선수를 택해 이미지 훈련을 해보기를 권한다.
(32) 인생처럼 성실한 훈련만이 성공
마라톤 동호인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들은 “기록단축이 쉽게 안 된다”거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들을 위해 삼성전자 소속의 한 선수를 소개하고 싶다. 2002년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한 이명승이 있다. 대학 4학년 때 풀코스 기록이 2시간19분대로 평범한 선수였다. 대학랭킹도 10위권 언저리였고 자세도 고칠 게 많아 처음 스카우트한 후 “왜 데리고 왔느냐”는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명승은 너무도 성실했다. 실업 3년째인 지금까지 한 번도 훈련을 게을리한 적 없고 코치의 지도도 잘 따른다. 스피드가 나지 않는 구식 쇼트피치 주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고쳐졌다. 소리 없이 훈련에만 전념하던 이명승은 지난해 경부역전 최우수선수,하프마라톤 국내 2위,풀코스 2시간13분대를 차례로 달성하며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정말이지 자질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성실성 하나로 해낸 경우다. 이명승뿐 아니라 이봉주도 성실성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친구인 황영조에 비해 타고난 자질은 뒤지지만 오랜 세월 자신을 가다듬은 끝에 한국최고기록,보스턴마라톤 우승,아시안게임 2연패 등 황영조의 업적을 뛰어넘었다. 훈련을 하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생각보다 몸이 가벼운 날도 있다. 심지어 한 번의 레이스를 하면서도 굴곡이 있기도 하다. 육상 원로들은 이런 점에서 마라톤과 인생살이가 비슷하다고들 한다. 벌써 3월 초다. 혹시라도 연초에 한 ‘마라톤 결심’이 퇴색한 사람은 없을까. ‘마라톤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성실이다.’ 이명승의 비와코 마라톤 출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면서 이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졌다.
<33> 간단한 식사후 컨디션 조절 레이스 당일 가장 중요한 것이 아침식사다. 보통 국내대회는 오전 일찍 열리기 때문에 식사시간 및 레이스 직전 휴식에 신경써야 한다. 자칫 밥 한 끼 잘못 먹었다가 컨디션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식사는 출발 3시간 전에 마쳐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2시간30분 전에는 끝내야 한다. 마라톤은 레이스전에 섭취한 영양소의 힘으로만 뛰는 게 아니다. 또 소화과정을 마쳐야만 레이스에 문제가 없다. 반드시 이른 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다가 레이스 40분 전쯤 몸을 푼 후 출발선에 서야 한다. 식사량도 신경써야 한다. 허기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좋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뛰어야 잘 뛴다’는 정말이지 잘못된 상식이다. 과식하지 말고 음식 종류도 맵고 짠 것 등 위에 부담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화에 어려움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에 이 코너를 통해 강조한 바 있지만 레이스 2·3일 전부터는 단백질과 지방 대신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일종의 약식 식이요법으로 글리코겐을 많이 섭취하기 위함이다. 지방은 평상시 몸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컨대 14일 열리는 동아마라톤은 오전 8시에 출발된다. 4시30분께 기상,간단한 식사를 하고 휴식 후 워밍업을 거쳐 레이스에 나서면 된다. 휴식도 중요한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식사까지 했으니 졸리는 경우가 많다. 잠깐 눈을 붙이는 건 상관없지만 다시 푹자는 것은 컨디션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춥다고 차 안에 움츠리고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좋지않다. 따뜻한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앉거나 누워 있는 게 가장 좋다. 끝으로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출발선에 모여 뛰는 만큼 초반 자신이 원하는 스피드대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허겁지겁 사람 사이를 헤치며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불필요한 체력을 소모시키고 심리적으로도 조급함이 생겨 좋지 않다. 조금만 참으면 정상적인 레이스가 가능하다. <34> 울트라마라톤은 훈련에 도움 안돼
얼마 전 한 방송을 통해 다음달 결혼하는 한 커플이 신혼여행으로 7월에 열리는 칠레의 250㎞ 사막마라톤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달리기’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이지만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내에 마라톤붐이 일면서 42.195㎞의 풀코스를 넘어 100㎞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동호인까지 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석 자가 포함돼 있을 뿐이지 마라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극한 스포츠로서 오히려 42.195㎞를 더 빨리 완주해야 하는 진짜 마라톤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올 8월 아테네올림픽이 열리는 바로 그 코스,고대 그리스 병사가 승전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리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뛴 42.195㎞에서 기원했다. 그 거리를 가능한 빨리 달린다는 게 마라톤의 기본정신이다. 100㎞ 이상,그것도 무더위나 사막 등 험난한 상황에서 달리는 것은 인간 신체능력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남극점 도전,에베레스트 등반,원시밀림 탐험 등과 같은 개념이다. 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알리기 위해 대장정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 마라톤과는 영역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원칙적인 차별점 외에도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마라톤은 기록단축이 중요한 목표인데 울트라마라톤은 스피드보다는 체력·지구력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울트라마라톤을 뛰거나 이를 위한 훈련을 하면 몸의 관절과 근육이 오히려 탄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완주가 목표인 만큼 당연히 스피드는 떨어진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여자 마라토너가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선수로서 생명이 끝나버린 일도 있다. 마라톤은 회복이 중요한 스포츠인데 울트라마라톤은 정상적인 회복에 큰 무리가 따른다. 마라톤 훈련에 있어서도 지구력 훈련에만 집중하면 스피드가 줄어들고 스피드만 끌어올리려고 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가지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컨디션에 맞춰 두 가지를 적절히 병행해 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
<35> 감기걸리면 훈련중단 환절기다. 요즘 감기가 무척 지독하다고들 한다. 이 코너를 담당하는 스투 기자도 감기로 아주 고생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감기(혹은 몸살)는 마라톤 훈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감기에 걸렸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전문선수에게 감기는 어떻게 보면 큰 부상보다 더 골칫거리다. 레이스 전 식이요법을 할 때나 오버트레이닝을 해서 체력이 다운되면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악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98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최고의 기대주였던 김이용은 연습 때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했으나 대회 직전 감기몸살에 걸려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연습 때 자신이 앞서던 이봉주가 금메달을 차지했으니 김이용에게는 너무도 안타깝기만한 감기였다. 일단 감기에 걸리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일부 동호인은 “강한 훈련으로 감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라톤 훈련을 할 경우 몸이 망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감기기운을 떨쳐낼 때까지 훈련을 쉬어야만 한다. 이러다보니 스케줄에 따라 타이트한 훈련을 하는 엘리트선수의 경우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그동안의 훈련효과를 잃어버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한 달 정도의 훈련효과를 단번에 날릴 수도 있다. 여기에 도핑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 감기약에는 미세한 마약성분과 근육강화제가 들어 있다. 이 정도는 1주일만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만 이봉주와 같은 세계랭커들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불시에 도핑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나마도 마음놓고 복용할 수 없다. 주로 한약제로 감기를 다스리는데 역시 성분에 주의해야 해 감기에 걸리면 여러모로 피곤하다. 이런 이유로 감기는 마라톤 훈련에 있어 가장 큰 복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호인도 도핑이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훈련을 중단해야 하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훈련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일단 감기에 걸리면 훈련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과 빠른 치료로 먼저 몸을 회복해야 한다.
<36> 거리 늘리는 법 거리를 늘리는 가장 좋은 훈련법은 무엇일까. 크로스컨트리를 권하고 싶다. 도로가 아닌 산이나 자연 속을 뛰는 크로스컨트리는 체력을 기를 때 아주 좋은 훈련법이다. 길이 지루하지 않아 뛰면서 자연히 최대 맥박에 도달하면서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저절로 무릎 등에 근력강화 효과를 얻는다. 최근 세계 톱랭커들도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애용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비시즌 트랙경기가 없을 때 8·10·12·15㎞ 등 다양한 거리의 크로스컨트리대회를 일주일 간격으로 뛰면서 실제 경기를 통해 훈련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이렇다할 크로스컨트리대회가 없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일반 동호인의 경우 크로스컨트리 훈련코스를 찾는 게 급선무다. 없는 것 같지만 한국은 원체 작은 산이 많아 잘 찾아보면 집 근처 약수터길 등에서 의외로 좋은 코스를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이봉주도 6일부터 크로스컨트리 훈련에 돌입했는데 대전 계족산이라는 곳에 약 14㎞에 달하는 좋은 코스가 있어 여기에 캠프를 차렸다. 계족산은 경부고속도로에서 대전을 지나다보면 작은 야산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곳이다(수자원공사 뒤). 어떻게 이렇게 좋은 훈련코스를 지금까지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프는 뛰지만 풀코스를 뛴 적이 없는 사람은 하루 60분 정도,풀코스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하루 90분 정도 크로스컨트리를 하면 좋다. 거리로 표현하기 힘든 것은 크로스컨트리는 마라톤과 달리 길이 일정하지 않아 뛰는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강약을 조절하며 이렇게 20일 이상 꾸준히 훈련하면 거리를 늘리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37편> 발가락부상 방지하기 옛날 마라토너들은 ‘발가락이 죽는’ 직업병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발톱이 빠지는 것으로 워낙 많이 뛰다 보니 자주 발생했다. 예컨대 이봉주만 해도 왼발이 오른발보다 5㎜나 긴 짝발인 데다 운동화를 타이트하게 신는 편이라 자주 발톱이 죽었다. 아마도 수십번은 발톱이 뽑혀 나가고 또 새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라톤화 양말 등이 발달하며 이 같은 현상이 크게 줄었다. 양말의 경우 발바닥 면이 고무종류로 만들어져 신발과 발의 밀착감을 크게 높인 것도 있다. 신발도 전문선수의 경우 이봉주처럼 특수 제작되기도 하고 최대한 발을 편하도록 만든 제품이 많다. 오히려 마라톤붐이 인 최근에는 일반 동호인들이 적절한 대비책 없이 무작정 뛰다가 발가락이 죽는 ‘과거형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 신발을 신고 긴 거리를 뛰었다든지 발톱이 긴 상태에서 레이스에 나서고 양말이 너무 두꺼운 소재였다든지 신발을 너무 꽉 끼는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사소한 부주의가 발가락 부상으로 이어지곤 한다. 국내에도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양말과 운동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훈련과 레이스 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발가락 부상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봉주가 ‘짝발’이라고 하는데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모두 짝발이라고 한다. 양발의 크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이봉주처럼 차이가 눈에 확 들어나면 문제해결이 쉽지만 작은 차이는 발견하기도 힘들고 대책마련도 어렵다. 한번쯤 자신의 양 발 사이즈를 정확히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신발을 고를 때는 반드시 큰 쪽의 발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38>냉탕 몸담그기… 근육 등 마찰열 식혀
몇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마라톤은 레이스 못지않게 휴식 및 피로회복이 중요하다. 현대 마라톤이 스포츠과학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피로회복 방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오늘은 최근 크게 유행하고 있는 ‘냉탕 몸담그기’를 살펴보겠다. 예전에도 격렬한 운동을 한 후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선수들이 종종 있었다. 구기종목에서 어깨 무릎 등 자주 사용하는 부위를 경기 후 얼음팩으로 찜질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마라톤에서 얼음물 목욕이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은 여자 세계최고기록 보유자인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 때문이다. 거의 뛸 때마다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래드클리프는 레이스 후 욕조에 얼음과 물을 가득 채운 후 몸을 담그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장면은 이색사진으로 전 세계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42.195㎞를 뛰면 당연히 근육 연골 인대 등이 마찰에 의해 열이 많이 나고, 또 늘어나 있다. 가만 있어도 상온에서 서서히 열이 식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사이 부상 위험도 높다. 얼음물의 도움을 받아 이를 짧은 시간에 회복시킨다는 게 바로 냉탕효과다. 가급적이면 차가운 물에 목까지 몸을 푹 담가서 최소 10분에서 20분 정도 하면 좋다. 레이스를 한 당일 내로 실시하면 효과가 있고 한 번에 오래 있기 힘들면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식으로 반복해도 된다. 래드클리프처럼 하기 어렵다면 목욕시설을 찾아 냉탕을 활용해도 충분하다. 국내에서는 이런 피로회복 방법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는데 래드클리프 이후 몇몇 전문선수와 동호인들이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봉주도 오래 전부터 레이스 후 찬물샤워를 즐기고 냉탕을 들락거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냉탕효과를 몸으로 익히고 있었던 셈이다.
<39> 뛰는 것을 즐겨라 (최종) <편집자 주> 지난 9개월간 국내 육상 사상 처음으로 마라톤칼럼 신문연재를 해온 삼성전자육상단의 오인환 감독이 30일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와 함께 본격적인 2004 아테네올림픽 대비훈련에 들어감에 따라 불가피하게 연재를 중단하게 됐습니다. 첫 시도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스 마라톤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마라톤 애호가와 스투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매주 금요일은 전화받는 날이었습니다. “내용이 좋았다”는 격려에서부터 자신의 주법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까지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경남 고성,제주도의 전지훈련지까지 직접 찾아와 “내 주법이 뭐가 잘못됐냐”를 묻는 동호인들도 있었습니다. 또 한두 차례 지면 및 개인사정으로 연재가 빠졌을 때 “무슨 일 있냐?” “그거 보는 재미로 신문 보는데 왜 빠졌냐?”는 동호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큰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 비인기종목이었던 마라톤이 동호인 300만,400만 시대를 얘기할 정도로 이처럼 성장한 것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마지막 레슨의 주제는 ‘지금 당장 뛰십시오’로 정했습니다. ‘걷고 뛰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건강론 때문만이 아닙니다. 걷고 뛰면서 마라톤에 푹 빠진 사람일수록 삶이 건강하고, 성실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을 하니 어느 직업이든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이것저것 핑계를 대다 보면 영원히 뛸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인간의 본능인 걷고 뛰는 것을 생활화하십시오. 그렇게 시작해서 더 잘 뛰고 싶은 욕망 생기면 저를 비롯한 많은 육상인들이 돕겠습니다. 저는 이제 이봉주와 함께 아테네올림픽을 향해 100일간의 특별훈련에 돌입합니다. 받은 사랑이 워낙 크기에 연재를 계속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지만 더 큰일을 위해 이 코너를 접어야겠습니다.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후 좋은 성과물을 갖고 연재를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