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나는 난감합니다
문희봉
나는 나를 강하게 하는 시련들에 감사할 때 그는 자기와는 전혀 다른 철학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시련이 돈과 같은 것이어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고 생각할 때 그는 그런 것은 적으면 적을수록 인생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합니다.
나는 소풍 끝내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할 때 그는 내가 지겹도록 오래 살기 위해 운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그는 그런 생각 속에 다른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생존의 경이로움에 대해 생각할 때 그는 그 자체를 가식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오로지 사랑 속에서 기쁨을 찾고 있을 때 그는 그 기쁨 속에서 사랑을 찾는 역방향을 생각합니다.
나는 안색이 좋지 않은 친구를 만나도 엊그제보다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할 때 그는 너 어쩜 며칠 새 이렇게 폭삭 삭았냐고 말합니다.
나는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있을 때 그는 내가 성공의 장애물을 치우기 위한 수단으로 용서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않을 때 그는 그 거두어들인 교만이 성공을 위한 술수로 생각합니다.
나는 남에게 원한을 품지 않을 때 그는 그것을 생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 하지 않을 때 그는 듣지 않고도 들었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나는 매 순간이 최선의 시간이 되도록 노력할 때 그는 그 최선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않을 때 그는 그걸 보여주기 위한 몸짓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누가 부탁을 하면 내 일 다 젖혀놓고 도와줄 때 그는 잘 하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남으니까 도와주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내가 남에게 지나치게 인색하지 않을 때 그는 그걸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생존의 가치가 물질의 노예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할 때 그는 생존의 가치를 자기가 살아남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나약하고 비겁하지 않은 지혜의 힘을 기를 때 그는 그걸 살아남기 위한 비겁한 이중적인 행동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강한 자와 결탁하여 약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을 때 그는 강한 자와 결탁하여 자신의 성공 도르래를 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아첨하지 않고 정직을 근본으로 삼을 때 그는 그것을 살아남기 위한 생활의 한 방편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할 때 그는 행복은 나 스스로 아무리 구하려 해도 남의 도움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근심하지 않을 때 그는 내가 이미 다 이루어 놓았으므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소유하되 일체의 소유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그는 넉넉함을 갖춘 자의 가식일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문인에게서 작품집을 받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독후감을 써서 보낼 때 그는 시간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넋나간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내가 이런 카톡을 날렸을 때(내가 여러 날 열이 나고, 시름시름 아픈 건 내 안에서 소리 없이 시가 익어가느라고 그런 걸 몰랐습니다.) 그의 답은 이랬습니다.(많이 편찮으셨나 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 기도 드립니다.)
나는 인내가 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할 때 그는 그걸 배부른 자의 하품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마음을 쫒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길 원할 때 그는 가진 자의 횡포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나 자신을 닦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그는 닦아봐야 그게 그것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시간이 흘러도 처음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기를 원할 때 그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쯤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음에 감사할 때 그는 이룬 자의 거만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나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고귀한 순수를 받들 때 그는 나를 고귀한 순수가 밥 먹여 주느냐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가난으로 굶주리고 힘겨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그는 그 순수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나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장애우들을 생각할 때 그는 그게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색안경을 쓰고 바라봅니다.
나는 항상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양보심을 갖고 살아갈 때 그는 배려는 가진 사람이나 베푸는 것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병들어가는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 그는 나 한 사람쯤이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맑은 시냇물 소리에 정신이 맑아옴을 느끼며 깨끗한 자연 만들기에 앞장설 때 그는 놀고 간 자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훌쩍 떠납니다.
나는 항상 제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들꽃에 감사함을 가질 때 그는 길가의 들꽃을 발로 차버리는 잔인성을 보입니다.
나는 모든 생명들을 키워주는 하늘에 감사할 때 그는 자연보호는 환경미화원들이나 하는 것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나와 더불어 사는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그는 그들이 자신의 개인생활에 방해를 주는 사람들쯤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깨달음으로 충만한 마음의 평화를 생각할 때 그는 마음의 평화는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어두운 그림자에 사로잡혀 고통 받는 사람들을 가엾게 생각할 때 그는 그것이 자신들이 만든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돌보아주는 사람들에 감사할 때 그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생존의 경이로움과 지금 여기 끊임없이 생성하는 생존에 대해 감사할 때 그는 그런 것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이름과 그의 이름이 다르듯, 내 생활과 그의 생활이 다르듯,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난감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