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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0
#1. 회사 앞 길 일각 (N1)
지애 : (전화해보는데, 꺼져 있다고 나오고) 뭐야. 온달수.. 딴 건 몰라도 거짓말 한 적은 없었잖아.
(왠지 속도 상하고 불길하기도 하고)
지애, 손에 든 도시락이 무겁다. 벤치 같은 데 주저앉아 표정.
지애 : 어디서 뭐하는거야 온달수...
#2. 소현 집 거실 (N6)
소현 : (마시고)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달수 : (표정)
소현 : 정말 나 안볼려구?
달수 : .... 어.
소현 : 뭘 어쩌라는 것도 아니구. 그냥 옆에만 있어달라는 건데. 그것도 싫었어?
달수 :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없는 거라고 얘기했잖아.
소현 : (찻잔 놓더니 고개를 턱.. 달수 어깨에 떨어뜨린다)
달수 : ....(얼고)
소현 : 뭐가 그렇게 힘들까 다들. 난 그냥... 옆에만 좀 있어달라는 건데. 우리 엄마도.... 우리 남편도... 선배도....
다들 안된다고만 하잖아.
달수 : 소현아..
소현 : (고개 들어서 보는데 눈물이 가득하고 애잔하게 본다)
달수 가여워서 보는데.
순간 소현의 입술이 달수의 입술에 와 닿고. 달수, 놀라 눈 커지는.
소현 감은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두 사람 그렇게 입 맞추게 되는데.
막 문을 열고 들어서던 태준, 그 모습 보게 된다. (* 두 사람 자세에선 태준이 안 보이는 각도*)
태준, 충격받고 놀란 표정 있다가 조용히 나간다.
#3. 퀸즈팰리스 옥상 (N1)
태준, 이상하게 화도 나고 열도 받고 답답하고. 확 다시 되돌아가려다가. 제자리로 왔다가.
또 다시 가려다가 다시 돌아오고. 안되겠는지 전화한다.
태준 : 여보세요? 어 난데, 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일이 좀 일찍 끝나서 저녁 비행기로 돌아왔어.
(사이) 그런데, 집에 혼자 있어? 어, 아니야. 그냥. (강조) 나 금방 도착한다고!!! (끊고 표정)
#4. 소현집 거실 (N1)
소현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전화 끊으면.
달수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고.
달수 : 이제 그만 가볼께.
소현 : (농담반 진담반) 우리 남편 금방 온다는데 인사하고 가지?
달수 : (질색하고) 임마! (표정 있다가) 몸 잘 추스르고. 밥도 좀 잘 먹고. 또 아무데서나 쓰러지면 안되니까 조심 좀 하고.
소현 : 그렇게 걱정되면 나랑 같이 있어주면 되겠네.
달수 : 잘 있어. (하고 나간다)
소현 : (표정)
#5. 퀸즈팰리스 로비 (N1)
달수, 정신없고 어지러운 표정으로 나오다가 들어오던 준혁과 마주친다.
달수, 귀신 본 것처럼 헉! 놀라고. 준혁 역시 흠칫 놀란다.
준혁 : 온달수씨가 이 시간에 여긴 웬일입니까?
달수 : 예? 그게... 잠깐 일이 있어서...
준혁 : 일이요? 무슨 일이죠?
달수 : (일단 둘러대는) 아... 그게.... 일이라기 보다는... 하대리님이랑 지하 바에서 한잔 하느라구요.
준혁 : (약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며) 그래요? 상갓집 간 게 아니구요?
달수 : 상갓집이요? 무슨 상갓집..?
준혁 : (뭔가 말하려다 참는 표정 있다가) 아닙니다. 가보세요.
달수 : 예. 그럼.... (하고 가다가 돌아보면)
준혁 : (그 자리에 선 채로 여전히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고)
달수 : 왜 저래... (눈빛 부담스러워 경보하듯 빨리 사라진다)
#6. 소현집 거실 (N1)
태준이 들어온다. 소현은 무릎담요 덮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고.
태준 표정.
소현 : (돌아보며) 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태준 :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어. (앉으며 힐끗 보고) 별 일... 없었어?
소현 : (차갑고) 일이 있을 게 뭐 있어. 아무 일 없어.
태준 : (표정) 울었어?
소현 : 당신이 나 우는 거 신경이나 쓰는 사람이야? 왜 갑자기 안하던 짓 해?
태준 : (할 말 없고)
소현 : (핸드백 끌어와 열더니 봉투 내민다)
태준 : 뭐야 이게?
소현 : 봐. 당신이 좋아할만한 거니까.
태준 : (꺼내 보면, 이혼 서류다) !!!!
소현 : 이혼해 주기로 했어.
태준 : (보는)
소현 :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네? 난 이거 주면, 당신이 나 보고 웃어줄 줄 알았는데?
태준 : 너 어디 아퍼?
소현 : 아픈 건... 오래 됐지.
태준 : 일단 잠이나 자. 얼굴이 그게 뭐냐? 허얘가지구.
소현 : (봉투 들고 천천히 일어난다)
태준 : (보는)
소현 : (봉투를 태준 앞으로 휙 날려버린다)
태준 : !!!
소현 :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생각했던 거 보다 더 통쾌하네. (하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7. 지애 집 거실 (N1)
달수 들어오는데, 지애가 꼿꼿하게 앉아 있다.
달수, 흠칫 놀라지만.
달수 : 여보. 안 자고 있었어?
지애 : (보면)
달수 : 아우.. 나 갑자기 한부장이 불러가지구... 일 하느라...
지애 : (도시락 들어서 보여주며) 당신 회사 갔었어. 한부장이 당신 아까아까 퇴근했다 그러던데?
달수 : (허걱!!)
지애 : 어떻게 된거야?
달수 : 어? (얼어붙고)
지애 : 당신.... 설마....
달수 : 어? (들켰나? 더 얼어붙고)
지애 : (기막히다는 듯) 정말.... 설마....
달수 : (겁에 질려) 여..여보...
지애 : 대리 뛴거야?
달수 : (띵! 해서) 어?
지애 : 혹시 대리 뛴거냐구. 그런거야?
달수 : (표정 있다가) .... 한푼이라도... 더 벌어볼까 해서...
지애 : (등짝 쫙 때리며) 으이구. 그런 짓을 왜 해! 이제 어엿한 직장인인데!!
달수 : (맞은 데 문지르며) 그러게.. 내가 생각이 짧았네.
지애 : 내가 사무실 딱 갔을 때 당신 없길래, 설마설마 했는데. (속상해서) 밤잠 못자고 운전하는 게 얼마나 몸 축 나는 건데.
내일 출근할 사람이 미련곰탱이처럼!!!
달수 : (진심으로 미안하고) 어, 미안해 여보.... 잘못했어.
#8. 욕실 (N1)
달수, 샤워한다.
<플래쉬백> 소현의 입술이 다가오던, 키스하던.
달수, 떨쳐 버리려는 듯 물줄기 세게 틀어놓고 좀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멋있게 머리도 흔들고 분위기 잡는데.
지애OFF : 여보! 물값 많이 나와! 웬간히 하고 좀 나와!!!
(M) 멋있는 음악도 뚝 끊기고
달수 : (확 깨는 듯 바로 물 끄고) 응 알았어 여보.
#9. 지애 집 안방 (N1)
달수와 지애 나란히 누워 있다.
달수 : 여보.
지애 : (졸린) 응.
달수 : 멘실모 회원 중에 창식이 형이라고 있거든?
지애 : 그런데?
달수 : 그 형이 요새 좀 그런가봐. (약간 망설이다가) 와이프 말고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대.
지애 : 미친... 그런 것들은 북어패듯 막 패서 다리몽댕일 똑 분질러놔야지.
달수 : (헉하고) 당신은.. 잔인하게...
지애 : 당신 창식인지 뭔지랑 놀지 마.
달수 : 그 형두, 와이프가 싫어진 건 아니래.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대. 그런데, 새로운 여자를 보면 자꾸 안됐구, 감싸주고 싶구,
옆에 있어주고 싶구, 그렇다나봐.
지애 : (졸린) 그게 말이 돼? 그게 무슨 사랑이야. 개뼉다귀지.
달수 : 개뼉... 당신은 진짜 너무 거칠다니까.
지애 : 아, 지 마누라 사랑하는 놈이, 딴 기지배가 눈에 들어와?
달수 : 사랑이 꼭... 하나 뿐이라는 법 있어?
지애 : (눈 감은 채) 사랑은 하나지. 하나니까 사랑이지. 그게 둘이면 양다리고 셋이면 막장인 거야. 그런 것도 몰라?
(하품하며 베개에 얼굴 묻고)
달수 : .... 그런가.... (표정 있다가) 그런데 여보. (보면)
지애 : (그 사이 코 잠들어 있다)
달수 : (복잡한 표정 있다가 이불 잘 덮어주고 아 심란해..)
#10. 소현 집 소현 방 (D1)
소현, 샤워 막 끝냈는지 가운 입고 얼굴에 로션 바르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태준.
소현 : (흠칫 놀라 보며) 노크 좀 해.
태준 : 노크는 무슨. (시니컬하게 앉고)
소현 : 뭐 할 말 있어? (다시 거울 본다)
태준 : 이 상황에 할 말 없게 생겼냐?
소현 : (건조) 해.
태준 : (테이블 위에 떡하니 이혼서류봉투 놓고)
소현 : (무표정) 왜?
태준 : 이혼 할 때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표정 있다가) 너, 남자 생겼냐?
소현 : (돌아보며) 생겼다고 했잖아. 바람 필 거라도 그랬구. 그렇게 하라며.
태준 : 내가, 바람 피랬지! 연애하랬어???
소현 : (기막힌 듯 본다) 그게 달라?
태준 : 다르지! 바람은 그냥 바람이지만, 연애는... 뵈는 게 없어지잖아. 지금 너처럼!
소현 : 그럼 안돼?
태준 : 안돼!
소현 : 정말, 끝까지 이기적이구나. 난, 길 가는 사람 아무라도 붙잡고 위로받고 싶었어.
사람 바닥까지 치게 만들어놓고, 안되긴 뭐가 안돼!
태준 : 그럼 그 남자도 너한테 같은 마음이야?
소현 : (표정)
태준 : 넌 이혼하자고 앞뒤 안가리고 설칠 만큼 좋아하는데, 그 남자도 그러냐고! 그 남자도 이혼한대?
소현 : (표정) 난 유부남이란 말 안했는데?
태준 : (헉)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그 남자도 널 그만큼 좋아하냐는 거지.
소현 : 그게 중요해?
태준 : 그럼 안 중요해?
소현 : 난 이제, 내가 중요해졌어. 내 감정이 제일 소중해졌어.
태준 : (말문 막혀 있으면)
소현 : 나가줄래? 좀 걸리적거리네? (빙글 돌아 화장하고)
태준 : (표정)
#11. 휘트니스 센터 (D1)
영숙과 봉순, 함께 런닝머신 느리게 걸으며 얘기 중이다.
영숙 : 좀 자세히 알아봤어?
봉순 : 네 사모님. 확실해요.
영숙 : (눈 반짝) 그래?
봉순 : 네. 사장 사모 아프다 그랬더니 바로 달려오더라구요. 자기가 무슨 남편이나 되는 것처럼.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영숙 : 간두 커. (재밌다) 천지애 이 얘기 들으면 기절하겠네.
봉순 : 듣게 해야죠. 같은 여자로서 알면서 안가르쳐 줄 수 있나요?
영숙 : 가르쳐는 주되, 하나씩 하나씩 까보여주는 것도 재밌겠네.
봉순 : 네?
영숙 : 소문이 왜 이니셜로 나는 줄 알아? 그래야 더 흥미롭거든.
알맹이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양념이 더해져서 맛이 독해지는거고?
봉순 : (무슨 말인지 알겠고) 네 사모님.
영숙 : 천지애 남편이 어떤 유부녀 A양이랑 바람이 났다더라.... 이렇게 소문이 나면? A양도 속은 좀 타겠네.
(웃으면서 런닝머신 끄고 내려간다)
봉순 :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속도 올려 달리기 시작)
#12. 봉순 집 거실 (D1)
봉순, 이슬 정란을 불러놓고 있다.
이슬은 봉순 눈치 보며 차 마시느라 찻잔이 달달 떨린다.
봉순 : (다정) 편하게 해. 왜 자꾸 눈치를 보구 그래~
이슬 : 저는 지난번 일로 화나셨을 것 같아서.
정란 : 당연히 화가 나지 그럼! 아무리 너그러우신 사모님이라두 화가 안날 수 있겠어?
봉순 :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이사님 사모님께두 내가 잘 말씀드려줄테니까 걱정마.
이슬 : 네? 정말요? (다행이고)
정란 : (그틈에) 암튼 사모님께선 마음이 너무 넓으시니까.
봉순 : 뭘.. (웃으며 차 마시다가) 그나저나 걱정이네...
이슬 : 네? 뭐가요?
봉순 : 내가 아는 사람 남편이 바람이 난 것 같아서... 고등학교 친구지간에 알면서 말 안해주기도 그렇고... 고민이야.
정란 : 어머나~ 누군데요?
봉순 : 그것까진 얘기 못하겠구. 멀리 떨어져 살면 모를까, 남편들끼리 같은 직장이라 늘 얼굴 보는 사이인데. 참 난감하네.
이슬 : (표정 있다가) 사모님. 설마.. 천지애씨 남편이 바람 난 거에요?
봉순 : (들켜서 당황스럽다는 듯) 어머! 자기 암튼 눈치 하난 빨라.
정란 : 정말이에요? 천지애씨 남편 바람났대요? 누구랑요?
봉순 : 이왕 다 알아버린 거, 말 안하기도 뭣하구. 나도 자세힌 몰라. 여자가, 우리 회사 사람 와이프라는 것 밖엔.
이슬,정란 : (난리났다/흥분,호기심,재미) 어머나. 진짜에요? /웬일이니 웬일이니~
봉순 : 절대 비밀이야. 나 딴 건 몰라도, 두 사람 입 무거운 건 믿으니까!
이슬,정란 : (입 꾹 다물며, 믿으라는 듯 쉿!!! 하는데서)
#13. 동네 슈퍼 앞 (D1)
태준, 슈퍼 옆에 차 대놓고 지애 기다리는 중이다. 괜히 두리번대다가 목도 타고.
슈퍼주인, 가게 앞에 먼지 탁탁 터는데 눈치도 보이는 태준. 아이스크림 고르다가 쭈쭈바 하나 꺼낸다.
태준 : 얼마에요?
주인 : 칠백원이요.
태준 : (지갑 열어보면 수표 뿐이고) 수표밖에 없는데...
주인 : (사기꾼 보듯 보며) 아 누가 칠백원짜리 사면서 수표를 내요. 거스름돈 없어요.
태준 : (골드카드 꺼내며) 카드 안돼요?
주인 : (째려보는데) 꼴랑 칠백원짜리 사면서 카드 긁게? (먼지털이로 막 여기저기 털어낸다)
태준 : (눈치 보이고 먼지털이에 밀려나는데)
이때 목욕가방 들고 머리 촉촉하게 젖은 채 총총 들어오는 지애.
지애 : 두부 주세요~
주인 : 어. 정원이네 목욕 갔다 와? (두부 담는다)
지애 : 네. (두부 받다가 태준 보고) 어? 태봉씨.
태준 : (씩 웃고)
지애 : 또 집 보러 왔어요?
태준 : 네? 아..네. 집을 한번 봐서 아나 뭐. 꼼꼼하게 봐야 되니까.
지애 : 그렇긴 하지. 근데 여기서 뭐해요?
태준 : 맞다. 아줌마 만난 김에 내 돈 갚아요. 저번에 꿔간 만원.
지애 : (저런 치사한...) 언제적인데 까먹지도 않어. (지갑에서 만원짜리 꺼내서 주면) 은근히 쪼잔해.
태준 : 뭐가 쪼잔해. 받는다 받는다 하고 이제야 받는건데. 이자는 나중에 갚아요.
지애 : (하!! 이자는 무슨~)
태준 : (만원 주인에게 주고) 여기요. (쭈쭈바 하나 더 꺼내서 지애에게 주는) 자요. 이건 내가 사는 거에요. (거스름돈 받아 챙기고)
지애 : (쳇!) 어머나. 고마워라. 이 귀한 걸. (평상에 털썩 앉고)
태준 : (좀 떨어져 앉아 쭈쭈바 먹다가) 근데 아줌마. 아줌마는 결혼 생활이 행복해요?
지애 : 에?
태준 : 혹시 말이에요. 최근, 남편의 귀가시간이 부쩍 늦어지지 않았어요?
지애 : 그거야... 그렇죠. 백수였다가 취직했으니까 당연히 늦게 오지.
태준 : (이럴 줄 알았어) 그리고 혹시, 잘 끼고 다니던 결혼반지를 벗어놓고 다닌다거나....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다거나...
지애 : (뭐야...)
태준 : 스킨이나 향수를 부쩍 자주 사용한다거나.... 최신 개봉영화를 줄줄이 꿰고 있다거나? 그러진 않아요?
지애 : (빤히 보다가) 지금 뭐해요?
태준 : 아니... 잘 체크해봐요. 남자는 모르는 거에요.
지애 : (피식 웃으며) 태봉씨야말로 우리 남편을 몰라서 그러는데요. 우리 그이는 바람 필 배짱 없어요.
태준 : 배짱 갖고 바람피나? 마음 갖고 피지!
지애 : 증말 시간이 남아도니까 별 쓸데없는 간섭을 다해! 우리 남편은 내가 지랑 살아주는 걸 아주 감지덕지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태준 : 그래도 만약에... 남편이 바람났다. 그럼요?
지애 : 그러면 절대 나한테 들키지 말아야지. 그거 아는 순간엔, 지 죽구 나 죽구니까. 아 근데 왜 자꾸 그딴 걸 묻구 그래요!
태준 : (뭐라고 하려는데)
지애 : (전화 오면, 먹던 거 꿀떡 삼키고 우아톤으로 확 변신) 네 사모님.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제가 어찌나 걱정이 되든지~
태준 : (가증스러... 표정)
지애 : (일어나서 가면서) 오늘요? 네에. 저 오늘 스케쥴 괜찮은데~ (하면서 가 버린다)
태준 : 인사도 안하고 가냐? (삐죽하고) 아 저 헛똑똑... 어떡하냐. (쭈쭈바 빨고)
#14. 퀸즈푸드 갤러리 (D1)
지애 : 갤러리가 참 좋으네요.
소현 : 고마워요. 그림에 관심 좀 있으세요?
지애 : 그림요? 그냥 뭐, 전 서양화보단 동양화 쪽이 좋더라구요.
소현 : 동양화요?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라두..?
지애 : 예? 아 그런 거 보단... 맞고 좋아하거든요. 우리 그이랑 둘이 시간 나면 손목 때리기, 이마 튕기기.. 뭐 이런 거 하면서
맞고 치고 놀아요.
소현 : (웃고)
지애 : 사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몰라두 좋으실 것 같아요. 사모님 뵈면 나이는 어리신데두 그냥 품위 있고 우아하고, 예쁘기도 하고.
소현 : 글쎄... 우리 남편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은데요?
지애 : 네? (호기심) 왜요?
소현 : 사실은요, 제가 고민이 좀 있어요.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에요. 털어놓을 사람도 마땅히 없고 해서.
지애 : 사모님 같은 분도 고민이 있어요?
소현 : 왜요. 없을 것 같아요?
지애 : 다 가지셨잖아요. 내가 사모님이면 고민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소현 : (표정 있다가 담담하게) 저 몇 년째 남편이랑 각방써요. 무늬만 부부지, 우린 그냥 동거인이에요. 그것도 사이 썩 안좋은.
지애 : (어머나...)
소현 : 그런데요, 나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요. 음.. 그쪽도 유부남이구.
지애 : 예? 그래두 그건 좀... 그거는 부적절한 관계....
소현 : 인생이 두 번만 돼도, 좀 참고 살겠는데요. 한번이잖아요.
그런데 제대로 사랑 한번 못해보면서 살다 죽으면 억울할 거 같아서요.
지애 : (표정)
소현 : 내가, 나쁜가요?
지애 : 뭐... 여자로서, 이해가 아주 안되는 건 아니에요.
소현 : (눈빛 빛나고) 그래요? 이해가 돼요?
지애 : 암튼 이래저래 힘드셨겠다.. 앞으로두요, 뭐 털어놓고 싶은 얘기 있으면 얼마든지 털어놓으세요. 소문은 걱정 마시구요.
어차피 저 왕따라서, 어디 소문낼 데도 없거든요. (귀엽게 웃고)
소현 : (차 마시며 묘한 미소) 맞다. 퀸즈에서 왕따였다는 사람 하나 더 있는데?
지애 : 네? 누구?
소현 : 정고운씨!
지애 : !!
고운, 저만치에서 다른 사람과 얘기중이다가 문득 돌아보고 다가오는.
지애 : (!!!) 고운씨가 여긴 웬일이야?
고운 : 그러는 언니는 웬일이세요?
지애 : 나야 우리 사모님 뵈러.
소현 : 두분 서로 아는 사이였어요?
지애 : 예.. 뭐.. 조금....
고운 :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지애 : (어색) 자기 남편은 잘 있어?
고운 : 잘 있긴요. 짤리고 백수로 놀고먹고 있죠 뭐. 저도 이제 언니 맘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지애 : 응? 내 맘 뭐..?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소현 눈치 보고)
소현 : (재밌다는 듯 본다)
#15. 퀸즈푸드 갤러리 앞 (D1)
소현이 지애 마중해주고 있는데.
영숙과 봉순이 오고 있다. 봉순은 커다란 그림 정도 들고 오는 길.
영숙과 봉순, 소현과 지애를 보고 멈칫한다.
영숙 : 안녕하세요 사모님.
봉순 : (표정 있다가 함께 인사하고)
소현 : (도도) 네. 무슨 일로...?
영숙 : 이번 전시회에 작품 내는 문제 때문에요.
소현 : 아, 얘기 들은 것 같네요.
영숙 : (표정 있다가) 그런데, 천지애씬 여기 웬일이야?
지애 : (당황하다가 뭐라고 하려면)
소현 : (OL) 제가 초대했어요. 조언 구할 것도 있고 해서요.
영숙 : 아...네에. 그러셨구나.
소현 : 전시회건은 들어가서 정비서랑 얘기하시면 될거에요. (또각또각 가면)
봉순 : (지애에게) 참. 미영이한테 연락 받았니? 저녁에 동창모임 있다더라.
지애 : 알아. (영숙에게 얼른 인사하고 얼른 소현 따라간다)
영숙과 봉순, 소현 지애 멀어지는 모습 잠깐 보다가.
영숙 : 지 남편이랑 바람난 줄도 모르고, 천지애는 뭐가 좋다고 저러고 따라다니는거야? (하! 웃고) 증말, 재밌는 그림이네.
봉순 : .....지애 쟤가... 여우 같으면서도 은근히 맹한 구석도 있거든요. 사람을 너무 잘 믿기도 하고...
(고소하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동질감 같은 것도?)
#16. 관능센터 (D1)
달수, 1차 샘플 나온것을 미지근한 물에 잘 섞어서 나눠준다.
양과장, 하대리 입을 헹궈내고 샘플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 달수도 맛 본다. 표정.
하대리 : (윽 맛없는 표정) 야... 어뜩하냐. 이거 완전 맹탕이잖아.
양과장 : MSG랑 합성 착향료를 빼서 그렇지. 다 빼고도 맛이 나면 누가 안 빼겠어. 에이...
달수 : (표정) 연구소에서도 좀 걱정하더라구요. 천연재료로만 만든다는 의도는 좋은데 맛이 기존 조미료를 따라가긴 힘들거라구.
하대리 : 그래그래. 연구소에서도 안된다는 걸 우리가 뭘 어떡해. 아 그냥 열숟가락 넣던 거 한 다섯숟가락만 넣고,
대충 그렇게 하면 되지.
양과장 : 부장님이 뭐라 그러실텐데...
하대리 : 아 언제까지 부장님 눈치만 볼 거에요!! 우리도 우리 소신껏!!! 대충 만들자니까... 시간 끌다가 부장님한테 더 혼나기만 해.
달수 : 그렇지만 기존 꺼랑 아무 차별화가 없으면 이렇게 큰 돈 들여서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하대리 : 달수 이눔 이거.. 저번부터 느꼈는데.. 너 왜 우리를 리드해! (꺾고) 그래서 어쩌자고?
달수 : 연구소 박주임님 얘기로도 합성 착향료가 없어진 자리는 원물량을 늘리면서 메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MSG가 빠지면서 감칠맛이 감소한 걸 어떻게 채워가느냐, 이게 관건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양과장 : 염산분해간장 빼는 것도 문제지.
달수 : (열심열심) 간장은 염산으로 분해하지 않으면서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구요.
감칠맛이랑 단맛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양과장 : 시간도 문제잖아. 더 늦어지면 부장님 실망하실텐데.
달수 : (똘똘) 효모 개발 쪽 논문을 좀 더 찾아볼께요. 예전에 제가 어느 논문에서 봤는데요,
효모 추출 과정에서도 MSG가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역으로 유추해 가다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하대리 : (진짜 궁금한) 미스테리다. 이렇게 똘똘한 놈이 여태 왜 백수였던거냐?
달수 : (긁적긁적)
#17. 고급 한정식집 룸 (D1)
지애 화자 미영 연선 정숙 또 몇명의 친구들 둘러앉아 수다중.
간단한 야채 정도만 밑반찬으로 나와 있는 상황.
연선 : 화자 너 점집 냈다며? 너한테 그런 끼가 있었냐?
미영 : 야. 너 진짜 뭐 좀 알아? 나 요새 힘든데. 물어봐도 돼?
화자 : (미영 뚫어져라 보더니) 아들놈이 아프구만?
미영 : (이런 젠장...)
연선 : 얘 딸만 둘이야.
화자 : (삐끗하고 궁색하게 둘러대는) 다행이네. 아들이 있었음 아팠을 뻔 했어. (괜히 오이 같은 거 베어먹고)
연선 : 화자야, 미영이 남편 때매 힘들어 요새.
화자 : (다시 뚫어져라 보며) 남편이 아프구만?
미영 : (확 짜증나고) 아프긴 개뿔! 야! 그 인간 힘이 아주 넘치고 남아돌아서 스물다섯살짜리랑 바람났거든?
지애 : (땅콩 집어먹으며 깐족) 딴살림이지.
미영 : (확 노려본다)
이때 봉순 문 열고 들어온다. 우아한 자태.
봉순 : 내가 늦었지. 미안.
일동 : (모두 봉순 반기고)
봉순 : (앉으며) 대신 오늘은 내가 쏠께. 이 집 맛있어. 우리 남편 회사 근처라 자주 오는 곳이거든.
연선 : 나두 잡지에서 이집 본 거 같애. 조미료 하나도 안쓰는 집이라며?
봉순 : 응. 그래두 맛이 깔끔하고 괜찮아.
미영 : (지애 힐끗 보고) 그런데 봉순아. 지애랑은 자주 보면서 지내니?
봉순 : (표정 있다가) 뭐, 부장 부인이랑 평사원 부인이 부딪칠 일이 얼마나 있겠니. 노는 물이 다른데. 안그러니 지애야?
지애 : (입으로만 욕하다가, 봉순과 눈 마주치면 억지로 웃고) 그렇긴 하지.
(컷튀면) 밥 먹는다.
지애 반찬이 입맛에 맞는지 잘먹고. 맛있네.. 표정.
봉순 : (술잔 내밀어 따라주고) 지애야. 너 요즘 니 남편이랑 사이 괜찮니?
지애 : (궁시렁) 왜 이렇게 우리 부부 잘지내나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어. (눈 마주치면) 몹시 잘지내. 왜?
봉순 : 넌, 니 남편을 너무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지애 : (왜 또 염장이야) 그럼 남편 안믿으면 옆집 아저씨를 믿으리?
봉순 : 아니 난... 살아보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뭐 이런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더라구. (빙긋)
지애 : (술 따라주고) 남의집 도끼 걱정하지 말구, 니네집 도끼나 신경쓰셔요.
봉순 : 너 그거 무슨 뜻이야?
지애 : 우리집 도끼는 발등 안찍고 장작 열심히 패고 있으니까, 니네집 도끼 무슨 뻘짓 안하나, 그거나 잘 살피란 뜻이야.
연선 : 야 그만들 해. 그러다 니들 싸우겠다.
화자 : 왜 말려. 간만에 흥미진진한데.
지애봉순 : (표정들 있다가 술잔 쭉 들이키고)
정숙 : 야. 우리 그거 할까? 왜, 누구 남편이 제일 일찍 오나 내기.
미영 : 이년이! 누구 염장 지르냐?
연선 : 왜. 해보자.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은근 스릴있더라.
지애 : (벌써 전화기 꺼내들더니 1번 누르고) 여보?
곧이어 연선이며 정숙이며 다른 친구들도 전화기 꺼내 여보? 하고.
화자도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태봉씨? 한다. 그러나 곧 끊긴 듯 태봉씨!! 태봉씨!!! 하고.
봉순 표정 있다가 전화기 꺼내 망설이다 전화건다.
#18. 고급 한정식집 앞 (N2)
여자들 모두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털털털 소리 나더니, 달수가 차를 몰고 나타나고.
지애 : (의기양양해지는) 여보!! (손 흔든다)
달수 : (얼른 차 세우고 나와 꾸벅 친구들에게 절하고) 안녕하세요.
친구들 : (어머~ 니 남편 멋있다/ 좋겠다 기지배~ 등등)
봉순 : (표정)
지애 : (봉순 들으라는 듯) 나 그럼 먼저 가볼게. 천천히 기다리다 가.
(컷튀면) 하나둘 남편이 오거나 남편차가 와서 데려가고. 미영도 연선차에 껴서 같이 타고가고.
봉순과 화자만 남았다.
화자 : 우리 태봉씬.... 바쁜가.... 집안에 무슨 우환이 있나... (갸웃하며 가고)
봉순, 혼자 남은 채 좀 비참해진다.
#19. 봉순 집 거실 (N2)
준혁, 신문 보고 있고.
혁찬은 영어학습기 하고 있다. 깜박이는 단어에 따라 유창한 발음으로 바로바로 따라하는 혁찬.
준혁 : (힐끗 보고 대견하고) 우리 혁찬이, 발음이 많이 좋아졌네?
혁찬 : 다음주에 영어영재반 시험 있다구, 엄마가 공부 많이 하랬거든. 이따 테스트 한다구. 그런데 아빠. 나 배고파.
준혁 : (시계 보고) 엄마한테 전화 한번 해 봐.
혁찬 : 엄마가 아빠한테 밥 차려 달라 그러랬는데?
준혁 : (황당) 뭐?
#20. 봉순 집 주방 (N2)
혁찬은 말똥말똥 보고 있고.
준혁은 서툴게 왔다갔다.. 냉장고 반찬통째 몇개 꺼내고. 기름 때문에 앗뜨거! 해가면서 계란후라이 말도 안되게 부쳐서 내놓는다.
그런데 밥통 뚜껑 열면 밥 없다. 에씨.. 김 빠지는 준혁.
(컷튀면) 라면 먹고 있는 혁찬과 준혁.
혁찬 : 아빠. 라면이 우동 같애. 팅팅 뿔었어.
준혁 : (표정) 그냥 먹어.
혁찬 : (먹으며) 그런데 아빠. 애들이 그러는데,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거래.
준혁 : (웃고) 쪼끄만 녀석들이 별 얘길 다한다.
혁찬 : 그런데, 아빠는 왜 안그랬어?
준혁 : (!!!!) .... 뭐?
혁찬 : 아빠는 엄마 부려먹기만 하고. 안 사랑하잖아. 웃어주지도 않고.
준혁 : 아니야 임마. 아빠가 왜. 아빠 잘 웃어.
혁찬 : 아닌데? 엄마한테 맨날맨날 화만 내잖아 뭐.
준혁 : (애 눈에도 그렇게 비쳤나... 표정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 들리더니 봉순이 들어온다.
봉순 : 당신 집에 있으면서 나 데리러 안온거에요? 기다렸는데.
준혁 : (짜증) 피곤하다고... (혁찬 눈치 보여서 약간 미소) 말했잖아. 뭐하러 기다려.
봉순 : (그럼 그렇지...) 왜 밥을 먹지. 라면을 먹어요?
준혁 : (또 신경질) 밥이.. (억누르며 미소) 있어야 먹지. 밥통이 텅 비었잖아.
봉순 : (그리 미안하진 않은 표정) 그래요? 그럼 드세요. 한끼 라면 먹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준혁 : (열받는 표정 있다가, 혁찬과 눈 마주치면 억지 미소)
#21. 소현 집 거실 (N2)
태준, 머리 아픈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소현 내려오는 소리 들리자, 얼른 다리 꼬고 앉아서 아무거나 잡지 펴서 들며.
태준 : 커피 마시게?
소현 : (대답도 없이 바 쪽으로 가서 커피잔에 커피 따르고)
태준 : 내일.. 어머니 아버지랑 식사하자.
소현 : 갑자기 왜?
태준 : 오래됐잖아. 같이 밥 먹은지. 예약 잡아놨어.
소현 : 왜 안하던 짓 해? 어머니 아버지랑 밥 먹는 거 싫어하잖아.
태준 : 내가? 나 안싫어해. 너 오해했구나 그동안.
소현 : 암튼 난 가기 싫은데?
태준 : (안타까운 척) 어쩌냐. 벌써 두 분 다 오시기로 하셨는데. 이제 와 취소하면 욕 바가지로 먹을텐데.
소현 : (째려보고)
태준 : (모른 척) 나도 커피 좀 주라.
소현 : (자기 커피만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태준 : (저게...!)
#22. 지애집 거실 (N2)
지애 과일 깎고 있고.
달수는 앉아서도 영어로 된 두꺼운 논문 같은 거 막 뒤져보고 있고.
지애 : (과일 찍어 먹여주며) 천연재료로 조미료를 만들어?
달수 : 그런데, 아무래도 감칠맛이나 단맛 같은 게 떨어지더라구. 설탕이니 화학성분이니 다 빼는 거니까.
지애 : (과일 먹으며) 그럼 넣고 만들어. 뭐가 문제야?
달수 : (주먹 불끈) 여보. 나는 나름대로,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몸에 좋은 걸 만들어보자, 뭐 이런 범국가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거든!
지애 : 아이구! 열사났네 열사났어. 당신이 무슨 봉중근 의사야? (밥 막 먹는다)
달수 : .........(어이없다가) 여보. 안중근 의사거든? 봉중근은 야구선수고. WBC...
지애 : 그른가? (정원이 보기 좀 창피하고) 정원아? 방금껀 못들은걸로 해라.
정원 : (과일 먹으며) 괜찮아. 한두번인가.
지애 : 조미료 안넣고도 음식 맛있게 하는 집 없나? 그런 데 가서 비법을 전수받으면... (하다가 표정)
#23. 고급 한정식집 일각 (D3)
어제 그 한정식집. 입구에는 “함께 일하실 분 찾습니다” 써붙여져 있고.
지애, 딱 봐도 중년인 여사장(전원주씨급?)과 마주앉아 있다.
여사장 : 아니, 지금 서빙할 사람이 아니고 허드렛일 할 아주머니 구하는데. 그런 일하게 생긴 얼굴이 아닌데.
지애 : 제가 오늘 좀 꾸미고 와서 그렇지, 평소엔 진짜 허접스럽거든요. 일도 소처럼 아주 잘하구요.
여사장 : (일어나려고) 미안해요. 딴 데 알아보세요.
지애 : (표정 있다가 확 기분 나쁜 듯) 정말 너무하시네!!!
여사장 : (불쾌) 뭐에요?
지애 : 딱 보니까 내 또래신 거 같은데!
여사장 : (내 또래? 뾰로롱... 기분 좋아지는)
지애 : (일부러 화난척)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구, 이러시는 거 아니에요!
(슬쩍 눈치보며 화난척) 증말, 고급 한정식집 주인답게 고고하고 품위있고 우아하면 다야?
여사장 : (뾰로롱... 계속 기분 좋아진다)
지애 : (쐐기 박는) 하여튼, 이쁜 사람들은 꼭 이렇게 인물값을 한다니까? 마음 그렇게 쓰시는 거 아니에요!
(컷튀면) 지애, 쟁반 들고 열심히 서빙하고 있다.
틈틈이 음식맛 봐가며. 이건 뭘 넣은걸까? 갸웃갸웃하면서.
#24. 호텔 로비 (D3)
태준부와 태준모 들어온다. 뒤에 줄줄이 비서들.
호텔 직원들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
#25. 호텔 레스토랑 (D3)
태준부, 태준모,태준,소현 앉아서 식사중. 엄숙한 분위기.
태준부 : 너 다음달에 주주총횐 거는 알고 있지.
태준 : 예.
태준부 : 난 말이다. 그동안 떳떳하게 증여세 내가면서 해준 사전상속 말고는 너한테 해줄 게 없다.
니가 가진 주식만으로 경영권 장악은 힘들 거고 말이다.
태준모 : (궁시렁) 웬.. 고집이 그렇게 쎄신지.
태준부 : 내 칠십평생에 자식이라곤 너 하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3대째 지켜온 우리 회사랑 바꿀 생각은 없다.
태준 : (표정) 알고 있습니다.
태준부 : 다른 건 몰라도 선대서부터 조미료만큼은 우리 퀸즈 제품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있었어.
니가 사장 자리 앉고 나서 그 주도권을 명인놈들한테 뺏겼지만!
태준 : (표정)
태준부 : 80억이나 들여서 라인 새로 설비하는 거, 심심해서 괜히 해보는 거 아니다.
새 아이템 실패하면 그 자리 아예 내놀 생각 해라.
태준모 : 여보!
태준부 : (서슬 퍼렇고) 내 자식이야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 굶어죽지 않지만! 내 자식이 잘못해서 판 깨놓으면,
내 식구 얼마가 밥숟가락 놔야 되는 지 몰라?
태준모 : 아우, 알았어요.
태준부 : 새애기 너는 아직도 소식이 없어?
소현 : (표정)
태준모 : (밉게 보며) 병원 좀 가보라니까 말을 안듣고 저러고 있네요.
니 친정에선 아무말 없으시니? 도대체, 남의 집에 애를 보내놓고 관심이 없으셔.
소현 : (조용히 있다가 결심 선 듯이) 아버님,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태준 : (!! 해서 본다)
태준부모 : (보면)
소현 : 저희, 이혼하려구요.
태준부모 : (표정들)
태준 : 은소현!
소현 : 이 사람한텐 제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어머님 말씀대로 마음 붙잡아둘 능력도 없는 것 같구요.
태준모 : 뭐가 어째?
태준부 : (노한 표정으로 부르르해서 보고)
소현 :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태준모 : 저... 저... 아니 쟤 왜 저러니? 너 또 바람폈니? (해놓고 태준부 눈치)
태준부 : (무섭게 태준 노려보며 호통) 어떻게 된거냐!
태준 : .... 죄송해요. 제가 여자 문제로 속을 좀 썩였더니 맘상해서 저래요.
태준부 : (벌떡 일어나더니 지팡이로 내리치려)
태준모 : (깜짝 놀라 얼른 막으며) 아이구 여보. 왜 이래요. 당신은 젊어서 안 그랬어요?! 아주 딱 부전자전인데 왜 그래요!
태준부 : (그 얘기엔 할말 없다. 지팡이 내리고 슬그머니 앉는다)
태준모 : 하여튼 배운데 없는 것 같으니. 무슨 그깟일로 이혼을 한다 만다야. 집안끼리 맺어진 관곈데.
지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이혼이야?
태준 : (OL) 이번엔 내가 좀 심하게 사골 쳤어요. 저럴만 해요. 그러니까 건들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표정)
#26. 소현 집 거실 (D3)
소현 텔레비젼 보고 있는데, 태준이 샤워 마친 듯 가운입고 나온다.
태준 : (농담하듯) 오늘은 장난이 심했다 너.
소현 : 나 괴롭히기 싫어서, 나 위하느라구, 이혼하자 그러는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 마음 받아들이겠다는데, 왜 그래?
태준 : (욱 했다가 가라앉히며) 소현아. 이건 내가 니 남편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고, 널 어려서부터 지켜봐 온 오빠로서 하는 말인데.
소현 : 해.
태준 : (조근조근 설득하는) 너, 남자들은 너처럼 이러는 거 안좋아해. 니가 이렇게 막 이혼하겠다구 그러면서,
다 버리고 오겠다 그러구. 그럼, 좋아할 것 같애?
소현 : (피식)
태준 : 너 그거 완전 부담스러운거야. (강조) 만약에, 그 남자가 가정이 있는 남자라면 더더욱....
소현 : (OL) 허태준 답지 않게 왜 이래?
태준 : 뭐?
소현 : 나도 이제 당신이랑은 아무 미래도 꿈꾸고 싶지 않거든? 그런데 날 보고 어쩌라구. (팔 탁 쳐내며) 싫증나게.
(쯧..하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태준 : (와... 당했구나! 열받고)
#27. 고급 한정식집 (D3/N3)
지애, 다 먹은 테이블 앞에서 찌꺼기 치우고 있는데.
입구쪽에서 들어오는 홍식, 준혁, 그리고 주주들.
지애, 쟁반에 접시들 담아서 움직이다가 준혁과 눈이 딱 마주친다. 헉 놀라서 얼른 돌아서는데.
준혁, 지애를 이미 알아봤고. 홍식과 다른 사람들 뒤 따라가는 척 하다가 지애 쪽으로 온다.
준혁 : 너 여기서 뭐해.
지애 : (창피하고) 야.. 상관 말고 들어가.
준혁 : 니 남편이 이런 데서 일해서 돈 벌어오라든?
지애 : 그런 거 아니거든? 우리 남편은 나 여기서 알바하는 것도 모르거든? 내가 그냥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
준혁 : (앞 막아서며) 알아볼 거 뭐!
지애 : (눈치 보고) 니네 회사에서 무슨 새 조미료 개발한담서! 내가 뭐 도와줄 거 있나 해서, 여기서 이것저것...
(하다가) 그냥 좀 가주면 안될까?
준혁 : 니가 이러면 이럴수록, 난 니 남편 보고 싶지 않고. 밟아주고 싶어진다. 그거 아냐?
지애 : 뭐?
준혁 : 이렇게 살거면, 차라리 내 눈에 띄질 말든가!!!
이때 저쪽에서 “아줌마” 하면 얼른 달려가는 지애.
준혁, 짜증나고. 표정 있다가, 전화기 꺼내 통화 누르고.
준혁 : 온달수씨. 지금 어딥니까. 회사 앞에 일송정으로 오세요. 오라면 와요! (전화 확 끊고 들어간다)
#28. 고급 한정식집 앞 (N3)
달수, 달려온다.
달수 : 바빠죽겠는데 오라가라야. (궁시렁대면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지애가 서빙하는 모습 보이고.
달수, 어이없고 황당하다. 준혁이 왜 오라고 했는지 알 것 같고. 열받아서 들어가는 달수.
#29. 한정식집 (N3)
아무 것도 모르고 웃으면서 일하고 있는 지애 손목을 확 붙들고 나온다.
지애, 여보.. 왜 이래... 어쩌고 하면서 끌려나가고.
룸에서 나와 그런 두 사람 보는 준혁.
#30. 한정식집 앞 (N3)
지애, 달수 손 털어내며.
지애 : 왜 그래 당신. 아직 일 안끝났는데...
달수 : 뭐해 지금 여기서. 누가 당신보고 식당일 하래?
지애 : 알지도 못하면서. 이게 다 당신 도와주려고 그런거야.
달수 : 날 도와줘?
지애 : 당신 개발하는 거, 그거에 혹시 도움되는 거 있을까 하구. 여기가 맛있다고 소문난 데라. 비법 좀 알아볼까 하구.
달수 : 누가 그런 거 도와달래? 진짜 왜 이래 궁상맞게!!!
지애 : (좀 충격이고) 궁상...맞아?
달수 : 당신이 도와줘서 회사 들어간 거 고맙게 생각해. 그럼 이제 날 좀 믿고, 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봐 좀!!!
지애 : 아니 나는...
달수 : 하지 말라고 이런 거!! 쪽팔린단 말야!! 당신이 이러니까 한부장이 나 자꾸 개무시하는 거잖아!! 지 여자 하나도 못챙긴다구!!!
지애 : (기막히고, 눈물 쓱 닦더니 들어가려는)
달수 : 어디 가!!!
지애 : 옷 가질러 간다! (홱 들어가고)
달수 : (화낸 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왜 그랬지 속상하기도 하고)
#31. 한정식집 룸 (N3)
홍식, 준혁, 접대중이다. 앞에는 주주들이 앉아 있고.
홍식 : 사실, 기업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서 친족간에 지분도 분산되고 증자하면 지분율도 하락하고,
뭐 이러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은 줄어들게 돼 있으니까요. 주주분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주주1 : 그나저나 회장님은 언제까지 허사장체제를 유지하실건지...원...
홍식 : 아무리 공과 사 분명하신 회장님이라고 해도, 혈육 아닙니까. 스스로 쳐내시긴 힘드실거고.
이런 일일수록 옆에서 도와줘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준혁에게 슬쩍 눈치 주면)
준혁 : (주주1의 빈잔에 술을 얼른 따라준다)
홍식 : 그래두 우리 회장님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넘겨서 경영권 승계하려는 편법상속은 생각 안하고 계시더라구요.
워낙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웃으며) 사회가 투명해질수록, 윗분들은 살기가 팍팍해지는 것 같애요.
주주들 : (동의하는 반응들이고)
홍식 : 한잔씩들 하시죠. (건배하고 술잔엔 입만 댔다 떼고)
준혁 : (홍식 대신 원샷하고, 다른 사람들 잔에도 술 채워주면서 술상무 역할을 한다)
홍식 : 우리 한부장 와이프가, 사모님들 위해서 좋은 자리 마련했다면서?
준혁 : (얼른) 예. 골프 약속 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홍식 : 또 우리 사모님들 속이 편하셔야, 우리 속도 편한 거 아니겠습니까.
일동 껄껄 웃고. 질펀한 분위기 이어지는.
#32. 지애 집 거실 (M4)
달수, 방에서 양복 차림으로 나오는데.
소파에 모로 누운 채 삐져있던 지애, 팽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달수도 좀 짜증나는 표정인데.
나가려다가 보면. 거실 테이블에 이거저거 싸진 작은 가방이 보이고. 그 위에 쪽지도 보인다.
#33. 회의실 (M4)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혼자 앉아서 풀어보고 있는 달수.
간장이 찰랑 들어있는 통 하나. 말린 디포리가 들어있는 통 하나. 말린 버섯가루와 말린 멸치가루, 쌀뜨물 등등..
이런저런 양념들이 조금씩 귀여운 통 안에 들어 있다. 조그만한 스푼도 함께 들어있고. 순서대로 번호도 매겨져 있고.
쪽지 읽는 달수 표정 위로.
<플래쉬컷>
지애, 장독대에서 간장 맛 보는 표정 위로.
지애OFF : 이건 다린 간장이야. 숯을 넣고 숙성시킨 간장에 양파랑 마늘 대파 멸치액젓 그리고 과일을 넣고 두시간 정도 다린 거야.
이렇게 하면 간장 특유의 냄새를 없애주면서도 맛내기에 좋대.
<플래쉬컷>
주방에서 아줌마가 디포리 우리는데, 옆에 붙어서 이거저거 물어보는 지애.
지애OFF : 이게 디포리라는 건데. 감칠맛 내기엔 멸치보다 이게 더 좋대.
<플래쉬컷>
졸여서 건조된 양파를 분쇄하는 장면 힐끗힐끗 보는 지애.
지애OFF : 그리고, 양파를 우려내서 건조시켜서 빻으면 설탕 없이도 달작지근한 맛을 내준대. 그리구....
지애의 메모와 정성들여 만들어놓은 양념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달수.
이거저거 조금씩 덜어서 맛 보며 표정.
#34. 백화점 명품관 (D4)
소현, 남자 넥타이를 고르고 있다. 여비서 뒤따르고 있고.
이때 두리번거리면서 들어오는 지애.
지애 : (반갑게) 사모님~
소현 : 넥타이 좀 고르려구요. 혼자 쇼핑하기 지겨워서.
지애 : 아~네! 잘 부르셨어요.
고운 : (얄밉게 보고)
지애 : (뭐 하나 얼른 골라내고) 사모님 이거 어때요? 사장님이 피부가 흰편이시라면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소현 : (끄덕이고) 괜찮네요. (퍼스널 쇼퍼에게) 여기, 이거 따로따로 두개 포장해서 차에 실어놔요.
쇼퍼 : 네 사모님.
소현 : (미소) 하나는 달수 선배 가져다 주세요.
지애 : 네? 어머, 아니에요~ (그틈에 슬쩍 가격표 보고 좋은) 이 비싼 걸~
소현 : 괜찮아요. (의미심장) 내 마음이에요. 가져다 주세요.
지애 : 아우, 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받아도 되나~ 감사합니다 사모님.
소현 : (다른 거 이거저거 보면서) 달수 선밴, 잘 있죠?
지애 : 네 사모님. 아우 요새 아주 빡시게.. (얼른 교정)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눈치 슬쩍 보고) 워낙 상사들한테 아부하거나
그런 잔머리를 못굴리는 사람이라서요. 실력으로 승부해야죠 뭐.
소현 : (재밌는 생각 났다는 표정) 우리 남편한테, 달수 선배 소개시켜 줄까요?
지애 : (너무 좋아 입이 딱 벌어졌다가, 겨우 다물며) 사..장님께요? 어무나... 그럼 저야 너무 좋지만.... 사장님은 바쁘실텐데...
소현 : 밥 한끼 먹을 시간이야 있겠죠. (뼈있는) 와이프가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또각또각 가고)
지애 : (그말에 또 좋고) 네에.
#35. 관능센터 (D4)
달수, 하대리,양과장, 연구소 직원 와 있고.
달수 열정적으로 설명. 이런저런 재료들이 앞에 있고. (*몽따쥬 느낌에 대사만 얹어서*)
달수 : 디포리라는 게 있는데, 이게 밴댕이 말린 거더라구요. 이걸 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육수를 내봤더니,
멸치육수보다 감칠맛이 탁월했어요.
일동 : (조금씩 맛보고)
달수 : 그리고 산분해간장 대신에 다린 간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염산분해 과정을 없애는 것만도 큰 의미가 있구요.
연구소 : (끄덕인다) 뭐 괜찮네요. 그런데, 합성착향료 대신할만한 게... 원물량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요.
달수 : 이게 향미유라는 건데요. 야채를 기름에 볶아 그 기름을 쓰면 야채향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쇠고기를 볶거나 쇠고기 비계를 녹인 기름을 사용하면 고기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더라구요.
이 기름이 자연재료 역할을 하는거죠. (어쩌고 하면서 설명하고)
일동 : (끄덕이고, 맛보고 하는데서)
#36. 지애 집 거실 (N4)
달수 들어오는데. 지애 괜히 모른 척 하며 넥타이 만지작대고 있다.
정원 : 아빠. 엄마가 아빠 새넥타이 사왔어.
달수 : (표정 있다가) 우와. 당신 나 주려고 산거야? 비싸 보이는데.
지애 : 정원아, 엄마가 산 게 아니라 선물 받은 거라고 전해줄래.
정원 : 선물받은거래.
달수 : 진짜? (얼른 가져가서 대보며) 어때 여보? 괜찮아?
지애 : 정원아. 속좁은 밴댕이가 하기엔 넥타이가 너무 아깝다고 전해줄래?
정원 : 아깝대.
달수 : 미안해 여보. 어젠 내가 너무 흥분을 해서...
지애 : 됐다고 전해줄래?
정원 : 에이 몰라. 둘이 직접 얘기해.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달수 : (엉덩이 움찔 다가가며) 아직도 화났어?
지애 : 화날 게 뭐 있어. 궁상맞은 마누라 주제에.
달수 : 그러지 말구~ 미안하다 그러잖아. 내가 당신 하라는대로 다 한다. 응? 잘못했어.
지애 : (치! 하더니, 달수 넥타이 풀어내고 새 넥타이 매주며) 한번만 더 그래봐 암튼.
마누라가 밖에 나가 얼마나 큰일을 하고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달수 : (웃기고) 큰일? 무슨 큰일?
지애 : 놀라지나 마! 내일 저녁에 우리 누구랑 밥먹는지 알아?
달수 : 누구랑?
지애 : 사장님네 부부.
달수 : (비틀..) 사..사장님 부부?
지애 : 그래. 당신도 믿어지질 않지. 나도 꿈만 같애. 사모님이, 당신 사장님한테 소개해 주시겠다지 뭐야.
달수 : 나... 안돼. 회사일이 바빠서.
지애 : 이이는.. 사장님이 당신 만나러 오겠다는데, 당신이 사장님보다 더 바빠?
달수 : 암튼 안돼. 시..싫어.
지애 : 뭐가 싫어. 당신 그 넥타이두 사모님이 선물해주신거야. 뭘 알고 말해.
달수 : (표정)
지애 : 그리구, 당신 방금전에 뭐랬어. 내가 시키는대로 다한댔지?
달수 : 그래두 여보. 이건....
지애 : 무조건이야! 무조건! 내일 우린 사장님 부부랑 밥 먹는거야!!!
달수 : (미치겠고)
#37. 소현집 거실 (D5)
소현, 에스프레소 마시며 신문 보는데.
태준 방에서 나온다. 출근준비 다 하고 나가는 길.
소현 : 오늘 저녁에 시간 돼?
태준 : (표정) 왜?
소현 : (미소) 같이 밥 먹자구.
태준 : (표정 있다가) 그러지 뭐.
소현 : 처음이네. 이렇게 선선하게 오케이 해주는 거? (가방에서 넥타이 꺼내준다) 선물이야.
태준 : ?
소현 : 이따 그거 매고 나와. (미소)
#38. 사장실 (D5)
태준, 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책 제목이 <불륜의 심리학>정도 된다.
보다가 머리 아픈지, 확 덮어 버리더니.
인터폰 벨 누르면 비서 들어오고.
비서 : 네 사장님.
태준 : (괜히) 요즘 우리 직원들은 일들 잘하고 있겠지?
비서 : ....? 네?
태준 : 아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말이야. 격려도 할 겸, 한번 가볼까?
비서 : 어딜...
태준 : 뭐, 기획부에 들러볼까 싶은데요.
비서 : 예. 알겠습니다.
#39. 기획부 (D5)
난리가 났다. 책상 치우고, 바닥 닦고, 정리하느라 부산스러운 직원들.
준혁도 슬쩍 구석으로 가서 넥타이 정리해 보고. 옷매무새도 가다듬고.
소현이 준 넥타이 매고 있는 달수. 왠지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고.
이때, 무슨 임금 행차 하는 것처럼 비서진 먼저 줄줄이 들어오더니, 뒤이어 태준이 들어온다.
일제히 일어나서 인사하는 기획부 직원들.
태준 : 아.. 편하게들 하세요. 일 방해하러 온 건 아니고, 그냥 격려차 왔으니까.
준혁 : 기획부장 한준혁입니다. (깍듯이 인사하고)
태준 : (눈인사 정도)
준혁 : 잠깐 저쪽으로 가서 앉으시죠. 기획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태준 : 아, 그럴까요.
태준, 뚜벅뚜벅 몇걸음 정도 가다가 달수 앞에서 문득 멈춘다.
달수를 보면, 태준의 넥타이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
태준도 느끼고, 달수도 느낀다.
준혁, 번갈아보고 ?? 표정.
태준 : (사원증 흘낏 보고) 온달수씨?
달수 : (긴장) 예!
태준 : 지난번 프리젠테이션 때 나눠준 브런치 셋트 말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좀 늦긴 했지만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서.
달수 : 예.. 감사합니다.
태준 : 그거 만들어준 분이, 부인이라고 그러셨나요?
준혁 : (표정)
달수 : 예.
태준 : 좋은 아내를 두셨나봐요.
달수 : (진땀나고) 감사합니다.
태준 : (의미심장) 부인한테, 잘하셔야겠어요.
달수 : 예? 예...
태준 : (다시 넥타이 보고) ....넥타이 좋네요.
달수 : (떨리고) 예. 감사합니다.
태준 : (표정 있다가 준혁과 함께 부장실 들어가고)
하대리 : 야. 너 그러고 보니까 넥타이가... 너 이거 짝퉁이지. 어디서 샀어.
달수 : (심란한 표정에서)
#40. 건물 주차장 (D5)
지애의 차가 덜덜거리면서 오고. 자리 없자 아무데나 대강 일렬주차하는.
내리는 지애와 달수.
달수 : (여전히 가기 싫은) 나 진짜 배가 아파서 그래. 다음에 만나자, 다음에.
지애 :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데, 다음이 어딨어 다음이. 당신 낯가리는 건 아는데, 이건 아니지. 이럼 안되지.
달수 : 여보오..... (하는데)
지애 : (달수 귀 탁 잡고 거의 질질 끌고 간다)
잠시 뒤, 태준 차가 와서 멈추고. 비서가 문 열어주면 나오는 태준.
태준 가다가 지애 차를 본다. 갸웃하고 다시 들어가는데서.
#41. 레스토랑 (D5)
소현, 달수, 지애 앉아 있다.
달수는 어색해 죽겠고, 소현은 이 분위기 즐기고 있고, 지애만 설레발.
지애 : 이이가 수줍음이 많아 가지구요, 안오겠다고 난린걸 제가 억지로 끌고 온 거 있죠 사모님.
소현 : 암튼 선배두. 뭐 어때. 사장이랑 직원이 아니구, 후배 남편이랑 부부동반으로 밥 한끼 먹는다, 생각하면 될 걸.
지애 : 제 말이 그 말이거든요. 이이가 워낙에 숫기가 없어놔서...
달수 : (물만 벌컥대고)
지애 : (메뉴판으로 가리고 속닥) 물 그만 마셔. 이따 맛있는 거 먹을건데 위장 싹 비워놔야지.
이때, 들어오는 태준. 소현네 쪽에선 태준을 아직 못 본 상태고, 태준만 봤다.
소현은 달수 보며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고 있고. 달수는 곤란해하고.
지애만 아무 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는 그림.
태준, 딱 봐도 소현의 의도를 알겠고. 순간, 확 돌아서는.
안 보이는 일각에 선 태준. 혼란스런 표정.
태준 : (혼잣말) 은소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저게 또 무슨 폭탄선언할라 그러는 거 아냐? (생각하는 표정 위로)
<플래쉬 컷>
12씬. 바람 피더라도 자기한텐 절대 들키면 안된다고, 그럼 끝이라고 말하던 지애.
태준 전화기 꺼내 전화한다.
테이블 앞에 앉은 지애, 얼른 전화받는 모습.
지애 : 여보세요?
태준 : 아줌마. 나 태봉이.
지애 : (눈치 보며) 왜요!
태준 : 나 어디 좀 왔다가 보니까, 주차장에 아줌마 차가 있네?
지애 : 네. 약속 있어서 밥 먹으러 왔어요. 나중에 전화해요.
태준 : 잠깐만! 잠깐 나오면 안되나? 내가 뭐 좀 할 말이 있는데.
지애 : 이 냥반이.... 나 지금 중요한 자리라서, 끊어요. (뚝 끊고 괜히 변명하듯)
아는 백수가 하나 있는데, 뭐 좀 물어보겠다고 해서요.
태준 : (몰래 한번 보고 답답한 표정. 그렇다고 들어갈수도 없고)
#42. 태준 차 안 (D5)
차 안에 있는 태준. 표정 있다가, 뭔가 결심한 듯 급후진 한다.
그러더니, 끼이익하고 가서 지애 차 뒷부분을 들이받고.
지애에게 전화하는 태준.
태준 : 아줌마? 난데. 나 가려다 보니까 큰일났네. 얘긴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누가 아줌마 차를 들이받은 거 같은데? 내려와 봐야 할 것 같아요.
#43. 레스토랑 (D5)
지애 : (한쪽에서 전화 받다가 헉!) 사고요? 진짜? (소리 낮추고)
태준OFF : 빨리 내려와요. 어떤 또라이가 아줌마 차 박고 튀었어.
지애 : 예에?
지애, 한쪽에서 전화받다가 끊고. 다시 자리로 와서 앉는다.
지애 : 어떡하죠. 주차장에서 사고가 좀 난 것 같아요. 가서 좀 보고 와야 할 것 같은데.
달수 : (벌떡 일어나며) 나도 가 여보!
지애 : (그대로 끌어앉히며) 가긴 어딜 가 여보. 사모님이랑 대화 나누고 있어. 얼른 가서 처리하고 올께.
달수 : (표정)
#44. 건물 주차장 (D5)
지애 놀라서 뛰어나온다.
지애 : (자기 차 찌그러진 데 보며) 어머나! 이게 웬일이야! 아니 도대체 누가...
태준 : (지애를 자기 차에 막무가내로 태운다) 일단 타요.
지애 : 아니 왜요.
태준 : 그놈 쫓아가야지. 안잡을 거에요? (지애 태우고 차문 탕 닫고)
#45. 태준 차 안 + 건물 앞 도로 (D5)
태준 운전하고 있고. 지애 황당,당황.
지애 : (기막혀하며) 아니 도망갔다면서요! 그런 놈을 무슨 수로 잡아요!
태준 :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뺑소니에요. 기어코 잡아야지 무슨 소리에요? (하더니) 어? 저 차에요 저 차!
지애 : 어디요? (하는데)
태준 : 저기 저 앞에 택시요!
지애, ? 해서 보면. 멀리 앞에 택시 요리조리 도망가는 모습 보이고.
지애 : 아니.. 저기 쫓아가는 것도 좋지만. 내가 지금 중요한 약속이...
태준 : (쌩하니 속도 내면)
지애 : 엄마야! (하면서 안전벨트하고)
#46. 택시 안 + 거리 (D5)
택시 안에 태준 비서가 타고 있다.
기사 : 그냥 달리면 됩니까?
비서 : 예. 일단 달려주세요.
기사 : 근데 왜 달립니까?
비서 :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구요. 무작정 막 달려주세요. (태준 차 돌아보고) 아 저 똘끼 진짜...
#47. 태준 차 안 + 거리 (D5)
태준, 곡예하듯이 비서가 탄 택시를 따라간다.
지애 : 저기요. 태봉씨. 난 괜찮아요. 내 차 어차피 똥차고! 내가 진짜 급한일이..
태준 : 그렇다고 뺑소니를 눈앞에 두고 놓쳐요? 이건 사회정의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도 그러면 안되는 일이에요!
지애 : 아니 사회정의를 왜 꼭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되냐구! 나 지금 가봐야 된다니까!! 아우 미치겠네.
이때 전화 오면. 얼른 받는 지애.
지애 : (전화) 응 여보. 내가 지금 당장은 못가게 생겼어.
태준 : (표정)
지애 : 사모님 말상대 잘 해드리고. 기다렸다가 사장님 오시면 눈도장 콱 찍으란 말이야. 끊어. 이따 전화할께.
태준 : (힐끗 보고, 더 속력 올린다)
#48. 레스토랑 (N5)
밥먹는 소현과 달수. 소현, 시계 본다.
소현 : (달수 보고) 우리 남편, 안오려나봐.
달수 : 괜찮아 난. 솔직히, 사장님 오시는 거 불편해서 슬쩍 도망갈까 그랬는데 뭐.
소현 : 나, 남편한테 이혼하겠다고 했다?
달수 : 뭐?
소현 : 시부모님께도 말씀드렸구.
달수 : 너 정말... 이혼하게?
소현 : 응.
달수 : 서..설마 나 때문에?
소현 : (농담반 진담반) 왜 아니야. 선배 때문이지.
달수 : 뭐???
소현 : (웃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니까 부담갖진 마. 나 이번에 친엄마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생각 많이 했거든.
인생이...뭔가...
달수 : 너 지금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나 본데. 이러면 안돼 소현아.
소현 : 나 돈 많다 선배? 선배가 상상 못할만큼, 많아.
달수 : ....
소현 : 나 이혼하면 떠날거야. 진짜 멀리. 나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데로. 거기 가서 미술 공부도 하고.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마음껏 연애도 하고. 그렇게 내 맘대로 살거야.
달수 : .....
소현 : 같이 안 갈래 선배? 가서 나랑, 연애 안할래? (보는)
달수 : (헉...해서) 가긴 어딜 가. 안돼.
소현 : (섭섭하고) 자르더라도, 단칼에 그러지 말고 망설이는 척이라도 좀 해라.
달수 : (좀 미안해져서 보고)
#49. 거리 일각 (N5)
태준차 세워져 있고. 지애 방방 뛰면서 성질내고 있다.
지애 : 아니, 잡지도 못할걸. 난 좀 내려달라니까 말을 안 듣더니! 이제 어쩔 거에요?
그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약속이었는지 알기나 해요 태봉씨?
태준 : 아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차 넘버나 좀 봐둘걸.
지애 : (어이없고) 그것도 안봤어요?
태준 : 그거 볼 시간이 어딨어요. 쫓아가느라 바빴지.
지애 : 아우 암튼 도움이 안돼 도움이! 내가 그냥 우리 사모님 얼굴을 어떻게 뵙나. 사장님도 오셨을텐데.
태준 : 안왔을 거에요.
지애 : (신경질) 예?
태준 : 아니... 안왔을지도 모르잖아요. 미안하다는 의미에서, 아줌마 차는 내가 수리해줄께요.
지애 : (약해지고) 뭘 그렇게까지...
태준 : 차열쇠나 줘요. 공장 맡기게.
지애 : (표정 있다가 열쇠 주는데)
태준 : 어? 그 핀 찔렀네? 내가 준 거?
지애 : (표정) 나 가요. 아우, 여기가 어디야 도대체. (신경질 있는대로 내면서 간다)
#50. 지애 집 앞 일각 (N5)
달수 걸어오는데, 지애가 뒤에서 오다가 막 뛰어온다.
지애 : 여보!!!
달수 : 어. 이제 와? 차는?
지애 : 공장에 넣었어. 사장님 오셨어?
달수 : 아니. 급한 약속 생겨서 못오셨어.
지애 : (실망) 그래? 그래도 사모님이랑은 얘기 많이 했지?
달수 : 그냥 뭐...
지애 : (참! 생각나고) 여보. 사모님 있잖아. 좋아하는 남자 생... (표정)
달수 : 어?
지애 : 아니다.
달수 : 어? 뭔데.
지애 : 사모님이 나한테 비밀 얘기라고 털어놓으신건데. 내가 이렇게 가볍게 입놀리면 안되지. 여자들끼리도 의리라는 게 있는건데.
달수 : 무슨 소릴 하는거야 도대체....
지애 : 있어 그런 게. 여보. 사모님 참 매력있지 않아? 같은 여자가 봐도, 멋있더라.
달수 : ....
지애 : (팔짱 끼고 걸으며) 난 다시 태어나면, 그렇게 좀 태어나보고 싶어. 그렇게 다 가진 여자로.
#51. 퀸즈팰리스 로비 (D6)
지애, 예쁘게 포장한 쿠키 같은 거 들고 가는데.
지나가던 여자들, 지애 한번씩 쳐다보고 뭐라고 수근대면서 가는 느낌.
지애, 왜 저래? 표정 있다가 가는데.
이슬 정란이 맞은편에서 오다가 지애 보고 쪼르르 온다.
이슬 : (안된듯 보는 느낌) 천지애씨.. 웬일이야?
지애 : 아~ 저 사장님 사모님 뵈러 가는 길이에요.
이슬 : (쯧쯧) 와이프는 이렇게 남편 출세시켜보겠다고 발발대면서 뛰어다니는데.... 남편이란 작자는...
정란 : 그러게 말이야.
지애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정란 : (이슬 쿡 찌르면)
이슬 : 아무 것도 아니야.
지애 : 뭔데요. 남편이란 작자라뇨. 저희 남편 얘기하시는 거에요?
이슬 : (곤란한 듯 정란 보다가) 지금, 퀸즈팰리스엔 소문이 쫙 났어. 자기 빼구 거의 다 알걸?
지애 : ... 뭘요?
이슬 : 아우,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답답하게 망설이는데)
정란 : (낼름) 자기 남편 바람났대.
지애 : (말도 안된다는 듯) 예에???
정란 : 그것두, 우리 퀸즈팰리스에 사는 여자라는데? 유부녀!
지애 : (하...어이없다는 표정)
#52. 기획부 (D6)
달수, 자료 찾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쓰윽 다가오는 하대리.
하대리 : 너 그거 사실이냐.
달수 : 네? 뭐가요?
하대리 : (속닥) 너 바람났다며.
달수 : 예에???
하대리 : 소문 쫙 났대. 니 와이프 귀에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던데 뭐.
달수 : (표정)
#53. 소현 집 거실 (D6)
지애 소현 마주앉아 있다.
지애는 방금 들은 얘기 충격으로 좀 멍한 상태.
지애 : 어젠 정말 죄송했어요 사모님. 제가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소현 :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안색이 안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지애 : 예? 아뇨. 일은요.
소현 : 아니면 어디 아파요?
지애 : 그게 아니구요. 좀... 어이없는 소문을 들어서요.
소현 : 네? 어떤 소문요?
지애 : (말하려다가 말고)
소현 : 뭔데요?
지애 : 하... 제가 왕딴 건 말씀드렸죠?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렇지, 여자들이 별 쓸데없는 소문을 다 만들어내고 난리야 증말.
소현 : (갸웃하며 보면)
지애 : 아니, 글쎄... 입에 담기도 좀 그런데요. 저희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 거 있죠.
소현 : (표정)
지애 : 사모님도 겪어봤으니 아시겠지만, 그이가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요. 사람을 모함해도 정도가 있지!
(말하다 보니 흥분) 그것두, 여자가 퀸즈팰리스 사는 유부녀라는 거에요. 그게 말이 돼요 사모님?
소현 : (!!! 표정)
지애 :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을 해가지구... (커피 벌컥벌컥 마시고)
소현 : 그런데요, 절대....라는 건 없지 않나?
지애 : 네?
소현 :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서요. 만에 하나, 남편분이 정말로 따로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면,
어떡하실 거에요?
지애 : 그건.... 그런 건 생각해보질 않아서요. 잘...
소현 : (커피마시고)
지애 : 정말,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헛웃음) 전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소현 : (커피잔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뭘 어떡해요. 이혼해야지.
지애 : 네?
소현 : (지애 똑바로 응시하며) 이혼하라구요.
지애 : !!!!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