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밤새 얼매나 불을 땠는지
뜨끈뜨끈한 방에서 잘 잤다.
방바닥에 앉아서도 눈 앞에
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집이었다.
창을 열고 멀리 바다를 내다보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잔잔하다.
어제 연화도의 길을 실컷 걸어다녀 피곤했을텐데도
모두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욕지도로 들어가는 아침 배를 타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야했다.
우리는 다시 어제 연화항에서 동두마을까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서 걸어 나갔다.
들어올때 어깨까지 압박하던 배낭의 무게가
나갈때는 가벼워졌다.
들어올때 보았던 풀꽃 들을 다시 보고
그때 보지 못했던 풀꽃을
찾아내기도 했다.
-여기 개불알풀꽃 좀 봐, 정말 예쁘다.
-어제 봤던 민들레, 오늘 아침에 또 만나네.
연화항에서 아쉬운듯 자꾸만 우리가 걸었던 길
뒤돌아보기를 몇 번 하는 차에
욕지도로 향하는 배가 들어왔다.
연화도에서 욕지도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선실에는 이미 욕지도 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욕지도.(欲知島)
'알고자 하는 의욕'이라는 뜻을 지닌 섬.
욕지도 해안도로에는 작은 어촌마을이 많다.
마을 모두 푸른 산과 쪽빛 바다를
정원으로 가지고 있다.
맑은 물에 씻기고 씻겨
매끈한 몸이 되어버린 몽돌
파도와 몽돌이 서로 덮치고 쓸리면서
쏟아내는 고운 해조음을 하루 종일 듣게 생겼다.
욕지도 일주도로를 따라 섬 일주를 하기로 하엿다.
욕지항에서 우편으로 돌아
가장 먼저 흰작살해안을 지나
논골로
다시 덕동으로 지난다.
파도가 잔잔하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피서객이 가장 선호하는 곳 덕동해변
하나, 둘, 셋~
여자들끼리만
바다를 닮은 맑고 푸른 웃음이 터진다.
욕지도는 워낙 돌과 바위가 많으며 모래해변도 별로 없어
유동, 덕동, 흰작살 등의 해수욕장들 모두 몽돌해변이다.
이국적인 풍경
삼여도
욕지도의 대표적인 비경
삼여는 해안절벽과 붙어있는 3개의 갯바위다.
용왕의 세 딸이 900년 묵은 이무기가 변한 젊은 총각을 사모하자
용왕이 격노해 바위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삼여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펠리칸바위
욕지도의 수려한 해안절경.
삼여전망대에서 해설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알고자하는 의욕이 생긴다는
욕지도의 뜻을 되짚어본다.
욕지도 출렁다리
출렁다리로 내려서는 언덕길
물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한 눈에 들어선다.
욕지도 출렁다리
펠리칸바위
마치 펠리칸이 긴 부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욕지도의 절경이 펼쳐진다.
가까이 멀리 쏟아지는 푸른 빛에 잠시 눈이 부신다.
혼자 떠도는 섬처럼 겉돌았던
시간들이 한곳으로 몰리는 순간이다.
비렁길 따라 걷기
비렁길은 욕지도의 노적에서
혼곡마을까지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비렁은 경상도 사투리로 벼랑을 뜻한다.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비렁길
숲과 길 그리고 바다를
한껏 품을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연화도에서 욕지도로 넘어온데다
욕지도 섬 일주를 하고
비렁길까지 한바퀴 걷고 오니
배가 고프다.
욕지도는 그 옛날부터 고등어잡이로 유명하다는 말에
고등어조림이 맛나다는 식당을 찾았다.
욕지항 바로 앞에 1박 2일 촬영 식당으로 갔다.
이수근이 추천한 맛집
배불리 점심을 먹고 욕지도 속살 걷기에 나섰다.
자, 또 걸읍시다.
배부른 사람 배 타면 안됩니다요~~통영 못나갑니다요~~
우스개 소리를 했더니 모두 깔깔깔 넘어간다.
모밀잣밤나무 군락지로 오르는 길 위에서
가물가물 눈까풀이 내려 앉는 걸
참아내며 사진을 찍는다.
조금 더 걸으니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이
욕지도풍경을 그린 곳에 닿는다.
우리는 이중섭이 되어 길 건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맑았으리라.
근대어촌 발상지 좌부랑개 마을을 찾았다.
그 옛날 화려했던 좌부랑개 골목에는 40여개의 술집이 있어
뱃사람들의 거친 하루를 달래는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옛 자취를 살리고자
근대역사문화의 특색있고 아름다운
추억의 거리로 만들었다 한다.
과거 좌부랑개 마을의 당구장 건물
좌부랑개마을 골목 골목을 다 훑고나서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마시러 갔다.
훈남·훈녀를 대신한 꽃할매들이 운영하는 바리스타.
커피와 욕지특산물 고구마, 라떼, 마들렌, 빼떼기죽 등
메뉴도 다양화해 섬 경제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한다.
할매바리스타의 커피 맛이 바다향과 겹쳐 깊고 풍부하다.
창 너머로 길이 나 있고
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잠시 수다를 떨고 앉았다가
통영에서 욕지도로 들어오는 배를 보았다.
이제 섬을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이틀간 연화도, 욕지도에서 앞당겨 만난 봄
그리하여
이미 봄꽃들로 환하게 피어나는 섬
눈이 시리도록 바라본
깊고 푸른 바다빛들은 보석처럼 다가와
우리 마음에 콕 박혀 버렸다.
이제 진짜 섬을 떠나야 할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