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 결정할 때 다수의 견해에 순응하는 집단 강화의 늪에 빠지기 쉽고, 어림짐작(heuristic)이나 직관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효율성은 매우 높지만 오류(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이런 편향은 진화의 산물이라지만, 바람직한 미래 전망은 구조적 인지 편향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논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편향을 보면 첫째, 내용의 중요성보다는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따라 대중의 관심이나 논의가 완전히 달라지는 프레임 효과(framing effects)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망을 방지할 수 있는가’로 프레임을 바꾸면 위험성이 큰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전환을 단순히 친원전과 탈원전으로 나누는 순간 미래세대는 빠지고 현세대 간 투쟁과 지대추구로 끝날 수 있다.
정부는 중요성과 시급성보다는 일반 국민에게 더 어필하는 이슈를 먼저 선택하기가 쉽다. 이 순간 각 부처는 구조적 이슈보다는 무엇이 되든지 간에 쉬운 해법에 몰두한다. 반도체가 산업구조의 핵심이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세제 혜택 규모가 커지고 대학에 전문 과정이 생기고 연구개발예산이 증가한다. 이렇게 쉬운 문제였다면 이 문제는 오래전에 해결됐을 것이다.
증거 해석이나 대안 발굴 시 기존 관점과 유사한 것에 더 집중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것과 상충되는 정보에 대한 비판적 분석 능력은 잃게 되고 부족주의화 된다.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학습하기보다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만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자위한다.
둘째, 집단 다수의 견해에 순응하는 집단 강화(group reinforcement)의 늪에 빠지기 쉽다. 각 대안에 대한 충분한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집단 토론을 통해 기존의 입장을 더 강화하기도 한다. 그 결과 극단적 정책이 채택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 방식은 결국 제 식구 감싸기와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수용성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유사성 환상(illusion of similarity)에 빠지기 쉽다. 새로운 정책마다 일반 국민이 동의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편만 보는 정책으로는 미래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의 능력, 계획의 완성도 및 성공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을 보인다. 대부분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경험이 많은 사업가, 이론을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 고위급 관료 중에서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고, 이런 과신 때문에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우린 종종 목격한다.
미래에 대한 논의는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공감대가 없는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반대쪽에 가 있기 마련이다. 편향을 극복하지 못한 정책은 결국엔 말썽이 난다. 개방적인 접근을 통해 편향의 원인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