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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서쪽 끝에 위치한 케랄라(Kerala) 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거나 떠올리는 인도와는 사뭇 다른 곳이다. 안내책자에서도 케랄라는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문맹률이 아주 낮은 편이고 유아사망률 또한 가장 낮아 평균수명이 가장 긴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종교인들끼리의 섬뜩한 싸움도, 남루한 거지들과 끊임없이 구걸해오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 안내책자의 설명처럼 케랄라에 도착해 게이트를 빠져나왔을 때 ‘이곳이 인도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없이 평온해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여행을 마쳤을 때는 밋밋한 해안선 루트와는 달리 숨은 볼거리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찬 여정이었다는 생각이든다.
남인도 여행의 시작, 코친
델리에서 코친으로, 데카디와 페리야르를 거쳐 엘레피, 코람과 코발람, 트리반드룸으로 끝나는 남인도 여행의 시작인 항구도시 코친(Cochin)은 아라비아 해와 인도 최대의 벰바나드(Vembanad) 호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처음 마주하는 코친의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이질적이다. 포구를 따라 독특한 생김새의 중국식 어망이 해변에 펼쳐져 있고 거리에는 유럽풍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등지고 포구에서 10분 거리인 마탄체리(Mattancherry) 지구로 걸어가면 포르투갈의 식민지이자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묻혀 있는 성 프란시스 성당이 있다. 인도 최초의 유럽형 교회이다. 인도무역 책임자로 부임되어 인도양 개척 항해에 나선 다 가마는 과로로 숨을 거두었다. 성당에는 그 당시 항해사의 모습을 담은 액자와 무덤을 덮은 묘석이 놓여 있다.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탄체리 궁전도 둘러보면 좋은 유적이다. 포르투갈 인들이 건설해 1555년 코친의 지배자인 비라 케랄라 바르마에게 선물한 건축물로, 네덜란드가 다시 증축해 네덜란드 궁전(Dutch Palace)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마탄체리 궁전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향신료와 그림, 탈, 인형, 목공예품 등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유대인 회당에 도착한다. 향신료 무역을 위해 인도에 자리 잡은 유대인들은 다 가마가 상륙하기 이전까지 이곳의 상권을 주도했다. 한때는 꽤 많은 유대인들의 터전이었지만 20세기 중엽,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90%가 넘는 유대인들은 다시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갔다. 코친에서 반드시 보고 가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카타칼리(Kathakali)이다. 어두침침한 무대 한쪽에 악사가 자리를 잡고 앉아 북을 두드리고 두 명의 배우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 잔뜩 부풀린 치마를 입고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두 남자 배우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자연 속 야생을 만나다, 테카디
코친에서 버스를 타고 꽤 오랜 시간 산을 넘어 190km 동쪽으로 가다보면 테카디(Thekkady)에 도착한다. 인도 서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웨스턴 가츠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동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차밭이다. 테카디에는 남인도에 10여 개 흩어진 야생동물 서식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페리야르 야생동물보호구역(Periyar Wildlife Sanctuary)이 있다. 2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동물원에서나 보던 희귀한 동물들을 배 위에서 볼 수 있다. 눈앞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원숭이들이 사람들과 뒤섞여 뛰어다니고 물속에서 빠져나온 나뭇가지에는 물총새와 가마우지 등 야생조류가 앉아 있다. 호랑이와 사자, 표범 같은 맹수부터 코끼리와 몽구스까지 3백여 종이 서식하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동물의 왕국’. 테카디의 고산 차밭을 힘겹게 넘은 보람을 찾을 수 있다.
하우스보트에서 보내는 하루, 엘레피
아라비아 해로 흘러드는 44개의 강이 서로 얽혀 있는 케랄라 주의 내륙수(Backwater)는 길이가 무려 900km에 이른다. 열대우림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강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처럼 마을들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로 역할을 한다. 이곳의 하우스보트는 케랄라 내륙수도의 명물이다. 언뜻 보면 짚으로 엮은 집을 긴 배 위에 얹은 것 같지만 내부에는 침대와 욕실, 에어컨 시설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다. 외국인을 위해 수상가옥을 개조한 레스토랑 겸 숙소이기 때문인데, 심지어 여성만 탑승할 수 있는 하우스보트가 있을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다. 보트를 타고 가다보면 동양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알라푸자를 비롯해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서 농사를 짓는 쿠타나드, 마을과 수로가 조화를 이루는 쿠마라콤 등 각기 다른 개성의 마을을 만나게 된다. 물길 좌우로는 높다란 야자수들이 무성하고 수면 위에는 잡초들이 부유하다. 물 위에서 자연의 낭만을 즐기며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에메랄드빛 아라비아 해, 코발람
케랄라 주에서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남쪽 끄트머리의 코발람(Kovalam)이다. 주도인 트리반드룸(Trivandrum)에서 남서쪽 해안선을 따라 코발람과 초와라(Chowara) 등 푸른 아라비아 해를 마주보는 해변들이 이어진다. 끊임없이 늘어선 코코넛나무의 이국적 풍경과 멀리서 풍겨오는 바다 내음에 가슴속까지 상쾌해진다. 케랄라 북쪽에 위치한 광활한 고아(Goa) 주의 해변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면 이곳에서는 고즈넉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듯 코발람 해변이 특별한 이유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빛깔과 풍경을 간직한 ‘에메랄드빛 아라비아 해’를 직접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이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요리를 싼값에 즐길 수도 있다. 늦은 오후, 코발람 해변 모래사장의 파라솔 아래에 누워 붉게 물들어가는 아라비아 해를 감상하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남인도 명소 3
아유르베다(Ayurveda)
기원전 600년 무렵 탄생한 아유르베다는 산스크리트어 아유르(생명)와 베다(과학, 철학)의 합성어이다. 각종 약초와 향신료, 오일을 이용한 인도 전통의학으로 5천 년 역사를 이어온 치료방식이다. 몸에 칼을 대지 않으며 식물치료와 마사지, 요가, 명상으로만 건강을 유지하는 것. 식물치료는 꽃잎이나 채소류로 만든 약제를 몸 특정 부위에 쏟아부어 몸속 독소를 제거한다. 약제에서 추출한 오일로 1~2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는 방식은 몸과 관절, 피부의 피로해소와 혈액순환을 돕고, 요가와 명상으로는 근육이완 및 심신의 안정을 얻는다. 케랄라는 아유르베다가 시작된 곳으로 수많은 치료센터가 있는데, 트리반드룸과 코발람 사이에 자리 잡은 서머스리암과 마날스리암이 대표적인 리조트이다. 이곳에선 인도 정부가 인증한 의사의 상담을 거쳐야만 처방이 이뤄지는데, 이용객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가격은 치료옵션에 따라 다르며, 기본형이 1박에 약 200유로(30만4천원), 고급형이 약 450유로(68만4천원)이다.
카타칼리(Kathakali)
인도의 5대 고전무용 가운데 하나로 케랄라 주를 대표하는 무언극인 카타칼리는 이야기라는 뜻의 ‘카타’와 공연을 뜻하는 ‘칼리’가 합쳐진 단어이다. 카타칼리는 7년 정도 교육을 받은 남성 배우들이 공연하며, 관객들은 공연 전 그들의 분장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선한 인물을 표현하는 초록색과 흰색, 악한 인물을 표현한 검은색과 붉은색, 여성을 나타내는 노란색 등 그날그날의 공연 내용과 등장인물에 맞게 1시간 동안 화려하게 분장한다.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전통방식으로 공연을 하면 하루를 꼬박 해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오래 걸리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1시간으로 짧게 줄여 공연하기도 한다. 어두침침한 무대 한쪽에는 악사가 자리를 잡고 앉아 북을 두드리고 배우는 기쁨, 슬픔, 놀람, 평화로움, 화 등 다양한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 관객들은 조용한 가운데 배우들을 통해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향신료 농장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코친(Cochin)은 예부터 케랄라 해상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값비싼 향신료들이 이곳을 통해 중동과 유럽으로 실려나갔다. 중국과 아라비아 상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 열강이 몰려들어 치열한 다툼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테카디 역시 향신료로 유명한 지역. 향신료 농원을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늘 가루 상태로만 봐왔던 후추나무 덩굴과 향신료의 여왕이라 불리는 카더몬, 향긋한 레몬글라스,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올스파이스, 계피 등을 재배하는 농장들을 여기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인도로 떠나기 전, 준비해야 할 것
1 정보 수집 남인도 사람들은 북인도 사람들에 비해 피부가 더 까무잡잡한 편이며 언어도 각 주마다 고유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풍습도 다른데 무엇보다 남자들의 복장이 특이하다. 길거리에서 많은 남성들이 치마처럼 두르는 ‘룽기’(Lungi)라는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종교는 가톨릭과 기독교가 많다. 일찍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탓인지 교회나 성당, 회교사원인 모스크 건물이 적지 않고 상점 안에 걸린 성모 마리아나 예수의 성화도 자주 보인다. 술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도 특이하다. 술을 금하는 주는 아니지만 음주에 매우 엄격한 편이다. 관영상점에서 구입할 수는 있지만 영업시간이 짧은데다 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주류판매 허가를 받으려면 꽤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통과기준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구걸하는 아이들이 아닌 상점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에게 잔돈이나 팁 등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북인도와 달리 동정을 받았다고 부모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
2 비자 발급 비자 발급비는 유효기간 6개월의 관광비자가 6만5천원, 유효기간 15일 이내의 경유비자가 2만원이다. 6개월 미만의 관광비자는 비자신청서와 발급비 은행입금증, 여권, 사진 2장을 티티서비스코리아 인도비자접수센터(02-790-5672 www.indiavisa.co.kr)에 제출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다.
2 항공 예약 에어인디아 항공사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총 4회에 걸쳐 델리로 출발하는 비행기 편을 운항하고 있다. 국제선과 이어지는 국내선을 최대 3회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www.airindia.co.kr 참조.
3 통화 및 환전 인도의 화폐 단위는 루피와 파이사(1.01루피)이다. 지폐는 1, 2, 5, 10, 20, 50, 100, 500루피가 있으며 1루피는 약 26.4원. 공항이나 은행, 호텔, 거리의 공식환전소 등에서 돈을 바꾸는 것이 좋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이나 식당, 기념품점에서는 신용카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4 음식 남인도의 요리는 다양하다. 둥근 모양이지만 차지지 않은 쌀밥을 주식으로 먹으며 레몬, 망고, 파인애플 등 과일과 향신료 및 양념을 섞어 만든 피클류, 구운 생선과 닭고기 등을 먹는다. 밀가루로 만든 빵인 차파티(Chapati)와 인도식 수프인 달(Dal)도 맛볼 수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한송이 기자 | 취재 협조 에어인디아(www.airin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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