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톡방에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라는 고대 히브리어를 누군가 올렸다.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뜻이란다. 빌 게이츠가 눈 뜨면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난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중얼거려 자기 암시를 통해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첨부해서 올해 소원성취하라는 덕담을 한다. 꼭 무당이 아니라도 아침마다 나름의 주문(呪文)을 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안다. 나는 불자라 아침마다 성취 진언을 읊조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주로 비는 것이 소소하게 로또 1등 정도인데 잘 들어주질 않는다.
설날에는 점집이 대목이다. 한해 운세를 보러 가기 위해 줄을 선다. 그리곤 부적 한 장을 거금을 주고 사가지고 나오면서 흡족하게 웃는다. 참 이상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부적을 얻은 적이 있다. 사주 궁합에 나랑 결혼하면 삼일 안에 죽는다는 백호대살이 있다는 말에 장인어른이 기겁하고 결혼을 반대했었다. 그 점쟁이를 찾아가 패 죽일 듯이 겁박을 해 얻어낸 부적 때문인지 삼 일이 아니라 삼십 년 넘게 잘살고 있다. 각방을 사용하기에 가끔 거실에서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데 아직 삼십 년은 더 살 얼굴이다. 부적 효험이 영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비록 아파트지만 우리 집 문엔 입춘방이 붙어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붙여놔 잡귀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좋은 기운만 우리 가족들에게 듬뿍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나라에서도 광화문에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문배도(門排圖)’를 붙이는 것을 보고 기복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행위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월 초하루 궁궐 정문에 문배도를 붙여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구한다는 초복(招福)의 세시풍속에 누가 입을 대겠는가. 문배도는 신성의 공간을 수호하기 위한 일종의 부적(符籍)이다. 부적에는 벽사와 길상, 재액과 초복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매년 입춘방을 붙이는데도 왜 우리 딸들이 시집을 가지 않는 것일까.
어릴 적에 강시 영화에서 부적의 효과를 보면서 아들 낳으라고 엄마가 빤스 안에 넣어준 부적의 효과가 분명히 있으리라 의심치 않았건만 삼신할미랑 화투 치다 뭔가 사달이 났는지 내게 딸만 둘 점지해주고 말았다. 공과 사를 구별 못 하는 치사한 할멈이다. 그쯤 당했으면 부적을 믿지 않아야 하건만, 그래도 절에 가서 스님이나 법사님이 주신 부적은 지갑 속이나 가방에 잘 챙겨 놓긴 한다. 믿지는 않지만 버리려니 찝찝해서다. 실재 부적의 효능은 신령한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고 한다. 인간 삶의 험난한 문제들을 신의 힘을 빌려 귀의 삿됨을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 부적이지만 21세기를 사는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 때문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고 자꾸 부정하게만 된다.
“당신 올해 삼재라는데 통장이랑 감춰 놓은 돈 있는 곳을 미리 말하지.”
“죽으라고 아예 맨발로 작두를 타지 그래”
돈 벌어먹으려고 환장을 했는지 옛날엔 그래도 삼재라고 겁을 줘서 몇 푼 챙기더니 이젠 들삼재, 묵삼재, 날삼재로 세분화시켜 안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들어 돈을 울궈 먹으려고 든다. 직접 경면주사로 쓴 부적도 아닌 인쇄 된 것을 뭐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도 안 간다. 그리고 왜 이런 짓을 해서 혹세무민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스님, 시주 이빠이 했는데 올해 운세나 한번 봐주십시오.”
“이보게 뚱뎅이 처사. 내 팔자가 더러워 중이 됐는데 어찌 남의 팔자를 봐주겠나.”
내가 큰스님을 존경하는 이유이다.
첫댓글 신께서 안주시는 이유. 혹 바람 피워 아들 낳아 데리고 올까봐 그 소소한 소원 안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위의 부적을 가만히 보노라면 갑자기 웃음이 실실 나오려 합니다.
칙령(勅令)이라니! 임금의 명령이라는 거잖아요.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이란 것도 좀 우스워요.
귀신도 임금을 무서워한다니,
그러면 임금은 귀신보다 더 지독한 물건이란 뜻.
'急急如律令'은 더 심각합니다.
법률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즉각 따라야 하는 건가?
제가 해독이 가능한 문구만 놓고 볼 때,
다소 아쉽네요.
에이, 시대가 바뀐 만큼 부적 내용도 좀 바꾸지!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이러지 말고
차라리 찐빵이나 양념통닭 그림을 그리거나,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
유당 선생님 류의 작품으로 책을 만들면 히트를 칠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