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기적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두환
옛날부터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란 말이 있다. 웃으면 복이 오고, 웃는 만큼 젊어지며, 화를 낼수록 늙어진다는 말일 게다.
인생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 바로 웃음이다. 웃음도 습관이어서 즐겁고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면 즐거워진다. 세상을 살다보면 속상하고 억울한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웃어야 한다.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혈액순환과 두뇌활동이 촉진된다고 한다. 암세포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웃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웃음은 의심을 녹이고, 편견의 벽을 허물며, 편안함을 주어 우리에게 만병통치약이 된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TV를 보고 신문을 읽어도 흥밋거리가 없다. 웃고 싶어도 웃을 일이 없다는 게 문제다. 민의(民意)를 대변한다는 국회는 입만 열면
밥그릇 싸움이고,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주눅이 든 문재인 정부는 갈팡질팡하다 헛다리를 짚을까 걱정이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세상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믿기지 않는 사건들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등 천륜을 저버리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어느
젊은 여교사가 제자인 초등학교 남학생을 꾀어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참으로 해괴망측하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젊은 시절에 강박감에 쌓여
웃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야 했으니, 즐거운 일에도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들, 아내와 딸 순옥이, 아들 진영이를 보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황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했다.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세상살이가 고달팠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였다. 가방 끈은 짧고 시골촌놈이라 배경
없이 달리다보니 너무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 앞에는 이루어야할
꿈이 있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야 했다.
고달프고 어려웠던 시절! ‘코미디
쇼’란 프로그램이 있어 웃을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라디오로 듣다가
흑백TV를 시청했으니 1960년도~ 1970년도쯤으로 기억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 프로그램은 듣고 보아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재미가 있었다. 얼마나 웃기던지 배꼽을 잡았다. 그 당시 명콤비로는 땅딸이 이기동과 비실비실 배삼용,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콧수염영감 구봉서,
비쩍 마른 서영춘과 뚱뚱보 백금녀, 왔다리갔다리 춤의 남철과 남성남은 재치 있는 몸짓과 유머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만담의 재능 꾼,
장소팔과 고춘자가 있었다. 어떻게나 말을 잘하고 재치가 있던지 한번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어렵고 고달팠던
그 시절을 무난히 넘겼지 않았나 싶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부터
KBS-1프로그램인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을 즐겨 시청한다. 무슨 일로 그날 시청하지 못하면 인터넷으로도 보아야 직성이 풀렸다.
가요무대는 월요일 밤 10시에 시작되는데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본다. 이 프로그램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대로 1985년부터
22년 동안을 이어오고 있다. 한마디로 잔잔한 향수와 추억이 담긴 전통가요다. 오늘은 1,531회로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인기가요를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문희옥의 노랫가락차차차를 시작으로 김용만, 김해연, 설운도, 현숙, 장윤정, 박상철, 윙크 등이 출연하여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했다.
또, 내가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전국노래자랑이다. 60년을 이어온 공개방송 노래자랑사회자로 장기범, 임택근, 곽규석, 위키리 등으로 이어오다가 오늘날 송해가 인기를
모으며 90세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
가수로 데뷔한 뒤 코미디언을 거쳐 지금은 가수 겸 국민MC로 30여 년 동안,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빠!
형님!’이라 불리면서 친분을 쌓고 있으니, 박수를 받아 마땅하리라.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게다. 내가 웃으면 상대방이 웃게 되고,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도 화를 내는 것은 반사의 법칙이다.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웃음이 있는 곳은 천국이고 사라지면 지옥이다. 웃으며 사랑할 때는 뇌 속에서 알파파와 엔도르핀이 동시에 분비되어 4,000배인
다이돌핀 호르몬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웃는 데는 돈도 힘도 들지 않는다. 내 자신, 오랜 세월을 굴곡진 삶에 시달렸으니 이제부터라도 웃음을
생활화하여 건강과 행복을 챙기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기적을 이루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2017.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