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위기를 맞게 마련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위기는 찾아 온다. 인생이란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다가 떠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위기는 그냥 찾아오는 법이 없다. 항상 전조현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가정이든 회사든 조직이든 사회든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몸도 그렇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몸이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는다. 대형사고를 당하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자신은 조심했지만 어디선가 돌진해 부딪히는 차 사고를 어떻게 예견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대형 사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위기에서 전조현상이 존재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 위기 전조 현상이 여기 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일부러 불안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냥 느낌이 그런 것도 아니라 요즘 등장하는 이런 저런 기사에서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내가 속하고 나의 자식들이 존재하는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인물이 존재할까. 나라의 위기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전조현상이 당연히 있다. 그런 전조현상을 잘 파악해 미연에 철저히 대비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런 위기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넘어가겠거니 하거나 적당히 요령만 피우다가는 정말 엄청난 피해를 볼 수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2분기(4월~6월) 우리 기업들의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3%나 줄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대비해 매출이 뒷걸음친 건 2020년도 4분기 이후 처음이고, 감소율로 봐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석유화학이 마이너스 17%, 기계·전기전자업이 마이너스 15%로 부진이 두드러졌고,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이 마이너스 15%정도로 매출 하락 폭이 컸다.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반도체 가격과 해운 운임 등 판매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다. 건설경기 부진과 함께 건설현장의 다양한 사고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악재도 겹쳤다.
한국의 고질병인 부채도 급등하고 있다. 최근 주택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이른바 영끌족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7조 원 늘었다. 2020년 2월, 7조 8천억 원 증가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른 대출이 소폭 줄었는데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져 은행 가계대출은 6조 9천억 원, 다섯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증가 폭 역시 2021년 7월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컸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75조 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대출 억제에 들어갔다. 어지간하면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해서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려던 당국이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정부 재정도 상황이 심각하다. 국세가 예상했던 만큼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총수입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7월까지 정부가 걷은 총수입은 354조억원 정도이다. 지난해 7월 394조원과 비교하면 40조원이 줄어들었다. 총수입이 줄어든 것은 국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세수입이 21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 감소한 것이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17조원 줄었고 부동산 거래도 부진하면서 양도 소득세가 12조 정도 걷히지 않았다. 자영업들의 고전으로 부가가치세도 6조원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연말로 가면서 총수입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추세라면 연말 세수부족분이 5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 추측하는 총 세수부족이 6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장중 배럴 당 92달러까지 뛰었다. 10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물론 최근 유가 급등세는 리비아 대홍수때문이지만 유가 급등의 소지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유럽과 중국에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이럴 경우 유가가 백 달러까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가 다른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석유 한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입장에서 유가 급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급작스럽게 들이닥치는 위기는 없다. 전조현상을 잘 파악하고 대처하면 슬기로운 극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 엄청난 태풍도 미리 감지하고 철저한 대비를 하면 그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이 예측되지만 낙관적이거나 대충 어떻게 되겠지 판단하고 대처에 허술하면 정말 대단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1997년 IMF때도 숱한 경고음과 전조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너무 허술하게 대처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설마 국가 부도사태를 맞겠어 하다가 정말 된통당한 것 아닌가. 태풍 전야의 고요함을 보고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한데 무슨 위기냐 하면서 유람선을 몰고 바닷놀이에 나간 부류는 모든 태풍에 희생된 것 아닌가. 이 땅의 모든 국민이 소속된 이 나라가 부디 평온하게 위기극복을 잘 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자뿐 아니라 해당 분야 리더들은 정말 최선을 대해 위기상황 극복에 나서야 한다.대충 임시변통으로 상황을 호도하려다가는 정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