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성장 고착화와 재도약의 갈림길…출구는 규제개혁뿐
중앙일보
입력 2023.10.06 00:10
개원부터 기업 규제 법안들 쏟아내 온 21대 국회
기업 호소 귀 기울여 규제혁신 법안 처리 나서야
대한상의가 어제 ‘경제계가 바라는 킬러규제 혁신 입법 과제’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혁신 법안들을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해 달라는 호소다. 신산업·노동 등 5개 분야 97건으로, 여기엔 드론 등 무인 배송을 법제화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자율주행 범위를 확대하는 자율주행자동차법, 외국인 고용 규제를 완화하는 외국인고용법 등이 포함돼 있다.
경총 역시 규제혁신 관련 입법 건의 과제를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경총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255건의 고용노동법안 가운데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법안은 23건(9%)에 불과했다. 앞서 상의가 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 분석한 자료에서도 21대 국회는 개원 3개월 만에 기업을 옥죄는 부담 법안을 284건이나 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대 국회보다 40% 더 많은 수치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킬러규제 혁파를 약속하면서, 국무조정실은 경제계와 각 부처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 8월 우선적으로 개선을 추진할 킬러규제를 발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어제 기업 현장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정부의 하위 법령 개정만으로는 기업이 체감할 수준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대형마트 영업 휴무일 허용 여부와는 별개로 쉬는 날 온라인 배송을 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발의된 지 2~3년 지난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이에 따른 소비자 불편도 적지 않다. 재계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이라도 우선 입법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경제 활력을 가로막는 책상머리 규제는 언제나 문제다.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규제가 기업 생존까지 위협하는 일이 허다했다. ‘타다금지법’을 통해 이미 경험했듯이 시대에 뒤처진 규제는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을 땐 규제 하나하나가 전부 기업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가계, 기업의 빚이 급증하는 와중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터에 규제는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저성장 국가 일본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의 고착화로 갈 것이냐, 아니면 재도약을 이룰 것이냐의 중요한 갈림길이다. 규제개혁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점을 국회가 직시하고 마지막 정기국회에선 여야가 힘을 합쳐 규제혁신 법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 온 21대 국회가 조금이나마 명예를 회복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