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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2월까지 다음글 올린다는 약속을 3월이 넘도록 지키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이 든다.
신랄하기만할 뿐, 재미 따위 전혀 부재한 본 글을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시간이 나는대로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이 글의 대상은 호주로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 중에 확고한 목표와 정확한 정보 없이,
일단 가면 뭐라도 할듯하여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들이다.
이 글은 둘로 나누어 올린다. 전편은 이민희망자들의 대표적인 착각에 대해 다룰 것이고
후편은 최근 호주 이민정책 변동을 토대로, 호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이민정책의 기조를 분석해볼 예정이다.
본인의 보잘 것 없는 소개는 1편에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시면 좋겠다.
Ⅱ.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스펙
얼마 전 신문기사로 뜨기도 했으나, 본 글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퀴즈를 내볼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땅 소유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대부분 서울을 꼽지만, 서울 경기 지역은 2위다. 제주도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단이 밀집한 경북 지역을 꼽는 사람들도 있으나, 정답은 매우 의외다.
바로 "전라도"이다. 그 중 특히 전남 지역의 외국인 소유주 비율이 높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전라도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특별히 외국인의 이목을 끌 이유 같은 건 없다.
사유는 간단하다.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처절하도록 가혹한 대우를 받은 전라도인들이
부당한 억압과 차별을 견디다 못해 이민을 떠나 시민권을 취득한 후 다시 고향땅을 사들인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 그리고 기타 동남아 지역의 한인들 중에 호남 출신인 사람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이는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다루어볼 우리나라의 비극이지만,
이민에 대해 쓰는 이 글에서 찾아볼 시사점은 다르다.
즉, "이민은 현재 국내에서 상황이 좋지 않은 이들이 떠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충분히 잘 나가는데 굳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을 보았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외국서 호화저택과 요트를 구입할 돈 정도는 얼마든지 있고, 향후 수입원이 없어도 살만한 사람들이 여생을 보내러
가는 경우는 간혹 있다. 또한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자녀들을 유학시키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런 호화로운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국내에서 잘 안 풀리기 때문에 도망치듯 이민을 떠난다.
설사 외국에서 일이 잘 안 풀려도, 국내에 있어봤자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컨대 외국에 '무엇을 하려고' 가는 사람들 보단 국내에서 '무엇을 할 게 없어서'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굳이 이런 예의없는 분석을 곁들이는 이유는, 아래에서 다룰 이민희망자들의 '착각'이
근본적으로 이러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점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Ⅲ. 이민 희망자들의 착각
1. '개똥밭에 굴러도 외국이 낫다'는 착각
서울서 편의점 알바를 뛰다가 시드니에서 2년째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본인의 지인에게 메신저로 물었다.
"한국에 비해 뭐가 좋다고 2년째 거기 있어?"
대답은 명료했다.
"시급이 두 배잖아."
시급이 두 배인것은 맞다. 가끔 3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잊고 있는게 잊다. 물가도 한국의 2~3배라는 점이다.
예컨대 코카콜라 한 캔은 한국 편의점에서 700원이다. 호주 편의점에서 코카콜라 한 캔은 보통 1.5불~2불 정도 한다.
오늘 기준으로 1 호주달러가 1,032원이니까, 대략 한 캔에 1550원~2064원 정도 한다는 얘기다.
호주의 물가가 남달리 비싸서 그런 것은 아니다. "환율" 때문에, 설령 양국의 물가가 동일해도
한국보다 기본 2~3배가 더 비싸다.
소고기 같은 것은 한국의 반값이라며 반박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담배값은 한국의 4배다.
각 국의 정책이나 주요 산물 등으로 인한 상품의 가격 차이는 논외로 한다.
똑같이 힘든 일 하지만 돈은 2배 더 받는다, 라는 사실은 그 일만 두고 판단했을 때 나오는 결론이다.
게다가 비자나 언어능력 같은 것으로 인해 호주인 밑에서 정규직 갖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지라
한국 주인 밑에서, 한국 주인들끼리 합의된 '인권침해적인 박봉'을 받으며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인에게 호주 노동 시장은 서울에서 막노동을 뛰는 것 보다 못 한게 현실이다.
가끔 국내의 동남아 근로자들을 예로 들며, 환율 높은 곳에서 돈 버는게 어쨌든 이득 아니냐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남아 근로자들처럼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겨두고 전액을 본국으로 송금한다면,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이민희망자들의 대다수는 호주에서 번 돈 전부를 호주에서 다시 쓰기에도 모자른 사람들이 태반이다.
위 착각은 주로 새내기 정도 또래의 젊은 층이 즐겨 범하는 오류인데, 차라리 장래의 더 높은 보수를 위하여
틈틈히 다른 스펙을 준비하며 쓸 데 없이 소비되는 외화라도 아끼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2. '새로운 기회가 기다린다'는 착각
이민희망자들을 출국 직전에 잘 관찰하면, 근거 없는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시드니 공항에 내리는 순간 금광이라도 발견할 듯한 기세다.
"사례 분석"을 해보길 권한다. 우리나라에도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동남아, 중국 등지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건너 오나
강남의 아파트에서 필리핀인 주인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삼성 사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명찰에 "왕 멍"이라고 적혀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명이라도, 사장이 되어 한국인 사원들을 굴리고 있는 스리랑카인을 본 적이 있는가?
내 알기로 호주의 주류 사회에서 성공한 '이민자'는 그 긴 한호 이민 역사를 통틀어 손가락을 꼽는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거기서 태어난 사람들이 20년 넘게 쌓아온 경력과 스펙을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 타고 날아와 넘보려고 하니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민희망자들은 새로운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게 아니라,
낡은 기대가 먼지처럼 쌓인 한인 타운으로 들어가 타일, 청소 등의 주류사회가 기피하는 일을 해가며
그 작은 시장 안에서 서로 등치고 살게 된다. 차이나타운의 중국인들이 서로 잘 도와주고 공유하는 반면,
한국인들이 서로 등치고 배신하는 것에 대해 민족성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건 민족성의 문제가 아니다. 협소한 시장 안에서 첨예한 갈등은 경제학적으로 증명된 사안이다.
중국인들의 시장에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왜소한 한국인 시장에서는 일단 굴려지는 자본 자체가
왠만한 국내 중소기업 밑천보다 적으며, 그걸 서로 많이 먹으려다보니 허구한날 서로의 뒤통수를 치게 될 뿐이다.
특히 호주의 한인 사회는 타국에 비해 문제가 많은 편이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 교회까지 종파 별로 들어서게 되다보니 이익 갈등이 극심화되었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는 특히 이런 호주의 한국 사회를 두고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참극'이라 일컬으며
해결책은 "2세들을 통한 핵심부 진입 or 귀국"이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
요컨대 이민희망자들은, 모국에서조차 별 볼 일 없던 본인의 스펙이 그라운드 제로인 타국에서
갑자기 잘 나갈리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고, 타국에서 새로운 스펙을 쌓아봤자
그제서야 출발점에 선다는 것과, 언어적, 환경적 절대적인 불리함으로 인해 결국엔 대부분 한인사회에
잔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특히 호주 한인사회의 경우 그 시장의 협소함으로 인해
얼마나 야비하고 냉혹한 공기가 흐르는지, 분명하게 알고 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끔찍한 현실을 고발하자면, 호주 한인사회의 주 수입원은 어학연수를 위해, 이민을 위해, 여행을 위해
한국에서 이제 막 건너오는 당신들이다.
3. 영주권만 따면 만사가 잘 풀릴거라는 착각
나는 15세 때 호주 영주권을 취득했고, 그에 따라 거의 무료에 가까운 학비를 내고 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호주에 가면 얼마 간의 혜택이 있긴 하다. 예컨대 교통비 같은 것이 외국인들보다 싸다.
되묻고 싶다. 그리고 또 뭐가 있지?
한국도 당신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렇다고 당신이 좋은 대학을 갈 것과, 좋은 직장을 잡을 것과, 행복한 삶을
살도록 조금이라도 보장하는 것이 있었나?
호주라고 다르지 않다. 영주권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영주권 자체가 보장하는
기회같은 것은 전혀 없다. 비용 면에서의 혜택과 호주에 영주할 권리를 주는 것을 마치 천하무적의 부적이라도
얻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실망만 크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자'라는 용어는 한인 사회에서 무슨 대단한 계급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시민권자인 본인의 친구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한 타입이나, 이민 오고 싶은 어학연수생들,
기타 이민희망자들이 넘쳐나 항상 여자에 부족함이 없다는 천박한 언행을 늘 입에 달고 살며,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이 친구의 경우 몸이 허해질 정도로 여색에 쩔어 작년에 10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목표'를 위해 반드시 영주권을 얻어야 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이민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내가 뭐라 할 게재가 아니다.
이 착각은 다만 밑도 끝도 없이 영주권에 대해 한 없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영주권자로서 지적하는 착각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주권에 대해서 정확한 감이 없다면, 한국이 그대에게 부여한 시민권이
그대에게 어떤 이득을 보장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사례가 재미는 있으나 글을 너무 길게 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신 분이 몇 분 계시고,
전체적으로 글에 논점이 너무 많아서 정확한 이해가 힘들다고 말씀 주신 분이 또 몇 분 계셔서
사례와 길이, 그리고 논점을 최대한 줄였으며, 되도록 단문으로, 그리고 주장이 뚜렷하게 보이도록 글을 구성했다.
그것도 혹시 모자를까 싶어 두 편으로 나누어 글을 올린다.
다음 글은 호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이민정책의 기조 분석이며, 다음 주 안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글의 말미에 늘 밝히는 바이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수정할 용의가 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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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잘 읽었어요^^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하는 글이네요~
정말 좋은 글이에요.
이런게 진짜 체험기임. 미스코리아 당선소감 말하는듯한 체험기들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군요.
포인트를 정확히 찝어주시네요. 호주로 계획중이신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출국전에 접할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