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와 다시 집으로 돌아 왔을때 복도는 이미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연이는 다락 한켠에서 강냉이를 한웅큼 손에 쥔체 씹고 있다.
이모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본다.
이모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치워진 마루를 보며 "연아, 벌써 다 치웠어?" 한다.
입 안 가득 강냉이를 우물거리던 연이는 얼마나 많이 넣고 있는지 이모의 물음에 대답을 하려는 듯 억지로 입에 담긴 걸 삼키는데 '쿨꺽' 하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그 소리에 이모와 나는 마주 보며 한바탕 웃고 말았다.
연이가 입을 벌리자 입에 담긴 강냉이를 여럿 흘려댄다.
"엄마가..."
입 안에 남은 강냉이를 씹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연이를 보며 엄마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마치 지난 연이 생일 날, 아빠와 함께 갔던 어린이 대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탔을때 처럼 가슴에서 배꼽 아래까지 느껴지는 철렁함은 여느때 보다 더 하다.
'엄마가 벌써 왔구나'
연이는 흘린 강냉이 조각을 주워 다시 입으로 가져 간다.
"엄마가 와서 치웠어"
이모는 연이가 바닥에 떨어진 강냉이를 주워 먹으려 하자 연이의 손을 낚아 챈다.
"연아, 떨어진 건 먹지마"
연이는 이모의 손짓에 놀라 하더니 주워 든 강냉이를 내려 놓고 금세 다시 가랑이 사이에 끼워 넣고 꼭 끌어 안은 투명한 비닐 봉투에 담긴 강냉이를 한 웅큼 집어 든다.
이모는 그런 연이의 모습이 마냥 귀엽다는 듯 "에이그 인석아 많이 먹어라" 하며 연이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이모와 연이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잠시, 엄마가 왔다는 말이 영준이가 날 때리려 할때 보다 더 겁이 난다.
"연아, 엄마 어디갔어?"
끌어 안은 강냉이 봉지를 만지작 거리던 연이는 마루 구석에 놓인 젖은 걸레를 가리킨다.
"웅, 엄마 저거로 여기 닦고 시장 갔다 온다고 나갔어"
"응..."
휴, 엄마가 시장에 갔다면 한 시간 정도는 야단 맞을 시간을 늦춘 셈이다.
엄마는 시장에 가면 파 한 뿌리라도 더 얻으려, 닭 장수 아저씨에게는 닭 모가지를 하나라도 더 공짜로 얻으려 나를 파 한단 보다 더 싼 떡볶이 한 접시에 한참을 붙잡아 두고는 한다.
이모는 연이와 나의 대화를 재밌다는 듯 조용히 바라보고는 "엄마한테 혼나던지 말던지 이제 이모는 모른다" 하며 계단을 내려 간다.
한 시간은 벌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내가 어지럽힌 걸 먼저 치우기도 전에 봤다는게 걱정스럽기만 하다.
첫댓글 엄마등장이군여
뭔가 감동이있네요 ㅋㅋㅋ 커서어떡해될지가 궁금 ㅋㅋㅋㅋㅋ
엄마가 무지 무서우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