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부산에는 며칠째 비가 와서 이젠 시원하다 못해 춥습니다;
회원님들은 오늘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집에와서 어영부영 하다보니 워킹 졸업한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군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센티해져서; 워킹생활 회상&보고 드립니다^-^
<전반적인 생활>
작년 2월14일 집중호우 주의보가 해제되었던날 아침(;;) 후쿠오카로 출발하여
올해 2월14일 정확히 1년을 채우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 도착하여 8일만에 원룸입주,
15일만에 야키니쿠 알바를 구하여 11개월동안 풀(full)알바모드였죠;
처음2달은 집구하느라 가지고 온 돈을 거의 다 쓰는 바람에 생활고에 시달렸어요.
일하는곳까지 걸어서 15분이라는 최강의 입지조건이었지만 하카타역에서 도보15분인 곳이라
보증금이 월세 석달치에 이것저것 잡비가 많이 들어서ㅠ
거기다 첫달에는 일주일에 3번, 그것도 교육&연수기간(3개월)이라 하루 2,3시간의 시프트;
나중에 한달치 명세서 보니 2만9천엔이더군요, 월급이;
투잡할까 싶어 다른데 면접볼랬더니 나중에 익숙해지면 런치도 넣어준다길래 그냥 참고 일했구요...
두달째엔 8만엔, 세달째엔 10만엔, 넉달째부터는 런치&디너 레귤러로 5일이상에 12만엔 정도
안정된 생활 들어갔습니다... 반년 넘어서는 거의 13,4만엔 이상이어서 월세(4만7천엔)내고
뭐 이것저것 여유롭게 지냈구요...
제가 저축하고는 좀 거리가 멀어서,
그냥 먹고싶은거 먹고 사고싶은거 사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돈이야 취직하면 벌어야지 하는 그런 대책없는 마음에;;; 하하하;;;
위에 말씀드렸지만 생활의 메인은 알바; 였어요 ㅠ
농담으로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죠~ 하핫^^;
그렇다고 엄청 힘들고 그런건 아니고 제가 밖에서 노는데는 별 흥미를 못느끼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걸 낙으로 삼는 아이라;
일주일에 한두번 있는 휴일날은 그냥 밀린 청소&빨래 하고 남친이랑 외식&데이트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무난한 1년이었죠.
첨 한달반정도는 일배우느라 매일 정신없었고, 점장이나 같은시간대의 스태프들이
어찌나 절 불안해 하는지ㄷㄷㄷ;;;
거기다 점장은 첨부터 절 탐탁치않게 생각했던지라, 가시방석이었지만 ㅜ
걍 모른척하고 웃으면서 시키는일 열심히했습니다.
점장은 28살된 여자분이었는데,
제가 그 회사(후쿠오카에서 야키니쿠&이자카야 점포를 15개정도 보유한 중소기업이었음)
전무랑 적당히 아는사이여서 소개로 들어온걸 알고는 어찌나 쌀쌀맞게 하시는지-_-"
뭐, 그것때문에도 빽이 어쩌고 소리 안들으려고 더 독하게 일했죠.
후쿠오카 가보셨거나,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카타역근처는 워낙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역근처에 있는 우리가게에도 며칠에 한팀정도는 한국인분들이 오셨거든요.
솔직히 오시는 손님분들중에 절반정도는 식사예절이나 기본적 매너가 좀 그러셔서 ㅠ
(물론 평소에 일본인 중에도 매너없고 안깔끔한 사람들 많습니다, 특히 단체회식손님-_-+
그치만 일본인들은 자기가 본 여행객들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거죠)
저한테 대놓고 말은 안해도, '너도 그렇지 않겠냐'하는 그 분위기-_-;
그 분위기&공기를 감지한 순간 머리속에서 '쩍'하는 소리가... 크흐흐...
그래, 한번 누가이기나 해보자 하는 오기와 깡으로 독을품고 일했습죠...
싸~했던 점장언니가 저를 다시 보기 시작한 계기는...
일한지 2주쯤되던날, 매우바쁜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걍 적당히 서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흐름만 보라고 해서 보고있었는데
너무 바빴는지 점장이 트레이 들수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네, 했더니 저기있는 스탭한테 전달해주라길래 한손으로 슥 들고 갔더니,
아, 서빙잘하네... 하는겁니다. 분명히 면접볼때 서빙경력 3년이라 했거늘-_-'
뭐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서빙하고 핸디찍고 그랬습니다.
메뉴도 핸디버튼도 업무용 팩스같은것도 아주 어렵지 않으면 다 읽으니까,
전화예약도 받게하고 매상입금도 하러 보내고 그러더군요.
물론 그걸 하기까지 다른 스태프들보다 한달정도는 더 걸렸지만요...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매상일보의 코멘트까지 써야했답니다 ㅠ
그래도, 점점 차별이랄까, 외국인대하는 듯한 어색함도 사라지고...
반년쯤 지나니까 가게 홀스태프 에이스3인방이 되어있고;;; 쿨럭;
사장님이 원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저를 어찌나 예뻐해주시는지,
나중에는 부담스러워질 정도 ㄷㄷㄷ;
전무아찌도 알던사이라 사적인자리에서는 막 야한얘기하면서 장난도 치고,
부장님도 딸보다 어리다고 너무 잘해주셨고, 점장도 반감이 사라졌는지 점점 잘해주고...
나중에는 중요한 손님한테 "저 없을때 불편하신거 있으면 김상한테 말씀해주세요"라고
하면서 맡겨주더군요...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점장되면 좋겠다고도 말해주고...
진짜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봅니다. 크흑 ㅠ
익숙해지니 나름 즐거운 워킹생활 했습니다.
뭐, 일주일에 6일정도씩을 11개월간 일한 가게라 소소한 에피소드랄까 그런건 엄청나게 많습니다만,
대표적인게 한자 잘 못쓰는거... 크흐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 같은데 읽으라면 읽을수 있는데, 쓰라면 ....................................쩝;
영수증쓸때마다 제발 아는 한자 나와라~ 하고 기도(?)하고,
아님 대놓고 명함주세용♡하고 빵끗 웃어주기로 모면했죠ㅎㅎㅎ
그런거 빼고는 실수로 그릇 몇개 깨고, 핸디 잘못찍어서 오더미스 몇개 나고 했었네요...
여차저차 눈깜짝할사이에 1년이 지나고, 스태프가 모자랐던 관계로
집에오기 이틀전까지 알바를 하고; 부랴부랴 짐싸서 돌아왔답니다~
다들 모자란 스태프때문에 지친몸으로 마감뒤에 맥주한잔으로 송별회를 대신하고,
이틀뒤에 너무울어서 팅팅부운 눈으로 터미널에서 티켓팅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어디서 많이본 사람들이-ㅛ-;
자세히 보니 점장이랑 거의 매일 같이 일했던 메인스태프 3명이 하카타의 명물'히요코과자(ㅋㅋ)'
를 들고 서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진짜 감동받고, 헤어지기 싫어서 펑펑울었어요 ㅠㅠ
아~ 지금 생각하면 다 그리운 추억이네요 ㅠ_ㅜ
<귀국후>
부산에서 학교를 휴학하고 갔었기때문에 일단 다시 돌아와야 했어요.
현지에서 취직을 하려고 해도 대졸이상이 아니면 비지니스비자가 안나온대서...
솔직히 전에 다니던 학교 복학하면 3학년이고, 거기다 전혀 상관없는 철학과에-_-;
휴학과 복학을 반복해서 이미 공부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된데다, 학점도 엉망진창;
유일하게 흥미를 잃지 않았던게 일어여서 전문대로 편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솔직히 4년제에서 2년제로 가는게 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흥미잃은 공부하는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올해 3월부터 2학년 편입해서 학교다닙니다^^
타전공에서 편입한바람에 내년 1학기까지 다녀야하는 코스모스지만
지금 학교를 졸업하면 후쿠오카쪽 취칙이 될수도 있다길래 열심히하는 중입니다~
여담으로, 후쿠오카 간지 한달만에 사귀게된 남친이랑도 아직 잘 지내구요^-^
올해 집에 올때 같이 와서 부모님께 인사시켰는데 다행히 부모님이 좋아라 하시네요~☆
학교때문에 떨어져있는데 저번달에 5박6일로 가서 보고 왔구요 ㅠ
졸업때까지 취직안되면 아직도 한참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ㅠ
그래도 서로 믿고 매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나마 요즘엔 국제전화료도 싸고, 메일도 보낼수 있어서 낫네요~ ㅎ
결혼식은 2년쯤 뒤에 둘이서 열심히 벌어서 할생각이구요,
입적은 내년에 후쿠오카에 정착하는대로 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워킹은 정말 인생을 바꾼 큰 사건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첨으로 혼자도 살아보고(그것도 외국에서!), 사회경험도 쌓고, 일어공부에
인생의 동반자까지 만났네요^-^
불만투성이였던 제 일상이 워킹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담>
회화,읽기,쓰기,듣기도 어느정도 안정적인 레벨에서 갔기때문에
첨에 헤메던 부분도 금방 익숙해지고, 역시 현지에 살면서 느는 부분이 많은것도 느꼈어요.
특히 중급이상의 실력이신 분들은 정말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너무 오바인가;)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실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니뭐니해도 아는것이 힘이겠지요~
여름방학동안, 알바도 안하는 백수;였기때문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공부를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송별회날 점장이 저에게 준 漢字ドリル,1~6학년까지의 한자를 연습할수 있는 습자책이랍니다.
한자라면 치를떠는 저이지만 이제는 슬슬 그 벽을 넘지않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다고 언제까지라도 미뤄두면 결국 제가 지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진짜 하기싫어서 몸을 튀틀면서 매일 30분씩이라도 꾸준히 했습니다.
그결과, 일주일전에 6학년까지 무사히 졸업했구요~^-^v
요즘엔 JPT나 쳐볼까하고 문제집 풀고 그럽니다.
그렇다고 제가 부지런 하냐, 절~대 아닙니다;;;
초 야행성에 평균 기상시간 오후이며; 방에서 노트북끼고 뒹구는게 특기인 곰팅이랍니다 ㅠ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는게 중요한것 같네요, 외국어는 평생공부라고 하잖아요~
다같이 화이팅 하자구요~^^
휴~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실 분이 계시려나? ^^;
이상 비가 주룩주룩 오는 밤에 부산에서 찐찐♡이었습니다.
회원님들 중에 83년생 많으신가요?
동갑아니라도 수다떨 상대가 필요하신 분들 친구해요♡
와. 충실한 워킹이셨네요.^^ 같은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갑니다. 후쿠오카에서 오호~~ 저는 81년생이고, 좀 늦었지만, 이번 12월에 워킹을 떠납니다. 아...그런데 왜이리 걱정되는게 많은지요. 생긴거와 다르게 소심한 성격이라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그치만, 님글 보니까 용기가 조금 납니다 ^_^ 글 잘 읽었어요. 아...한자......................공부 해야겠네요 ㅎㅎ
첫댓글 이햐...멋있는 워킹생활 하고 돌아오셨네요 ^_^ 부러워요...저도 꼭 가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오고싶네요..^^
일상생활에서 오는 소소함 즐거움이 전해져옵니다. 일본에서의 꽉찬 1년의 행복이 전해져오네요.. 남친과도 꼭 결혼하시길 바랄께요. 부럽습니다..^^
저도 2004년에 어학생활중 남친을 알게되서 장거리연애하다가 워킹으로왔습니다..^^힘내세요~~~
와. 충실한 워킹이셨네요.^^ 같은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갑니다. 후쿠오카에서 오호~~ 저는 81년생이고, 좀 늦었지만, 이번 12월에 워킹을 떠납니다. 아...그런데 왜이리 걱정되는게 많은지요. 생긴거와 다르게 소심한 성격이라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그치만, 님글 보니까 용기가 조금 납니다 ^_^ 글 잘 읽었어요. 아...한자......................공부 해야겠네요 ㅎㅎ
멋지시네요^^ 저는 2008년 4월에 떠나는데 조마조마 한게 걱정인데 정말 멋지게 잘 보내시고 왔네요^^
감사합니다^^ 다들 괜찮으실거예요~ 저도 한소심하는데 진짜 외국가니깐 깡이 절로 생기더라구요ㅎㅎ 남눈치 볼것도 없고 법이 허락(?)하는 범위안에서 하고싶은거 즐겁게 하고 오시길^^ 저 알바할때 딴지점 점장님이 맨날 하는말이 인생은 일단 はったり라고 ㅎㅎ
아이디가 ..
blueblood66@nate.com 입니다. 싸이는 거의 안하지만^^ 네이트온 가끔씩 로그온한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등록할게요 ^ㅡ^
아~~ 워킹동안 인생의 경험치를 많이 올려셨네여...글을 읽으니 저도 자신감이 생기네여. ^ㅡ^
어..안녕하세요. 저도 지금 후쿠오카에서 워킹 중이예요. 83년..생..내일이면 온지 5개월이 되네요..네이트 등록할께요..가끔씩 얘기해요.^^
우와~ 워킹을 꿈꾸고있는 저로썬, 정말 부럽습니다!! 정말 좋은 경험들을 하고오신것 같아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