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R는 꽤 재밌는 라운드였다고 생각한다. 마짜리의 화려한 데뷔전이 있었고, 스팔레티 감독의 참참못 전술 변화도 있었다. 라치오는 스팔과의 경기에서 자신들의 막강한 공격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내었고, 베네벤토는 시즌 2승을 거두었으며, 아탈란타는 로마와의 원정 승리를 통해 나폴리-로마 지옥의 원정 2연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키에보 베로나 VS 우디네세
′9 라도바노비치(AS 카치아토레)
′41 토모비치(OG)
최근 우디네세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오또 감독의 홀딩을 활용한 중앙 봉쇄 전술은 많은 팀들은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 측면 공격에 강점이 있는 팀들이라면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부터 보이는 패널티 박스안의 많은 선수들에 한 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고, 인테르와 볼로냐는 그렇게 홈에서 승점 3점을 헌납해야만 했다.
이런 우디네세를 상대로 키에보는 흥미로운 접근을 통해 우디네세를 공략했다. 상대가 측면으로 몰아세우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자신들의 빌드업 시작 지점을 측면으로 잡았다. 이에 중심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비르사였고, 그의 임무는 포파나를 중앙에서부터 측면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물론 그가 팀의 공격을 주도하거나 경기의 결과를 바꾸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것들의 기반을 다지는 일은 확실하게 해냈다.
(▲ 세코 포파나를 측면으로 불러들이며 박스 근처에서의 자유로움을 얻는 키에보)
키에보는 측면 풀백 혹은 미드필더를 활용해 우디네세의 좌측 풀백인 페쩰라를 잡아두었고, 비르사는 약속대로 포파나를 측면으로 이끌어냈다. 동시에 스트라이커들은 골문을 향해 전진하여 쓰리백을 묶어두었고, 우디네세의 박스 근처 공간은 훤하게 드러났다. 오또 감독 휘하 아래서의 우디네세는 포파나가 중앙을 전담하고, 얀크토와 바락이 각각 측면 수비에 치중하며 포파나가 몰아낸 볼을 탈취하거나 억지크로스를 유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는데, 키에보가 실시한 측면에서의 빌드업 시작은 이들의 허를 찔렀고 바락과 얀크토는 붕 뜨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바락은 수비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아니며, 헤테마이가 좁혀들어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 이를 바로 캐치하지 못했다. 데 파울이 뒤늦게 커버를 온다 할 지라도 라도바노비치가 언마킹상태에 이르르기 때문에 우디네세는 키에보에게 꽤나 많은 찬스를 내주었다.
이 날 키에보의 유효슈팅은 우디네세보다 무려 5개가 많았다. 부진을 겪고있던 팀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할 경기력이었고 그들은 꽤나 승리에 가까운 경기를 보여주었다. 토모비치의 자책골이 있기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BEST PLAYER - 라도바노비치
WORST PLAYER - 바락
피오렌티나 VS 인테르
′55 이카르디
′90+1 시메오네(아이세릭)
인테르의 하향곡선이 너무도 뚜렷하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테르의 한정적인 자원으로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법이었고, 스팔레티에게는 그저 비슷비슷한 선수들의 교체만이 해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테르를 상대하는 팀들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창의적인 패서가 적은 인테르에게 중앙에서의 강력한 압박을 시전하고, 그들을 측면으로 몰아낸 후 박스안에 많은 선수들을 대기시켰다. 어떤 팀이든 들고 나왔던 수비방식이지만 인테르는 이렇다 할 파훼법을 찾지 못했다.
주앙 마리우는 축구 센스나 지능은 뛰어났지만 직접적인 공격기회를 창출하는 데에 있어서는 부족했고, 브로조비치는 강력한 한 방을 제외하면 그저 그런 자원에 불과했다. 결국 스팔레티가 택한 건 발레로의 2선 복귀. 이 역시 문제점은 많았다. 베씨노와 갈리아르디니의 호흡이 점차 맞아간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고, 중원 압박이 강하게 들어올 시에 별 다른 대책이 없던 것은 다르지 않았다. 볼이야 좀 더 잘 굴러가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라고나 할까.
이에 스팔레티 감독이 라치오와의 경기 후반 막바지 부터 꺼내든 카드가 있다. 바로 주앙 마리우를 윙에 배치하는 결정인데 중앙에서의 강한 압박을 선수를 충원함으로써 풀어나가려는 시도였다. 나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칸셀루라는 오버래핑에 능한 풀백이 있었고, 마침 칸드레바와의 동선이 겹치는 바람에 둘을 함께 기용하기 어려웠던 시점이었으니.
(▲ 마리우가 좁혀들어온 덕에 칸셀루에게는 더 많은 공간이 할당되었다)
칸셀루는 더 이상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았다. 칸드레바와 함께 기용되는 경기에서는 둘의 동선이 겹쳐 답답한 상황을 많이 연출해내었으나 마리우와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마리우가 좁혀들어오며 칸셀루에게 공간을 내주거나, 마리우가 측면 쪽으로 빠져주며 칸셀루에게 돌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동시에 중앙으로 움직임을 가져간 선수는 박스에서 숫자싸움에 가담하거나 스윙작업에 참여하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가능케 했다.
(▲ 마리우의 스타트 지점은 중앙이지만, 베씨노의 전진을 위해 측면으로 움직여주는 모습)
베씨노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마리우의 움직임 하나로 자신의 장기인 전진성을 마음껏 뽐냈으며, 앞으로 이런 장면을 더욱이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문제점도 존재한다. 인테르의 이 전술은 칸셀루의 오버래핑이나 베씨노의 오버래핑이 강요되는 면이 없지않아 있다. 때문에 우측 뒷공간이 노출되는 위험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한다. 이 부분은 갈리아르디니에게 커버를 바라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 될 것이고 센터백들의 커버 범위를 늘리는 선에서 해결해야할 것이다.
필자가 스팔레티가 꺼낸 이 전술변화에 대한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유는 팀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도 가진 자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앙 마리우에게 더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것은 일정 부분 존재하겠지만 이로인해 칸셀루와 베씨노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가진 중원 압박에 대한 대처 방법을 늘릴 수 있다면 이 변화는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BEST PLAYER - 칸셀루
WORST PLAYER - 베레투
로마 VS 아탈란타
′14 코르넬리우스(AS 일리치치)
′19 데 룬(AS 고메즈)
′45+1 데 룬 퇴장
′56 에딘 제코(AS 엘 샤라위)
정말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경기였다.
"로마 맞춤 수비"
가스페리니는 일부러 마시엘로 대신 팔로미노를 기용했다. 마시엘로가 나왔다면 좀 더 정교한 후방 빌드업 형태를 가져갈 수 있었겠지만, AS로마의 공격을 확실하게 막아내기위한 팔로미노라는 카드는 확실히 가스페리니 감독의 구미를 당기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입맛은 정확했다. AS로마는 데 룬이 퇴장당하기 전, 아탈란타에게 완벽히 말려들어갔다. 혹자는 나잉골란과 데 로시의 부재가 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로마가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마치 지난 1차전 로마와의 경기를 복수하듯 철저한 준비 끝에 그들을 막아내었다.
물론 후방 빌드업에 있어 약간의 삐끗거림은 있었다. 하지만 아탈란타의 전반전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고, 로마를 상대로 무실점 수비를 해냄으로써 모든 걸 잊게 만들었다.
아탈란타는 중원에서부터 로마를 조여들어왔다. 고메스와 코르넬리우스가 각각의 센터백을 마크했고, 일리치치는 한 차례 아랫 라인에서 고날론스를 견제했다. 스트루트만과 펠레그리니는 데 룬과 프레울러에 막혀 볼을 자유로이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로마의 빌드업은 계속해서 답답함만을 초래했다.
(▲ 최악의 전반전을 펼친 고날론스, 별 다른 코멘트가 필요없지 않을까 싶다)
아탈란타의 압박이 상당한 수준이기는 했으나, 고날론스의 실책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볼을 달고 전진하거나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선수들에게 볼을 얼른 넘겨주고싶은 마음이 그득한듯 성급한 패스를 남발했다. 고날론스는 수비에 있어서도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최악의 전반전을 치루며 로마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후벼파게 되었다.
중원에서의 기초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로마의 선택은 역시 롱패스였다. 제코의 우월한 피지컬을 이용한 로마의 전형적인 공격루트인 그 패턴 말이다. 하지만 앞서 서술했듯 아탈란타는 로마의 모든 공격을 차단할만한 전술을 들고왔다.
(▲ 제코의 헤더를 견제하는 칼다라와 뒤 쪽 공간을 커버하려는 톨로이,팔로미노)
전반전에서 톨로이의 전진 수비는 자주 볼 수 없었다. 그와 팔로미노는 페로티와 엘 샤라위를 적극적으로 체크하며 커버링에 나섰다. 칼다라는 제코가 내려와서 받는 움직임을 통해 팀의 공격을 전개하고자하면 견제를 통해 이를 제어했다. 볼이 흐르더라도 뒤 쪽을 커버하는 센터백들의 존재 때문에 엘 샤라위와 페로티에게는 많은 공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아탈란타는 로마의 결정적인 공격루트 두 개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전반전 막바지, 데 룬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후 아탈란타는 일리치치 대신 크리스탄테를 투입했고 기존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로마를 막아세우고자 했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이 날 경기에서 아탈란타 중원에 꽁꽁 묶여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펠레그리니를 빼고 아예 스타트 지점 자체가 더 높은 쉬크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펠레그리니의 경우 스타트 지점이 아탈란타의 중원과 맞물리는 자리였고, 견제로 인해 볼을 프리하게 받을 수 없었으며 경기 내 영향력은 0에 가까웠다. 플로렌찌의 오버래핑을 도모하고 뒤 쪽에 커버를 서있는 딱 그 정도..
쉬크가 투입된 후 로마의 공격은 오히려 잘 풀릴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 지점 자체가 아탈란타 중원의 뒤 쪽이다보니 아탈란타에게 있어서 쉬크는 골칫덩이였다. 중원이 내려가자니 상대에게 너무도 프리한 빌드업 상황을 건네주게되고, 센터백이 전진하자니 그럼 커버할 사람이 부족해져 뒷공간이 문제시되었다. 그리고 결국 실점까지 하고 말았다.
로마의 변화에 가스페리니 감독은 고메즈의 측면 배치로 대응했다. 전방에서 키핑을 통해 역습시 팀원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려줄 수 있는 드리블러이자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페타냐를 투입시키고 고메즈를 보다 낮은 위치에서 수비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에 스피나쫄라는 중앙으로 좁혀들어갈 수 있었고, 아탈란타는 더이상 실점을 하지 않은 채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의 변화와 전술 하나 하나에 가스페리니 감독은 반응했다. 그리고 완승을 거두었다. 로마의 홈이지만 경기를 지배한 팀은 아탈란타였다. 가스페리니 감독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놀랐던 경기였고 이번 라운드 최고의 명경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철저하게 아탈란타의 입장에서 말이다.
BEST PLAYER - 프레울러
WORST PLAYER - 펠레그리니
시간이 부족해서 세 경기밖에는 적지 못했습니다. 감독들의 전술적인 변화가 뚜렷한 경기들을 선정했는데 간만에 쓰는 글이라 그런지 시간도 오래걸리고 퀄리티도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다음 주는 세리에 경기가 없는 관계로 라리가 리뷰를 적어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인테르는 우승기세였는데 갑자기 확 꺾여버렸네요..
잘봤습니다
잘봤습니다
잘봣습니당
긴글인데 정독했네요 잘 읽었습니다
와우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