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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중국 리상푸 국방장관 제재 해제를 거부했나?
지난 3월 1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중국군 리상푸(李尙福) 상장을 국무원 국무위원 겸 국방장관에 지명하는 임명안을 승인하였으며, 이번 리상푸 상장의 중국 국방장관 임명은 2018년 9월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임(前任) 대통령이 리상푸 상장에게 『미국의 적대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US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CAATSA)』을 적용한 제재 ‘공평성’이 문제가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리상푸 상장은 2018년 3월 19일부터 2023년 3월 12일 간 국방장관을 지낸 웨펑허(魏風和)에 이어 중국군의 군사외교와 국방협력 등의 역할을 향후 5년 간 수행한다. 특히 전임 웨펑허 국방장관이 주로 로켓 사령부에 주로 근무한 미사일 전문 병과 장성이었다면, 리상푸 상장은 중국 충칭(重慶)대학에서 자동제어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 시창(西昌) 우주기지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테크니션(technician)으로서 중국군의 사이버전과 우주작전 등을 주도하는 장성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간 군사경쟁 범위가 우주와 사이버 도메인으로 확장하는 상황하에 리상푸 국방장관은 서방 주요 국가들이 중국군과 우주와 사이버 도메인에서 군비경쟁 자제를 협의할 수 있는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상푸 상장이 2017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Chinese Communist Party Central Military Commission: CCPCMC)의 장비발전부(Equipment Development Department: 裝備發展部) 부장을 지내면서 러시아로부터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대공미사일방어체계를 구매하여, 2018년 9월에 미 트럼프 행정부가 리상푸 상장을 2017년 8월 2일로 효력을 발휘한 CAATSA의 ‘특별 제재 대상 국가와 개인명단(Special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List)’에 올렸다.
당시 중국은 미국 CAATSA가 일방주의적 국내법으로서 중국이 정당한 국가안보를 위해 합법적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는 주권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면서 제재를 거부하였으며, 당시 리상푸 상장이 계획한 러시아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체계는 계획대로 중국에 도입되었다.
우선 2015년 11월 중국은 러시아와 약 20억 불에 24대의 Su-35형 전투기 도입을 계약하였다.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수동형(Passive)이 아닌 능동위상배열(Active Electronically Array Scanned: AESA) Irbis-E형 레이더와 트러스트 벡터링 노즐을 갖춘 AL-41FS1형 엔진를 탑재한 Su-35형 전투기를 최소 48대를 구매해 주기를 기대하였으나, 중국이 절반인 24대만 기술이전없이 구매하였다며 이에 따라 중국 공군의 전투력이 크게 강화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특히 Su-27형 전투기 복제 사태와 같이 중국이 Su-35형 전투기를 바탕으로 기존 J-형 계열 전투기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1996년 중국 공군은 Su-27형 전투기를 도입하여 J-11B형과 J-16형 전투기로 역설계하였으며, 2008년 러시아 정부는 중국을 Su-27형 전투기 설계 러이센스 권한 위반을 항의하는 사태가 있었다.
또한,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공군이 Su-35형 전투기를 도입할 당시 J-20형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전력화되는 상황이었다며 중국군이 Su-35형 전투기 도입에 크게 매력을 갖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Su-35형 전투기 구매 목적이 중국형 ‘저강도 전술핵’ 폭탄 탑재였다는 전망까지 하였다.
다음으로 중국의 러시아 S-400형 트림프(Triumf) 체계 도입였다. 러시아 공군이 2020년까지 약 28개 S-400형 대공미사일방어 연대를 실전 배치한 S-400형 일부인 40N6DM형 요격미사일 체계는 약 30㎞ 고도, 약 380㎞ 사거리의 표적을 약 70개를 동시에 탐지하고, 작동소요 시간이 약 5분 이내이며 표적 확인 이후 약 35초만에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실제 러시아 S-400형 체계는 2015년 11월 25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참가 중에 시리아 공군의 Su-24형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성능을 보여 중동 등 국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중국은 2018년 8월부터 총 6개 S-400형 대공미사일방어 연대를 도입하여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연안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해와 발틱해 연안에 S-400형 체계를 배치하였고 태평양 블라디보스톡 근처에 1개 연대를 배치하였는 바, 만일 중국 공군이 S-400형 체계를 중국 동부 서태평양 연안에 배치하였다면, 유럽과 태평양을 전역을 포함하는 S-400형 체계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구도라고 평가하였다. 심지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S-400형 체계 네트워크 구축이 미 공군 F-22형, F-35형 스텔스 전투기와 B-1형 랜서(Lancer), B-2형 스피릿(Spirit) 스텔스 전략 폭격기 공격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당시 군사 전문가로부터 미국이 러시아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체계를 도입한 리상푸 상장에게 CAATSA 제재를 적용한 것은 과도하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선 리상푸 상장은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체계를 구매한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CCPCMC) 장비발전부 부장이자 테크니션이었지,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체계를 구입한 방산업자 또는 현장에서 살상력을 구사한 중국군 현장 지휘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미 CAATSA 적용범위였다. 예를 들면 2017년 7월 26일 프랑스 정부가 미 CAATSA 적용범위를 미국 국내가 아닌 타국을 대상으로 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또한 미 행정부는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동맹국과 파트너십국에게 CAATSA 제재 적용함에 있어 일관적이질 않았다. 예를 들면, 2018년 10월 인도 정부가 약 54억 불에 러시아와 S-400형 체계 도입을 계약하였고 인도 정유회사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등의 CAATSA를 위반하는 행동을 하였으나, 2022년 7월 15일 미 하원군사위원회가 인도 정부를 친미적 정책으로 유도하기 위해 인도의 러시아 S-400형 체계 도입에 대해 CAATSA 제재 적용을 유예(waiver)한 결정을 내린 사례였다.
아울러 튀르에키가 2017년 말 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페이트리엇 대공방어체계가 아닌, 러시아 S-400형 체계 도입을 추진하자, 2020년 CAATSA에 의해 튀르에키 정부와 회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F-35형 스텔스 전투기 인도를 거부하였으나, 2021년 미 의회가 미 국방부가 튀르에키가 도입한 S-400형 체계를 구매하도록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튀르에키가 공동개발자로 참가한 F-35형 전투기를 인도받았던 사례였다.
미 행정부가 상기 인도와 튀르에키에 적용한 유동적 CAATSA 적용 사례는 인도네시아가 러시아 Su-35형 전투기를 도입하려하자 CAATSA 제재를 명분으로 압박하여 인도네시아가 도입을 취소하도록 한 것과 중국이 러시아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체계 도입을 이유로 리상푸 상장에게 제재를 가한 사례와 비교시 적용 기준과 원칙이 다른 불공평성을 보인 사례였다.
이에 2018년 7월 18일 미 제임스 매티스 전(前) 국방장관은 미 의회에 CAATSA가 너무 과도한 적용범위를 포함하고 있다며, 유연한 유예(waiver) 사항을 포함시킨 수정안을 요구하였다. 즉 미국이 CAATSA를 국내가 아닌, 해외 동맹국과 파크너십국에 적용함에 있어 일관적이질 못하고 같은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과 원칙을 적용한 불공평성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하에 지난 3월 12일에 미 CAATSA 제재 대상명단에 오른 리상푸 상장이 중국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군과 교류와 협력을 위해 리상푸 상장을 국방외교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된 것이었다.
이에 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해빙(thaw)’ 필요성을 언급하였으며,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미중 간 전략경쟁 관계 변화를 위해 미 행정부가 리상푸 상장의 CAATSA 제재 해제(lift)를 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지난 5월 23일 『블럼버그(Bloomberg)』는 지난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간 군사적 교류와 협력을 위해 리상푸 상장에 대해 CAATSA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언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일인 지난 5월 23일에 미 국방부 대변인이 “리상푸 상장에 대한 CAATSA 해제는 없다”고 발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지난 6월 2일∼4일간 싱가포르에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글리라 대화)에서의 미중 간 국방장관 회담 불발로 나타났다.
당시 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중국 리상푸 국방장관에게 싱가포르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하였으나, 5월 30일 미 국방부 대변인 발표를 접한 중국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제안을 거부하였으며, 이에 미국은 중국이 비전문적이며, 위협적 4가지 군사행위를 공개하는 등 감정적 대응을 하였다.
이에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양자간 국방장관 회담은 원칙없이 할 수 없으며, 양국 국방부 간 소통은 최저선 설정없이 할 수 없다며 이번 미중 국방장관 회담 불발은 전적으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였다.
이후 군사 전문가들은 왜 미 국방부가 중국 국방부가 제안한 리상푸 상장에 대한 CAATSA 해제를 거부하였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배경과 이유를 들었다.
우선 미중 간 경쟁 양상이 군사과학기술 분야로 집중되는 상황하에 리상푸 국방장관의 첫 해외 방문국이 러시아였던 사례였다. 지난 4월 17일 리상푸 상장은 러시아를 방문하여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모스코바에서 만나 양국은 “냉전시 정치군사적 동맹관계를 넘는 관계를 지향한다”고 언급하는 등 향후 중러 군사 간 기술협력 강화를 암시하였다.
다음으로 미 국방부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리상푸 상장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을 향후 미국과의 우주전과 사이버전을 대비하려는 의도로 보고 이를 저지하려 하였다는 것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리상푸 상장이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CCPCMC) 입성 이전에 중국군 전략지원사령부(Strategic Support Force: SSF) 부사령관을 지냈고, 이후 파격적으로 제19차와 20차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CCPCMC) 위원으로 임명된 것을 들어 시진핑 주석이 리상푸 상장을 중국군 우주작전을 중시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이에 미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를 저지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도 미중 간 해빙을 우선적으로 경제적 커플링으로 시작하고자 하였으며, 해빙의 마지막 단계에서 미중 간 군사협력으로 귀결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 점에서 리상푸 상장이 국방장관이 되었다고 해서 중국이 요구한 바와 같이 리상푸 상장의 CAATSA 해제를 고려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진하는 미 국방부가 섣불리 리상푸 상장에 대한 CAATSA 제재 해제를 단행하는 경우 동맹국과 파트너십국에게 주는 영향을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보이며, 북한 문제와 대만해협 위기를 고려하여 중국과의 상황관리 모드를 지향하였다. 이에 만일 미국이 먼저 리상푸 상장에 대한 CAATSA 제재를 해제하는 경우,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 이유가 작용하였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반면, 중국은 국방장관 리상푸 상장의 미 CAATSA 제재를 미중 간 동등한 경쟁의 대표적 사례로 간주하며 중국 주변국을 대하고 있다.
우선 지난 4월 28일 리상푸 국방장관은 인도 국방장관 주관으로 뉴델리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가하여 2020년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을 뒤로 하고 미 CAATSA 제재를 경험한 인도 국방부와 우호를 나누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다음으로 중국 리상푸 국방장관은 지난 6월 2일∼4일 간 싱가포르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거부하면서, 사이드 라인 형식으로 한국 이종섭 국방장관과 일본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성 장관과의 각각 양자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였으며, 향후 중국이 한국, 일본과 국방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해빙을 제안하였지만 리상푸 상장의 CAATSA 해제 거부를 한 것을 이전 인도와 튀르에키 사례와 비교하면서 미 CAATSA 적용에 부담을 갖고 있는 국가들에게 ‘불공평’ 사례로 홍보하고 있다.
실제 중국과 군사협력을 지향하는 국가들은 리상푸 국방장관이 미 CAATSA 제재 대상이라고 해서 중국군과의 국방외교와 협력에 있어 부담을 갖을 필요는 없었다. 이 점에서 미국의 CAATSA 제재 압박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인도네시아와 같은 아세안 국가들은 리상푸 국방장관의 제재를 동병상린의 공감대로 느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 CAATSA 대상국인 러시아로부터 우주작전과 관련된 노하우와 기술을 더 받게 되는 장점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리상푸 상장에 대한 CAATSA 제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중국은 이를 역이용하여 미국의 일방주의적 국제질서 구축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활용하는 미중 간 감정적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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