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이다.
배울 점이 다복솔인 동료와 짝꿍이다.
요양계의 대모다.
긴 세월 요양사로 일한데다 맏며느리라
진정성이 꽃등이다.
칠순이 코 앞인데도 심신이 아주 건강하다.
내가 건물 관리사 시절 '소장님'이라고 부르며
같은 건물에서 요양사를 했다.
그 때도 예사롭지 않았는데 역시 한결 같다.
전생에 인연이 깊었던지 우리 요양원으로
오게 되었고 돌고 돌아 지금 짝꿍이다.
시어머님까지 우리 층에서 모시고 있다.
구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총기가 별이다.
며칠 전 개구리 모양에 색칠을 하시라고
한 장씩 돌렸다.
다른 어르신들은 정해진대로 색칠을 정성껏
하셨다.
이 어르신은 기발한 역발상이다.
개구리 모양 안에 사람을 그려 놓았다.
그 옆에 어르신 존함도 정확한 필체로 썼다.
누가 뭐래도 당신이 원하는대로 사시는
아주 주체적인 분이다.
어르신들의 성격과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본다.
역시 주체적이고 잔걱정이 없는 분이
식사도 잘 하시고 대변 상태도 양호하다.
반면 부정적이고 남을 원망하고 의심하고 미워하는
어르신들은 모든 상태가 불량하다.
그 어떤 학교보다 오달진 공부를 시키는
인생대학교다.
여러 차례 라운딩 후 짬이 생겨 수다상을 차린다.
행복 항아리를 새벽 하늘에 비운다.
격리 해제 후 내 삶은 더 바빠졌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또 어떤 돌발상황이 발목을 붙들지 모른다.
내 발로 다닐 수 있을 때 무조건 다니고 본다.
두류산은 보물섬이다.
어찌나 푸진 보물이 있는지 가슴주머니에
담기 바빴다.
두류산으로 특별 손님을 초대 했다.
같은 날 확진되어 격리 해제된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수필집으로
폭풍 감동을 준 임춘희
수필가겸 당찬 사업가다.
감흥이 식기 전에 편지식으로 써 준 독후감을 읽은
수필가는 오열했단다.
그런 인연은 대추방망이다.
서로를 고마워하는 처지다.
독후감을 읽고 감동받은 값으로 비싼 밥도 사 주고
여러 차례 꽃자리를 마련했다.
지금은 반대로 수다상 독자가 되어 극찬을 한다.
사업가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수다상을
틈틈이 읽고 칭찬 보따리를 안긴다.
이번엔 내가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맘빚을 청산하고 싶었다.
얼른 보고 싶어 아침 열 시에 이랜드 입구에서
만났다.
그녀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해외여행과 타지역 유명한 곳으론 푸지게
다니는 여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엔 처음이란다.
벚꽃이 서운하다는 듯 새초롬하다.
'흥! 이렇게 좋은 곳에 처음 오다니.
앞으론 자주 와!' 하며 앵돌아진
마음을 푼다.
이랜드 벚꽃길을 걸어 올라 갔다.
두 명랑소녀는 입이 정수리에 걸린다.
감동쟁이답게 벚꽃 닮은 감탄사를 터뜨린다.
천사가 나팔로 행복을 노래하는 코너도 있다.
그 곳에서 찍은 사진이 압권이다.
서울 사는 여고 친구가
한 마디 댓글을 보냈다.
"김명숙! 아직 살아 있네."
내게 60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직 마음은 여전히 낭랑 18세다.
문학이 열정 불쏘시개다.
호기심과 열정과 관찰력이 모이면
문학이 된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삶이 지치지 않게
만드는 비결이다.
임춘희 수필가도 같은 과다.
동병상련의 정까지 보태니 제주도 돌담이
부럽지 않은 너나들이다.
이랜드를 처음 와 본다는 그녀에게 난 마치
내 것인 냥 들떠서 해설을 했다.
늘 머리를 쓰는 사업가라 잠시라도 힐링할 기회를
얻길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은 기어코 꽃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사업가에게 벼룩이 간을 빼고 싶을만큼 받은
사랑이 푸지다.
그녀는 마음이 쓰이는 듯 하여 안심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게 일했던 요양사들에게
주어지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사 준다고 하니
못 말리겠다는 표정이다.
물 들어 왔을 때 노 젓는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꺼집어 낸다.
이랜드 입구 쪽으로 갈 때 마다 담장에 붙은
현수막이 나를 유혹했다.
애슐리 뷔페 홍보다.
맛있는 사진과 200가지
음식이 나온단다.
위장 주머니가 유별나게 큰 나는 200가지
음식이 무척 궁금했고 맛도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가 본 애슐리.
외국 배우들이 벽에 쫄로리 붙어 있어
마치 해외여행 온 듯 했다.
11시 밖에 안 된 시각인데도 식객들이
수두룩 하다.
코로나가 무색하다.
위장이 큰 나는 접시 몇 개를 우습게 비운다.
임춘희 수필가는 간에 기별조차 안 갔을텐데도
배가 찼다고 했다.
난 본전 뽑을 생각에 배가 욕하도록 먹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연신 립서비스를 날린다.
가난한 주머니를 열어 대접을
한 것이 못내 고마워서일까.
"바람꽃은 가만히 보니 참 예뻐요.
코도 복스럽고 귀도 부처 닮았고 입도 예뻐요.
특히 옆모습이 볼그스레하니 예쁩니다.
아직 주름도 없고 피부도 탱탱하네요."
밥값치고 참으로 후한 칭찬보따리에 초대하길
잘 했다 싶은 생각이 솟구쳤다.
마음을 주면 누구나 예쁘게 보이는 법이다.
상대방을 기분좋게 해 주는 능력이 있으니
사는 일이 참 수월하고 즐겁다.
그녀는 당장 갚을 기세다.
다음엔 어디 식당에서 뭘 사 주겠다고 화끈하게
약속을 하고 자택에도 초대하여 집밥을 한 번
먹이고 싶단다.
엽렵한 임춘희 작가다.
함께 코로나와 맞장 뜬 후라 잘 먹어야 한다며
수삼을 안긴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수삼을 오독오독 씹으면서 그녀의 깊은 사랑까지
먹으리라.
이랜드에서 몸배.꽃배를 채운 후
당연한 듯 라일락 뜨락을 추천했다.
대다수가 이상화 고택만 알고 생가는 모른다.
그 사실이 못내 안타까워 수다상을 통해서라도
바지런히 알린다.
지인들과 라일락 뜨락 카페로 동행하여
무한 매력에 퐁당 빠지게 만든다.
임춘희 수필가 역시 생가는 몰랐다며
보자마자 반한 눈치다.
입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뒷 모습까지
시스럽다.
누군가 했더니 벌써 몇 차례 우연히
마주친 서양화가다.
그도 화들짝 반긴다.
이렇게 자주 만나면 우연이 아니라며 너스레를
떤다.
라일락 뜨락을 참으로 멋지게 스케치 중이었다.
임춘희 수필가가 커피 한 잔 대접하겠다며
동석을 권했다.
라일락이 얼마나 폈을지 궁금하여 눈길을
잽싸게 뿌렸다. 아직 수줍은 미소만
자분자분 흘리고 있다.
곧 입을 쫙 벌리고 보랏빛 웃음을
날릴 것 같아 또 오리라 마음 먹었다.
배우 이서진 보다 잘 생긴 권도훈 대표와
봄꽃보다 화사한 인사를 나누었다.
수다상에 여러차례 자랑을 한 터라 훈남임을
인정하는 수필가가 이상화 커피를 산다.
서양화가도 동석했다.
우연이지만 자주 만났기에 격의없이
문화예술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오월에 전국 방송에서 문화예술인을 다루는
다큐 프로에 방영이 된다며 자랑한다.
참 좋은 일이라며 축하 박수를 보냈다.
대구의 명소를 스케치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에서 전화를 했단다.
다음 주에 촬영이 온다고 하여 시간이 맞으면
보고 싶다고 했다.
시나브로 서로를 대단하다며 비행기를 태우는
대구의 유명 문화예술인들과 너나들이를
하고 있다.
라일락이 폈을까 궁금하여 온 문화예술인들과
뭔가 통하여 눈인사도 하고 말도 섞는다.
옆에 앉은 분이 우리들의 수다꽃에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권도훈 대표가 와서 소개를 해 준다.
날더러 글을 아주 맛있게 쓰는 수다상 작가라고
비행기를 먼저 날린다.
우리보다 인생 선배인 듯 보이는 분은 내방가사를
쓰는 유명한 분이라고 소개를 한다.
우린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켜 대단한 분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그 분은 우리더러 왠지 문학소녀들일 것 같았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안그래도 말을 걸고
싶었다며 세세한 소개를 한다.
우린 금방 빗장이 열렸다.
그 때 수다상 왕팬인 인도공주 언니까지 합석하니
금상첨화다.
내방가사를 쓴다는 분이 먼저 제안한다.
돌아가면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자고 했다.
내방가사가 익숙하진 않지만 수준
높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아침에 이랜드
앞에서 후다닥 쓴 수다상을 읽었다.
마치 함께 있은 듯 잘 묘사했다는 칭찬을
안긴다.
다음은 임춘희 수필가가 '자격증'이란 수필을
낭독했다. 부모 자격증이 있으면 더 잘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과 엄마로서 인정
받은 감동적인 수필이다.
다음은 인도공주 언니 차례다.
언니는 내 수다상에 단 댓글을 읽었다.
독자가 달아 준 댓글을 직접 들으니
감동이 고봉이다.
즉석 콘서트라도 연 듯 황홀했다.
인생 선배이자 내방가사 작가인 그 분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라일락 뜨락에서 이런 만남을 자주 갖게
되길 빈다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미도다방과 라일락 뜨락에서 문화예술인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
현대판 풍류객들과의 너나들이는 나를
살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