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김 난 석
혜화동 지하철역 1번 출구를 나와 돌아서노라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커피점 사이에
동그마니 서있는 시비(詩碑) 하나를 만나게 된다.
거기엔 씨알 함석헌선생의 시 하나가 음각 되어있다.
만리 길 떠나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뿌리치게 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 석 헌의 '그 사람' 전문
나의 한 손엔 빈 가방만 들었을망정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를 찾는 그 많은 이들이
그 사람과 손잡고 나오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선생의 그 사람은 신의일 수도 있겠다.
선생의 그 사람은 희망일 수도 있겠다.
선생의 그 사람은 맑은 영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아침
그 사람은 우리들의 아해라 말하고 싶다.
그 아해를 소파 선생은 어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어린이는 물들지 않은 청순한 희망이라 하겠으니
암울한 시절 거기에 꿈을 심어본 게 아니었을까?
생명의 태동 앞에서
한없는 희열에 젖어 가슴 설레었을 어머니 모습은
숭고한 아름다움이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아기의 모습에서 사위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슬픔과 서러움보다 감사와 행복을 더 느끼는 모정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성스러움이다.
어린이가 희망이라면 어버이는 보람이니
특별한 날엔 빈 가방 버려두고
한 손엔 어린이를
다른 한손엔 어버이를 붙잡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에서 걸어 나올 수는 없을까?
그 이웃 삿뽀로 우동집 기웃거릴 것도 없이
그 사람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어디 있는가 ...
울 안에 같힌 동물들 처럼
담장 넘어 밖을 기웃거리는 것도 아니고
닭장 안에 같혀 땅바닥만 헤집는 어미닭을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도 아니고
제 어미 따라 핸드폰 자판이나 두들기는 신세는 아닌가...
이게 모두 코로나 때문이었지만
어른들이 저지른 불결한 환경 때문이니
어린이를 보호하기에 앞서 주변부터 청결히 해야겠다.
허나 이게 꿈의 전부는 아닐게다.
몽연1님은 하늘을 나는 고래의 꿈을 그리는데
말끔하게 걸레질 한 대청마루에서 밖을 내다보며
주객을 부르는 건 어떤가?
춘수님이 동충하초를 차려놓고 손짓하니
내일은 거기나 기웃거려봐야겠다.
* 사진은 어느 날 가족들과의 한 때이다.
첫댓글 화답의 글을 뵙습니다.감사합니다~
오늘 전
심심한데...... 혼자가 좋음을 즐기면서....
좋구나 했었는데 이리 소통의 장을
펼치니 더더욱 좋습니다~
맞아요.
이젠 혼자 즐기는 연습을 많이 해야한답니다.
그래도 글은 손짓이니 못난 글로 화답해봤네요.
석촌님 글은 넘 이뽀요~
가슴에 와닿아 어린아이로
지호도 돌아가고 싶네요 ㅎ
그 길이 어디 있을까요?
알게되면 같이 갈까요?
몽연님처럼 공책에 그림을 그려놓고
꿈이나 꾸자구요.ㅎ
@석촌 그림은 못그리지만
가슴속에는 꿈이
넘치도록 가득하답니다 ㅎ
@지호 좋아요.
그런데 꿈을 너무 크게 꾸면
정신건강에 안 좋아요.
그런건 공상 망상 허상이지요.
그래도 좋은 꿈 꾸세요.
하늘로 헐훨 나르는 ㄲᆢㅁ.
함부러 쏜 화살처럼
날아가버린 詩語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
인간이란 후회하는 동물이라니까요.^^
시를 읽으며 살아생전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선생님의 글이 저럴진데 어찌 정의로운 선생님이
유신에 굴복하게씁니까?
살아생전 운동장에서 말없이
폴을뽑는 선생님을보고 아이들도 노인네가 풀을뽑아
용인인줄알았다지요
여기서 정치 이야기는 피하고 싶지만
씨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보면
겨레사랑이 남달랐지요.
좋은 글 감사.
함석헌 선생님을 상기하며.
참 좋은글 언제나 고마워합니다.
강건하시길...^^
그런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