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2-221005
이건희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이건희 - 동아일보사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물가비상이라는 사태가 덮쳐왔다. 내 집사람은 배추김치 담그기를 포기했다. 동네 모임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배추김치를 남기면 눈총을 받는다. 특히 여성회원들은 김치를 남기는 것은 금덩어리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나라를 다스리는 분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국민들은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은 국민들과 눈높이가 다르니 쳐다보는 곳도 다른 모양이다.
김영삼씨 때인가 김대중씨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무렵 영국에 출장을 몇 번 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 한국은 IMF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내가 머문 호텔에서는 아침에 런던의 유력일간지를 방문 틈으로 넣어 주었다. 신문을 보아도 내용파악이 잘 안 되는 영어실력이니 그저 손가락에 침 발라 종이장만 넘기는 정도지만 그날 아침에는 첫 장 가운데에 15cm 정도의 정사각형이 그어져 있고 그 안의 제목이 심상치 않아 눈을 가까이 가져갔다. “Strange Country Korea". 박스 기사이니 글자 수는 많지 않아 대충 훑어보니 ‘하는 것을 보면 곧 망할 것 같은데 망하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상한 나라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책의 초판은 1997년 11월에 발행되었다. 또한 책을 쓰신 분도 고인이 되었다. 요새 나라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이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면서 또 ‘이상한 나라 한국’이라는 박스기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생긴다. 물론 금모으기 할 때의 사정과 지금의 나라 환경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던 이 분의 말씀이 1997년 이래로 기업은 일류를 넘어서고 있고 행정도 시대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졌지만 정치만은 4류를 벗어나 5류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던 말도 지금의 나라 사정과 부합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 년 전에 “삼성을 깨면 전 국민이 2천만 원씩 나눠가질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기업을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SNS같은 곳에 퍼뜨린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순간의 쾌락을 위하여 잡아먹겠다는 발상이다. 지금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삼성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고인이 된 저자는 이 결과에 아직 만족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은 예전에는 1등을 하면 따라오는 경쟁자가 힘들어 1등 유지가 쉬웠지만 세월이 흐르면 한눈을 파는 대로 즉시 1등자리는 날아가 버릴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리고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지금 세계의 기업들이 그러하다.
나는 우리나라에 신용카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카드를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1세대라 할 수 있다. 그 때의 카드가 카드 이름은 바뀌어갔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처음 카드를 발급해 주었던 은행은 없어지고 설립 된지 얼마 안 된 은행에 합병되었다. 어떤 연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위 이름깨나 날리던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 세월의 손주뻘도 더 되는 신생기업에 소위 ‘먹힌다’라는 형태로 합병이 되는 경우를 볼 때마다 기업을 어찌 경영하였는데 오랜 세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만일 먹혀버린 은행이 삼성계열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이 책 속에는 지금도 대입하여야 할 많은 생각들이 적혀있다. 모두가 이건희라는 사람의 인생철학이고 경영 노하우이고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 사고이다. 책이 출판된 1997년 이전의 생각들이지만 책 속에 기술된 모든 것들은 2022년 지금을 위한 이야기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특히 그는 미래의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잠시도 쉬지 않고 눈은 늘 무언가를 관찰하고 머리에서는 그것들을 실천할 궁리를 멈추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그의 경영 태도가 삼성의 노하우를 만들어 오늘날 삼성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탄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새 심심치 않게 우리국민들의 국민소득이 일본을 능가하였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러면서 드디어 일본을 넘어섰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선진국에 들어섰다고도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국제적으로 국민소득을 비교하는 돈의 단위는 미국달라(US$)로 계산된다. 이는 환율변동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그러나 돈으로 일본을 능가하고 선진대열에 합류하였다 한들 이 책에 기술되어있는 이건희정신에 비교하면 그저 돈자랑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에 유행하던 단어 ‘강남졸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졸부 한국에는 진정한 선진국 및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목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도 생각된다.
인터넷에서 ‘이건희 어록’을 찾으면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모든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의 요약본인 셈이다. 이 책의 부제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밥그릇 싸움만 하는 밥통들과 'Latte is horse'축에 드는 분들께 이 책과 인터넷 어록을 권하고 싶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러니 생각과 행동도 그 변화를 뒤따라야 한다. 저자가 이름이 난분일지라도 일개 개인의 일기 같은 에세이에 불과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물론 70이 넘은 나이에도 읽어야 할 생각과 행동의 교과서적인 책이라 느껴진다.
2022년 10월 5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tqjErS55hA 링크
Annie's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