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구러... 운동량이 적은 관계로...
사진을 핑계로 좀 걸어볼까 해서...
창근아... 잘 다녀와아... 난 집 봐야되에....
부평역이다...
한 두어시간 전에 창영59 산악회 친구들도 여기서 기차를 탔을려나....
문득 학창시절 지금보단 덜 붐빌 때가 생각났다...
15분에 한 대씩 있었어도 그리 붐비질 않았건만...
지금은 급행, 완행... 이렇게 구분하고 쉴 새없이 들락날락거림에도 늘 사람이 붐빈다
그래... 그 땐 출퇴근 시간엔 8칸, 평소엔 6칸이였었지...
전철은 꼭 인천역에서만 출발했었고...
지금은 여러 군데에서 출발하더라...
송도에서 동인천까지 30분, 동인천에서 노량진까지 40분, 노량진에서 숭실대까지 25분,
집에서 7시에 나와 동인천에서 7시 40분에 전철 1통 3반에 타고 강의실까지 가면 한 숨 돌릴 시간만 남았었었지....
지금처럼 커피가 흔했나... 아님 딴 놀거리가 있었나.... 그래서 삶이 이렇듯 재미없게 되었는지도...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어떤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선택이랄 것도 없는지 모르겠다.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는 이 전철처럼 말이다...
서로 만나는 것 같아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철길... 그래서 그리도 차가운 것일까?
하지만 그대들이 영원히 만날 수 없기에 우린 편하게 먼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리라...
오랜 시간을 수고한 철마들은 이제 건강진단을 받으러 이 곳에서 쉬게 된다.
음... 자넨 너무 수고 했어...노란 콧잔등에 많은 주름이 졌구만... 이젠 아무 생각말고 푸욱 쉬시게...
그럼 거뜬해질거야... 저 옆의 신삥들처럼 말이지...
그나저나 제 이 곳 용산철도 공작창 자리도 머지 않아 백 몇층짜리 빌딩이 들어서는 등... 개발된다던데...
이미 개발이란 이름 아래 옛 모습을 헐어버린 용산역
아니지... 이젠 용산역보단 용산아이파크몰이지... 우리 말은 <용산>이란 단 두 글자 뿐이구먼...
안을 들여다 보면 온갖 현란한 모습으로 단장하고 손님을 꼬인다.
아마도 돈만 있으면 이 곳에서 먹고 자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
재벌이란 공룡에게 이미 무릎을 꿇어버린 왕년의 용산 전자상가...
하지만 이들도 20여년 전 이곳에 세워질 땐 기존의 세운상가 전자골목을 우습게 만들었었지...
그래도 학창시절 세운상가 전자골목을 가면 무질서 속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개발(???)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안스러울뿐....
예전의 세운상가는 모두 쪽방같은 가게들이 수평으로 늘어서 있었다면 지금의 이곳은 수직계열이다.
거대한 자본 아래 조그만 자본이, 그리고 그 아래 더 작은 자본이 예속됨을 표현하는 것 같다면 지나친 비관적 시선일까???
어쨋거나 이 철교는 말없이 강건너 용산을 바라볼 것이다.
가진 자가 더 가지려고 욕심을 내고
넓은 아파트들이 자신의 위용아닌 위용을 뽐내려고 강변을 독차지해도
이 철교는 그 모두를 누구 편도 들지 않고 강 건너쪽으로 데려다 주겠지...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철길만 같고서 한편의 소설을 만드시니.... 이야
역사기록이란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 그래도 기록은 중요하지.
요즘 일때문에 가끔 청계천에 가보면 세운상가는 개발을 앞두고 개점폐업 상태이더군.
ㅎㅎ 오 샘.
저도 아날로그의 그 낭만이 그립지만 ,
디지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청년문화는 숨 쉬고 있더이다.
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