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 회 ◎
아주 오래 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의 한복판...
어스름 저녁녘에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처음 만났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보고 가슴 한 켠이 아릿해짐을 느끼며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렇게 몇분간 정적이 흐르며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앉자 있었다
이윽고 정적을 깨고 남자가 말 문을 열었다
(남자) 잘지내시죠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자) 그럼요.잘 지내고 있습니다
두사람은 간단한 반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근처 산의 초입에 있는 절 부근 찻집으로 향했다
힐 때문에 오르막 길에 뒤처지는 그녀를 향해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여자가 약간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았다 남자의 손에 여자의 작은 손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가 느껴진다
여자를 배웅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남자는 처음 대화를 상기하며 웃었다
처음보는 여자에게 잘지내냐는 말이 어색하고 바보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자가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바람에 무난하게 지나갔다 남자는 앞으로 그녀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아니라 처음 볼 때 부터 이미 좋아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버스에 탄 채 상념에 빠진 남자에게... 그렇게 또 봄날의 한 때가 지나가고 있었다
봄날은 가지만... 봄날은 다시 찾아 온다 마치 재생,윤회와 같이...
지나가는 봄날과 다시 찾아 올 봄날은 꼭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르기만 한 그 무엇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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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경과학의 가장 흥미로운 발전 중 하나는 시각 시스템의 기능에 관한 연구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 눈 앞에 책이나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한 눈에 알 수 있을까요?
우리 눈의 망막에 도달하는 빛을 수용체가 감지하여 신호로 변환해 뇌 내부로 전달하면, 일군의 뉴런들이 더 복잡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해 정보를 해석하고 사물을 식별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뉴런은 색을 구분화는 선을 인식하고, 다른 뉴런은 이 선으로 그려진 모양을 인식하고, 또 다른 뉴런은 이 모양을 기억의 데이터와 비교하고... 그리고 또 다른 뉴런이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고양이구나!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작동합니다. 대부분의 신호는 눈에서 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뇌에서 눈으로 이동합니다.
뇌는 이전에 일어난 일과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무언가 보일거라고 예상합니다. 뇌는 눈에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을 만듭니다. 이 정보는 중간 단계를 거쳐 뇌에서 눈으로 전달됩니다.
하략
카를로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첫댓글 뇌의 무의식적 작용을 보며 문득 아뢰야식이 떠오릅니다.
아뢰야식은 개인의 기억 저장고라기보다, 우주의 긴 시간 속에서 형성된 정보의 저장층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미 형성된 정보의 패턴이 세계를 그려내는거죠
그 남자가 그녀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는 이미 자신의 내면에서 그녀를 향한 어떤 형상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뢰아식이 윤회하는거죠
즉, 좋아함은 만남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되어 있던 정보의 울림이 조건을 만나 드러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패턴을 바꾸며 드러납니다.
형태는 달라져도 드러나는 것은 결국 정보입니다.
그 정보의 연속적 드러남을 윤회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양자역학으로 보면, 관계가 정보고, 정보는 인드라망의 그물을 담고 있으니까요.
청풍명월 님의 뜻과 맞을지 모르겠으나
사실 내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게된 이유도
저 역시 윤회론을 긍정하기 힘들어 하다가, 정보론으로 보면 그 정보가 윤회하는거 아니냐 하는 점에 이르러서 였거든요.
때맞춰 윤회의 버전인 재회를 올려주셔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출근 지각할라~~~
본글에서 소개해주신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보니, 뇌의 착오?에 대한 유명한 사례가 떠오릅니다.
전쟁 중에 어떤 병사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람을 발견하고 사격하려고 조준하는데, 옆에서 동료가 급히 말려서 다시보니
막대기를 든 소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긴장 상태에서 <뭔가를 들고 있는 사람= 총을 겨누고 있는 적군>이라는 뇌의 <예측과 암시>가 그런 시각정보를 생산한 것도 같네요.
뇌의 정보처리방식을 어지간한 마이크로 관찰력 도인 아니면 감도 못잡을 건데
과학이 위대하긴 하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