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의 가을 서정 (敍情)
동진(同塵) 김 재 형
강창교 밑을 흐르는 금호강 물결에 가을바람이 일렁인다.
흐르는 물빛은 산 그림자와 어우러져 거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 한다. 청량한 가을바람이 오늘 따라 왠지 가슴 가득 환희(歡喜)와 희열(喜悅)로 느껴짐은 웬 일 일까?
금호강은 대구를 돌아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로 영일군 매봉산 기슭 문암지에서 발원(發源)하여, 영천과 하양을 거쳐 대구를 돌아 달성군 강창 나루터에서, 낙동강과 합류하여 300 리를 흐르는 강이다.
강 주위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곳곳에 유원지를 만들어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는 안식처가 마련되고, 개발 논리에 밀려 폐수(廢水)로 전락한 강은 이제 정화되어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느끼게 할 만큼 탈바꿈 되어 가고 있다. 또 주변은 잘 가꾸고 꾸며 대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휴식처로 환경조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우리는 모습이 엿보인다.
금호강변 둔치엔 곱게 핀 코스모스가 울긋불긋 아름다움으로 한창 제 모습을 뽐낸다.
파란 하늘과 여울져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길섶엔 이름 모를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사문진 나루터를 돌아 흐르는 강물은 우륵(于勒)의 아름답고 청아(淸雅)한 거문고 가락이 스치는 바람결에 들리는 듯, 연신 귀를 기우리면서 곱게 단장된 강변길을 걷는다.
전신에 부딪치는 가을바람이 오늘 따라 한결 느낌이 다름은 웬 일 일까?
세월이 가면 산천도 변하고, 문물도 변한다더니 한적하던 이곳에도 개발붐을 타고, 옛 날의 모습은 찾을 길 없으니 다시금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금호강은 고령, 화원 강창을 거처 주변의 들판과 습지를 지나면서 우리 고장의 온갖 사연(事緣)과 애환(哀歡)과, 전설(傳說)을 안고 흘러간다.
마음으로 느끼는 감성(感性)이 없으면 그냥 강물이요, 산이요, 이름 모를 풀꽃뿐이리라. 그러나 사색(思索)으로 고뇌(苦惱)하고, 심안(心眼)으로 보려하고, 선인들의 말씀을 환청(幻聽)으로 들으려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유구(悠久)한 우리 역사와 함께한 그 변함없는 존엄성(尊嚴性)에 발길을 멈추고, 반만년 흥망성세(興亡盛世)를 한번쯤 반추(反芻)하게 되리라.
강변길을 걸어 나와 탁 트인 도로 왼편으로 접어들면 유명한 강정의 맛깔스런 매운탕을 잊을 수 없다. 지난날 대구시민들이 즐겨 찾든 곳 어찌 희비애환(喜悲哀歡)을 잊을 수 있을까?
강정의 매운탕은 이재 아쉬움으로만 남을 뿐이다.
강변길 막바지엔 소음(騷音)과 풍진(風塵), 굉음(轟音)으로 마무리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이 다리야 말로 주변의 뛰어난 풍치(風致)와 현대건축 공법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예술작품이다,
강창교는 대구의 서쪽 관문(關門)으로 야간조명을 현란(絢爛)하게 칼러풀(colorfur) 대구의 이미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넘치는 생동감을 가미하여 대구위상제고와 관광 효과에 역점을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어둠이 깔리면 강물위엔 휘황찬란(輝煌燦爛)한 조명불빛으로 꾸며져 우아(優雅)하고 멋스런 다리로 변신하여 장관을 이룬다.
강변 둔치는 머지않아 조경으로 예쁘고, 아름답게 꾸며져 산책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리라.
해질 무렵의 강물은 한낮 강물과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 연한 선홍색 물결이 서럽도록 애잔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는 미(美)의 극치(極致)요, 신비(神秘)로운 색(色)의 조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눈으로만 감상하기엔 너무나 아쉽다. 서툰 솜씨라 누가 뭐라 할지라도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다.
잠시 상념(想念)에서 벗어나 가을빛으로 어우러진 자연과 곱게 물든 산자락을 감고 돌아 유유히 흘러가는 금호강을 바라본다.
청량(淸凉)한 금호강의 가을빛이 맑은 강물에 투영(投影)되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이는 바로 우리고장의 번영(繁榮)을 상징하는 표상(表象)의 강이요, 우리고장의 무궁한 발전을 기약하는 강이리라.
어둠이 점점 짙게 내려 않는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기가 차다.
이잰 돌아가야 한다.
남겨 두고 가기엔 너무나 아쉬워 아름다운 금호강 가을 풍경을 한 아름 가슴에 듬뿍 담아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