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미인으로 꼽혔던, 그 ‘미야자와 리에’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꿋꿋하게 딸을 키워내는 후타바 역을 맡아 열연한 <행복 목욕탕>의 배경은 일본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공중목욕탕이다. 이른 바‘점포형 단독주택’인데 남편이 돌연 잠적하며 목욕탕은 잠정 휴업상태에 돌입한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후타바는 담담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주변 정리에 들어간다. 남편을 찾아가 집으로 돌아올 것을 권하고, 소심하기만 한 딸이 ‘엄마 없는 하늘 아래’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짧은 여행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예고대로 후타바는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후타바가 죽은 바로 그날, 목욕탕 굴뚝에는 오랜만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안타깝게도, 후타바가 죽은 이후 목욕탕은 폐업했을 게 분명하다. 폐업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저지르기 어려운 일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왜 굳이 영화 배경으로 공중목욕탕을 택했을까.
동네에서 유명한 ‘목욕탕집 아들’이었던 남편이 돌연 집을 나간 이유, 그리고 목욕탕을 장례식장으로 택한 후타바의 선택은 일본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공중목욕탕을 통해 시대의 기류가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남편의 가출로 무기한 휴업 상태에 들어간 목욕탕은 산업화 시대의 경제 구조와 가족 가치가 변화의 물결을 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중목욕탕은 찾기 어렵다. 서울 장위 뉴타운을 방문하면 얼마 전만 해도 선명한 빨간색이었을 게 분명한 목욕탕 마크가 낡은 벽돌 위에서 천천히 바스러지고
있다. 공중목욕탕의 쇠퇴는 한국 건축양식, 주택 시장의 재정비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
바꿔말해, 공중목욕탕이 필요한 동네는 필연적으로 재개발의 운명을 맞이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목욕탕 주인이 안쓰럽다고? 순진한 동정은 금물이다. 재개발ㆍ재건축에서 가장 많은 수익률을 올리는 게 오히려 상가 주인들일 수있다. 500가구 살던 마을이 2000가구 사는 아파트로 탈바꿈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목욕탕을 하지는 못하더라 상가‘딱지’를 매매하거나, 이참에 전업하거나, 혹은 주택 분양을 받거나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게 바로 재개발 상가 분양이다. 재개발이라고 하면 조합원으로 아파트 분양만 받는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재개발이 되면 낡은 상가도 새로 짓게 되고,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가도 조합원과 일반인들에게 분양된다.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상가를 1순위로 분양받으려면 일단 해당 지역에 상가를 가진 동시에, 상가 주인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놓은 상태여야 한다. 사업자 등록은 국세청 홈택스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상가 평가금액이 분양하는 상가 중 제일 작은 상가의 분양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그렇다고 재개발 구역 내 아무 지역에 있는 상가에 투자하면 안 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재개발 지역이 정부 지원 아래 여러 개발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5000~1만5000가구 규모의 대규모로 짓는 경우가 많다. 일명 도시재정비촉진지구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몇 가지 규정을 적용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개발되는 지역이 주거지역인 경우 180㎡, 상업지역인 경우 200㎡를 초과해 토지를 거래할 때 반드시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재개발지역의 상가를 거래할 때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인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또 혹자는 어느 지역이 재개발된다고 할때 그 지역 전체가 개발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이 지연되거나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곳을 ‘존치지역’이라고 부른다. 존치지역은 다시 존치정비구역과 존치관리구역으로 나뉘는데 존치정비구역은 3년 이내 개발이 될 수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은 상태다. 결국 이러한 곳에 속한 상가를 사게 되면 내 돈 주고 사놓고 마음대로 개발도 못 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재개발 지구이니 원주민이 떠나 심지어 장사도 안된다. 그러니 존치지역 투자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셈이다. 존치지역 여부는 시ㆍ구청에서 확인할 수있다.